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거 먹었으면 치워" 이틀간 안보이던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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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eunb1
·7년 전
"이거 먹었으면 치워" 이틀간 안보이던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거실에 늘 놓여있는 탁자에 반찬통 뚜껑 하나가 놓여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엄마 심기에 거슬리지 않도록 얼른 손을 뻗어 집어들곤 설거지통으로 향했다. "ㅇㅇ야. 너 이거 뭐야?" 엄마가 별안간 건조대에 서서 뭔가를 발견한 표정으로 얼굴이 ***개져선 큰 목청으로 소리를 질렀다.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게 느껴졌다. "아. 내가 깜빡했네." 빨래를 널다 그냥 둬버린 수북한 양말이 들어있는 소쿠리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눈이 뒤집힌 것 같았고, 나는 불호령이 떨어질까 순간 두려워졌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것처럼. "이렇게 두면 냄새나고 다시 빨아야되잖아. 일이 두배라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큰 목소리로 죽일듯이 노려보는것 같은 시선을 받으며 나는 눈을 내리깔고 표정 관리를 했다. 이럴땐 무슨 말을 하든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내가 왜그랬을까라며 가슴깊이 반성하는 것 뿐. 입바른 말을 할 수 있는 나도 아니었고. 애초에 짧은 대답 외에 더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알았어.." "넌 이런 작은것도 못해줘? 그렇다고 네가 집에서 뭐 다른걸 하는것도 아니고. 공부도 안하고. 독서실도 늦게 늦게 가서 일찍 와버렸을 것이고.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냐. 도대체 끝까지 할줄아는게 뭐냐. 빨래 너는 것도 끝까지 못하면. 밖에 나가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집에 오면 일이 2배로 늘어있어. 피해의식은 있어서 이상한 말대답이나 하고 있고." 순식간에 폭언이 쏟아졌다. 심장에 칼이 박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몇일 전, 나는 250일 정도 사귀던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무기력에 빠져 잔소리를 듣기 시작했었다. "공부는 언제 하려고 그래. 걱정돼죽겠다. 어떻게 하려고 그래. 살이 더 쪘다. 요새는 운동도 안가고." 그것을 알리 없는 엄마는 점점 나를 옥죄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해야지.." 라고 힘없이 대답하곤 말았다. 얼마전에 계속 상처받는 나를 위해 엄마 말에 영혼없이 대답하라는 팁을 받았다. 모든 말에 의미 부여하지 않고 신경쓰지 말라는... 나를 아끼는 언니의 조언이었다. 그것을 엄마도 느낀것 일까. 엄마는 오늘 나에게 피해의식이 있어서 이상한 말대답을 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또 나는 그말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서로 잘 아는 사이여도 핏줄이여도 해도 되는 말이 있고 하면 안되는 말이 있다. '엄마 딸이 그렇게 이상해보이면 정신병원에 데려가서 가둬 놓지 그래. ' 라며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바로 어마어마한 말다툼이 일어나서 또 에너지를 몽땅 소진하고 상처로 끝날게 뻔했다. 요즈음 내가 할일을 잘 안하고 있는건 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뼈아프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공허함에 허덕이며 무슨 일을 할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있고 기분을 업***려고 꽤나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는 자기변명이 아니다. 심한 죄책감은 발전하는데 있어서 해가 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엄마가 그것에 있어서 가장 나의 앞길에 방해를 주고 있는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가하고 있는 정서학대를 깨닫고 자식이 가는 길에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격려하고 응원해줄수 있었으면 한다. (참고로 저는 24살의 공시생입니다. 전체장학금+학교에서 매달 나오는 학업장려금으로 4년 내내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학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도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지 않고 짐이 되지 않으려 알바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불효라는 등의 어설픈 조언은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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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na67
· 7년 전
부모자격없는 부모들 많아요 언어적 학대도 학대에요 그걸 모르죠 우리세대 부모들은요 자식을 소유물로 알고있는 시대에 살았던 분들이니까요 언니분말처럼 상대하지마세요 붙어있으려고하면 더 소유물로 생각하고 간섭할거에요 자식은 부모의 분풀이대상이 아니에요 얼른 번듯히 일어나셔서 스스로 살아가는법을 배워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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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1 (글쓴이)
· 7년 전
@wanna67 따뜻한 공감과 조언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혼자 살아가는법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겪는 시련이라고 생각하렵니다. 그치만 오늘은 좀 힘드네요. 모두 다 행복했으면 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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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1 (글쓴이)
· 7년 전
@!d3c7abb9e8abd50902c 좋은 날이 올거에요. 다 이유가 있어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이 왔을거에요. 지금은 아무 말도 위로가 안되겠지만 정말 안아주고 싶네요. 저는 snowhill 님을 잘모르지만 님은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에요. 이 땅에 태어난 생명이 모두 소중한 것처럼. 당신도 그래요. 그러니 주변에서 뭐라고 말하든 너무 자신을 질책하고 살지 않으셔도 돼요. 상처받은 내 자신을 알아주고 다독여주고 돌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