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휴학을 쓰기위해 내가 사는 곳과는 꽤 멀리 있는 대학교까지 가기위해 난 홀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1학년은 정말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전공 교수님과의 사건을 떠올리자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질타가 자꾸 귓가에 맴돌아 스스로를 잠에 빠지지 못하게 했다. 기어코 처방받은 수면제 반 쪽을 억지로 입에 집어넣고 나서 이명과 함께 정신이 몽롱해지는 이 기분과 함께 짧게나마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도착한 기차안에서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도착역에서부터 멀리 있는 대학교로 가기위해 택시를 잡는다. 탑승하고나서 이젠 아쉬운만 남은 도착지를 기사아저씨에게 말한다. "xx대학교 본관으로 가주세요." 기사아저씨는 대답도 없이 핸들을 돌려 역을 빠져나온다. 가면서 보니 언제나 이쯤되면 봤던 거리를 보아하니 자꾸 옛날 기억이 떠올라 날 괴롭게한다. 지독할 정도로 깊은 정적은 내 안에 있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든다. "넌 대체 왜 그랬어?" "뭘." "그냥 너만 조용히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고 성적도 잘 받았잖아." "***마." 잘 포장된 도로위로 달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아야 할 그런 상황에 항상 내 안에 나는 나에게 과거에 실수(?) 한 것을 물어본다. 물론 이 녀석은 형체도 없다. 존재할리 없는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도 잘 안다. 매일 그 생각을 하지만 내 귀에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이 소리를 절대 무시할 수는 없다. 내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내가 분노하는 상황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멍청하다~ 나 같았으면 입다물고 있다가 성적만 건졌을텐데." "내가 하고싶어서 한거니까 책임도 내가 지는게 당연하지." "아니 , 그러니까 왜 시작을 했냐고 어리석은 놈아. 사회에 나가면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은데 벌써부터 그러면 니가 장차 커서 뭘 할 수 있겠니?" 성적표가 우리집에 날아와 내가 이유를 설명했을때 어머니가 나한테 했던 말이다. "진짜 나였으면 절대 안나섰어. 다른 친구들을 이용해서 떠넘겼지. 너도 처음에 그런 생각 했었잖아. 내 말이 틀렸어?"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었다. "결국 내가 했잖아." "그러니까 니가 멍청하단거야. 사회생활 못하는 부적응자. 그게 딱 너다. 어리석은 녀석. 넌 그냥 애들한테 이용당한거야~ 멍청하게 나서니까 딱 사용당하고 너만 불이익 봤잖아." "조용히 해." "그래가지고 군대가서 관심병사 되는거 아니야?" "닥치라고!" 갑자기 나의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시원해지고 더 이상 귀에 이상한 말소리는 들리지 않게되었지만 기사아저씨가 아까전부터 자꾸 혼잣말을 했다며 방금은 소리를 질렀다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괜찮냐며 물었다. 아차...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모양이다. 난 기사아저씨에게 어렸을때부터 있는 지병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 말과 함께 내 등을 살짝 쓰다듬어보니 불쾌한 냄새가 나는 식은 땀으로 ***어있었다. 그러다보니 도착한 대학교 본관에 들어갔다. 내 생애 2번째 휴학...아니 첫번째는 자퇴니까 다른 이야기인가? 학생처에 발을 들이자 처음보는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휴학기 신청하려하는데요." "이 서류 가지고 가셔서 승인 받고 오시면 되요. 보호자 분 도장은 가져오셨어요?" 우리 부모님은 절대 공부로서 날 놓아줄 생각이 없기때문에 주머니에 몰래 가져온 어머니의 도장을 꽉 쥐며 말했다. "네." "여기있습니다." 내미는 서류에 내가 작성할 수 있는 걸 다 작성하고 물었다. "먼저 전공학과로 가면 됩니까?'" "네. 거기 좌측 상단에 있는 순서대로 가시면 되요." "감사합니다." 난 전공학과로 발을 옮겼다. 본관과 꽤나 거리가 있는 내 전공건물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크기지만 오늘따라 그 복도는 너무나도 길고 크게 느껴졌다. 학과사무실의 문을 여니 조교선생님들이 날 반겼다. "어? 무슨 일로왔어?" "휴학기 쓰려고요." "아 그래? 학과장님이랑 상담안했지?" "네." 조교 선생님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지금 학과장님 외출하셨는데? 따로 전화 한번 드려봐." "네 , 알겠습니다." 난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서 연락처에 있는 전화번호를 두들겼다. 긴 통신음이 끊기며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ㅇㅇ아 왜? 무슨 일이야?" "저 인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번에 따로 저장해놨었거든. 무슨 일 있어서 전화했어?" "교수님 혹시 지금 통화가능하십니까?' "아니 , 지금 좀 바쁜데...무슨 일이야?" "제가 휴학기를 내려하는데 교수님과 상담해야한다고 들어서 전화드려봤습니다. 바쁘시면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망설이는 듯 잠깐의 시간동안 교수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바쁜 일이 있으시면 다음에 와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끝나자 교수님은 우리 학과 건물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셔서 나에게 악수를 권했다. "ㅇㅇ아 방학 잘 지내고 있고?" "아 예...저야 뭐 항상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난 교수님을 따라 교수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심심한 향기와 함께 앞에 쇼파에 앉은 교수님은 조용히 말씀을 건냈다. "앉어. 서있으면 힘들잖아." "아 네." "왜 휴학하려는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 질문에 이때까지 있었던 마음고생과 불안함 , 당했던 부당한 결과...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고생들이 목 끝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폭발해버릴 것 같았지만 꾹 눌러 담고 최대한 짧게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대답을 뱉었다. "군대를 가려하는데 영장이 아직 안나와서요." "그렇구나...맞다. xxx교수 있잖아? 평상시에 워낙 다른 교수님들과 친하게 지내서 다들 충격이 큰 것 같더라." 강의를 못하면 연줄이라도 꽉 잡아야지. 그래 현명하네. 낙하산으로 들어온 교수라고 워낙 말이 많았어야지 이런 의심을 안한다.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꽤 좋은 교수였는데 아쉽게 됐어." 나에게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학생처로 향했다. 그 곳의 문을 여는 순간 구석에서 여자 두분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아무 생각없이 앞에 분에게 종이를 건내주고 의도치 않게 옆에 분들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왜 ㅇㅇㅇ학과에 ㅇㅇㅇ 이라고 있잖아?" "그 교수 짤라버린 놈? 하! 양심도 없지...어떻게 그렇게 좋은 분을." "그러니까! 그 녀석이 누군지 알면 몰래 뒤통수라도 한대 때리고 가려고." 내 이야기였다. 그녀들은 세 치 혀로 심지어 교수로서 긍지 , 자격 , 수준 전부 다 미달인 그 교수님을 섬기며 나를 천하의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처리 끝났습니다." 난 서류를 받고 학생처 안으로 들어가 그녀들이 앉아있는 책상을 내려쳤다. "쳐보세요." "네?" "뒤통수 쳐보시라고요. 막상 나타나니까 한 마디도 못하겠습니까?" 그녀들은 아무 말도 없이 별 꼴이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정말...스스로가 해왔던 모든 행실이 아무 의미 없어지고 나의 발목을 붙잡는 흑역사라고 생각이 들고 세상은 그런 쓰레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역겨워 화장실로 뛰어가 오늘 점심에 먹었던 것을 모두 토해냈다. 더러운 냄새가 코를 찔렀고 마지막에 교무처를 찾아가서 서류 처리를 했을때에 그녀들을 다시 한번 마주칠 수 있었다. 마치 나의 휴학서를 보고 조롱하듯 날 보며 웃는 그녀들을 보고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수고하세요." 그 말 한 마디와 함께 지옥과 같은 학교 본관을 뛰쳐나왔다. 숨이 바짝 올라올때까지 뛴 나는 조용히 하늘을 보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았다. 다시 발을 옮겨 학교를 나서려던 찰나에 학기 중에 친했던 친구들이 날 반겨주었다. 방송부여서 일주일 일찍 나와야한다나 뭐라나...잘 지냈니? 뭐하려고 왔니? 등등 안부를 묻는 말 중에 스치듯 지나가는 한마디가 있었다. "ㅇㅇㅇ 교수님 니가 날린거라며? 진짜 대단하다! 나였으면 절대 못했는데...너 아니였으면 이번학기 답답해서 죽었을거야! 정말 고마워." 그 말 한마디에 난 웃음이 터져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지. 잘 가라." 항상 친구들을 이용할 생각만 했던 나로서 조금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웃은건가? 아무튼 원래 시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무궁화호에 몸을 실고 또 지긋지긋한 정적이 시작된다. 다시 귀에 속삭이는 나의 목소리... "봐. 결국 니가 한 일은 니 앞길을 막을 뿐이야.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걸 좀 깨달으라고!" "***. 난 잘했다고 보람차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니까." 지금의 난 수면제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다...내가 이겼으니까. 간만에 기차에 올라타 꽤 달콤한 잠을 보낼 수 있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