어제 아빠가 집에왔다. 새 세탁기가 설치될거란다. 5개월만에 본 그는 혈색이 좋았고 여유있어보였다. 한때 나와 함께 살았던 그는 이제 다른 여자와 동거중이다. 그가 집으로 들어오자 키우는 고양이가 매우 경계를 했고 물려고했다. 나는 그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 고양이는 그래도 우리가 가족이었다는 증거였다. 우리가 한지붕 아래 묶여있었다는 유일한 연결고리. 난 어쩔수없이 고양이를 격리시켰고 그는 덤덤했다. 눈물이 나서 견딜수없었다. 왜 아빠를 못 알아보는거야? 다 잊은거야? 나의 이런 질문은 고양이뿐만이 아닌 아빠와 나,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가 낯설었고, 그는 우리집을 낯설어했다. 마치 산 적이 없던 것처럼 집안음식 하나 마시거나 먹지 않고 더러움을 숨기지 못한채 애써 치우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가족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나 피곤해. 스트레스 받는다. 거기까지만 하고 돌아가. 그에게 돌아가라고 축객령을 내렸다. 그래. 너도 쉬어야지.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낯설어하는 어색한 우리가. 한동안 오지마. 나의 이런 말에 분명 그는 상처입었겠지. 나 또한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것같아서 괴로움을 느꼈다. 그는 떠났고 집은 유난히 텅 비었다. 남은것은 그가 피우고 떠난 담배냄새와 불안에 찬 고양이, 그리고 나 혼자였다. 이제야 그를 떠나보낸듯한 기분이 들어서 눈물이 자꾸만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