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시작하면 어떻고 조금 서툴면 어때.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대학을 왜 가냐고 물어보면 거의 돈, 취업, 진로에 대해 얘기를 한다. 난 그게 끔찍하게도 싫었다. 내 인생, 내가 하고싶은거 하고 살면 안돼? 그치만 한국에선 철없이 꿈타령한다고 나를 그렇게 내리쳤다. 그래서 대학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나라로 가고싶었다. 아무생각도 없이 대학을 가는게 아닌, 남들이 가니깐 다 가는게 아닌, 내가 더 많은걸 배우기 위해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도피유학이라고 날 의식하는 주변친구들은 얘기하지만 그건 그 아이들 생각. 다른나라에서 완전히 다른 언어로 공부하려니 무섭기도 했다. 아는사람도 없이 소심한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비자문제는 없을까.. 걱정이 끝도없었다. 주변에선 날 보고 조롱하고 인생의 실패자라 지칭하며 단지 대학 좀 늦게 간다고 비웃었다. 전교5등 안에서 놀던 내가 내가 추락한 것 처럼 보이나보다. 단계가 중요하다며 결국 결과만 보는 이 사회에선 내가 그렇게 밖에 안보이나보다. 그래도 난 그들을 아주 쉽게 무시했다. 난 그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아이니깐. 물론 그저께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어제 엄마의 걱정이 터져버렸나보다. 아직 대학 못 갔다는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마치 내가 쪽팔린것처럼.. 엄마는 말로만 네 인생이니 알아서 하라고 하셨지 실제로는 엄마 체면이 먼저인걸까? 나에 대한 신뢰도 없어졌고 그걸 넘어 나에게 실망했고 또 그걸 넘어 엄마체면이 안서니 입다물고 조용히 살으라고 하셨다. 물론 엄마체면이 안선다는건 내가 그렇게 이해한 부분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울거같은데 울 수도 없었다. 내가 나약해 보일까봐. 여기서 나약해보이기까지 하면 엄마한테 내 바닥까지 보이는걸까봐. 오늘은 다시 책상앞에 앉아서 애들을 가르치며 생활비 걱정을 하고 내 공부를 한다. 아무렇지 않게 어제와 그저께와 똑같이 잘 지내고 있지만 마음속은 무엇이 맞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