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원래 고민이란 얽히고 섥힌 것들이라 무얼 먼저 얘기해도 다른 고민과 이어지게 되어있지만요.
전 아***와 자주 부딪힙니다. 마치 모난 돌들을 유리병에 넣고 흔드는 것 처럼요. 아***도 아시는 지 얼마전 제게 자기랑 성격이 안맞다고 느끼냐고 하시더라고요. 대답은 하지 않았어요. 그 날도 싸웠거든요.
옛날엔 아***와 제 사이가 좋았던 거 같아요. 같이 취미생활도 하고, 아***를 잘 따라다녔으니까요. 근데 중학생이 되고 나니까 아***랑 사이가 나빠졌고, 고등학생때서야 겨우 제 상황을 파악했던 거 같아요.
어릴 때, 제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아***는 절 때렸어요. 저는 악바리가 심한 아이여서, 맞고 질질 울면서도 잘못했다 소리는 안했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했던 일이 진짜 맞을만한 짓인지도 모르겠고요. 제가 그 정도로 나쁜 짓을 했으면 정말로 기억했을거라 생각해요.
제가 기억하는 어릴 때 했던 가장 나쁜 짓은 선반에 있던 잔돈 통에서 돈을 꺼내서 과자를 잔뜩 사먹었던 일이니까요. 그땐 어머니가 알고나서 제가 울면서 사과했어요. 그 다음부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죠.
아***가 매를 드는 걸 그만둔 건 매를 가져왔을 때 그럼 때려봐. 라고 대꾸했을 때였어요. 올해 들어서 그 일에 대해 말하고 사과해달라고 했었죠. 아***는 마지못해 사과했는데,
그 때는 잘못했었다. 너네말고도 엄마에게 잘못한 게 많다.
그래서 사과는?
...미안하다.
이런 식이었죠. 이상하게 사과를 받은 후가 더 비참하더라고요.
저는 초중학교때 전부 왕따를 당했어요. 사실은 쭉 당했었는데 그걸 부모님께 말한건 5학년 때였죠. 밤에 정말 뜬금없이,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나 친구가 없어. 왕따인가봐. 나 괴롭히는 애들도 있어. 이런 식으로요. 전 제가 알고 있었고, 부모님도 어느정도 친구가 적은 건 눈치채고 계실 줄 알았고, 그래서 엄마도 그냥 그렇구나. 라고 반응할 줄 알았어요.
불을 켜보니 엄마는 소리없이 우시더라고요. 왕따당한 저는 안울었는데요. 덤덤한지 덤덤한 척이었는지 그럭저럭 괜찮다고, 버틸만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다음 날 아***에게도 얘기가 갔고요. 그 이후에도 쭉 왕따를 당했지만 말은 안꺼냈어요. 두 분 다 제 얘기를 들었지만 아무것도 변하게 해주지 않으셨고...
ㅋㅋㅋ생각해보면 왕따당하면 부모님, 선생님,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데 그 중 누구도 제 왕따를 없애줄 순 없었네요.
전 어머니가 우는 모습이 싫었으니까요. 그게 아직도 가슴 깊숙히 박혀 있어요. 슬픈 영화를 보면 늘 우는 건 어머니가 아니아 아***였거든요. 정작 슬픈 영화를 보고 울던 아***는 저 때문에 흘린 눈물은 없으셨죠.
중학교 1학년때 아***와 둘이 방에서 대화했어요. 제가 먼저 왕따에 관해서 얘기하셨죠. 아***가 그때 말하더라고요.
네가 강해지면 될 일이다.
아***는 왕따가 뭔지 모르셨나봐요. 그 이후 그때 아***가 했던 말에 대해 몇번 얘기하니 아***랑 어머니가 그 때 일 그만 우려먹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마음 속으론 천번은 더 우려먹어야겠는데 말이죠. 제 기억이 사라지면 그땐 그만 우려먹겠죠.
아***와의 안좋은 추억은 많아요. 중학교 때 내내 아***는 올 때면 술을 마셨고, 저는 아***와 다시 친해지고 싶어서 대화를 시도했는데 제 말을 매번 ***으셨거든요. 그건 지금도 그러구요. 자기가 할 말이 많거나 제 말이 듣기 싫을때, 저한테 화낼 때는 제 말을 ***어버리죠. 왕따보다, 꿈보다, 제 재능이 없는것, 가난한 집안, 괴롭히는 오빠보다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나중에 중학교때의 얘기가 나왔어요. 술을 마시지 않을 땐 제 말을 ***은 거에 대해 어떤 말을 하셨는지 기억 안 나요. 근데 둘이서 나가서 저녁을 먹고 아***가 술을 ***고..마시더니 그렇게 말하시더라고요. 제가 중학교 땐 제가 싫었대요. 그 말이 제일 상처였어요. 전 그때까지도 아***를 사랑했고, 또 그러려고 노력했고 아***도 그러실거라 그래도 믿으려 애쓰고 있었거든요. 뒤엔 지금은 네가 마음에 든다. 그런식으로 말씀하셨고.. 아마 모르셨을 거에요. 제가 그 뒤에 자살시도를 한다던가 정신과를 간다던가 하는 미래.
그리고 또... 고등학생이 되고, 전 친구를 사겼는데도, 아프다고 학교가길 싫어했어요. 당연하죠. 정신건강이 안받쳐주니 몸건강도 안따라오고 아프긴 아픈데 뚜렷한 어떤 병이다 하는게 없이 애가 골골 앓으니까요. 데려다주면서 아***가 말하더라고요. 기합으로 나아봐라. 학교 좀 착실히 다녀라. 조금 아픈 건 참아라. 나는 아픈 적 있었어도 조퇴한번 안했다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몇주정도 후에 또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눴어요.
제가 악몽을 많이 꿔서 신경과에 가보니 큰 신경정신과로 가보라는 말을 들었고, 그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거든요. 전 그냥 수면제먹고 푹 잘려고 했는데...ㅋㅋㅋ 제 정신적인 문제가 나올지 어떻게 알았겠나요.
제가 힘든 건 악몽을 꿔서 그렇다 그러니 아***는 중학교 내내 제가 게임하고 애니보고 그러느라 안잔 줄 알았다 그러더라고요. 저랑 오빠는 다른데요. 제가 거울을 볼 때마다 죽고싶어했던 것도 모르셨겠죠. 그리고 나서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 매일마다 너무 힘들다. 자퇴하고 싶다. 죽고싶다. 아***는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죽고싶은 게 너뿐인 줄 아느냐. 나도 매일 죽고싶다.
그래서 전 그냥 죽기로 했었죠. 그때까진 죽고싶다였고, 그때부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생각했어요. 그래도 그 이후로 정신과에 다닐 수 있었어요. 수면제가 있으니, 고혈압약을 같이 먹으면 자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물으니 아***가 할머니한테 고혈압 있어서 약먹는 걸 말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집에 갔죠. 약을 몰래 챙겨오는 건 생각보다 쉬웠어요.
제가 문을 잠그고 먹었다가 문을 열고 도움을 청했을 때, 엄마도 아빠도 엄청 놀라더라고요. 아빠가 절 급하게 부축하고 차에 태워서 응급실로 갔어요. 약을 먹으니 심장이 뇌에서 쿵쿵 뛰고 울때처럼 뇌가 꽉 조이고 숨쉬기가 어렵고 그리고 어지러웠어요. 더 기억은 안나는데 엄청 힘들었죠. 그 와중에 왜 그렇게 아***가 급한가. 나는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데 그렇게 생각했어요.
응급실에선 호스를 코에 꽂고 계속 물같은 걸 위로 집어넣더라고요. 그럴때마다 빨갛고 노란 물이 다른 호스로 쏟아져 나왔어요. 제가 먹었던 알약 색깔이었어요. 내가 힘들다고 하니까. 의사선생님이 힘들거야. 앞으론 하지마. 라고 하셨죠. 부모님 표정이 보여서 앞으론 하지 말아야지 했어요. 그때 이후론 찔끔찔끔 하던 자해도 끊었고요.
부모님은 그 때일로 화내시진 않았어요.
엄마은 그때 이후로 상담소를 찾아서 데리고 갔어요. 그 전엔 상담과 병행하라고 나왔었지만 일단 약만 먹었거든요. 약도 딱 정량만 받아와서 저한테 다 주는대신 그때그때 빼주셨어요.
아***는 그때랑 어릴때 제가 토하면서 열감기에 걸려서 절 업고 급하게 병원에 갔을 때, 딱 두번 절실하게 아***한테 제가 어떤 의미인가를 느꼈어요. 반대로 말하자면 전 그때 이외엔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요.
제 일은 쓰고보니 대단한 게 아닌거 같기도 해요. 제가 상처받은 순간은 수 없이 많았어요. 제 말을 들어주지 않는 순간이나, 제 상처를 가볍게 여기거나, 제게 무뚝뚝하거나, 제가 얘기를 듣고싶어하는 지 아닌지에 관심이 없는 것.제가 듣고 싶은 말이나 애정을 확인시켜주지 않는 거..그런 사소해 보이는 게 정말로 힘들었어요.
이 글을 적는 거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갔던 등산 때문이에요 아빠. 제가 아빠랑 놀러가자고 자주 말한 거. 사실 아빠랑 가는 것보단 집에 있거나 친구들이랑 다니는 게 더 편해요. 그치만 아빠랑 관계회복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아빠는 그래도 가끔 엄청 괜찮은 분처럼 느껴지고, 전 옛날처럼 아빠랑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친하게 지내고 좋아하고 싶거든요.
이번에 등산은 엄청 힘들었어요. 전 체력도 없고 발목도 아팠어요. 근데 그게 눈물나진 않았어요. 몸이 힘든 건 괜찮았어요. 근데 제가 고민을 얘기했을때 아빠의 말한마디가 제일 힘들었어요. 앞으론 그런 얘기 하지마라 그러시는 거요. 아빠는 저녁에 와서 학원을 그만두게 해야하나 고민하셨지만, 제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바라는 말은. 넌 잘할거다. 괜찮다. 내 딸은 ㄹ할 수 있단 걸 안다. 그런 응원이었어요.
아빠가 해준다고 하는 잘해주는 거요. 자주 놀러 데리고 다니려고 하거나 아니면 용돈을 준다던가. 뭔갈 사주는거요. 고마워요. 근데 제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겪고나니까 아***의 행동들이 보이더라고요. 제게 대했던 태도들. 절 때린것들. 제가 그중 기억속에 깊숙히 묻어두고 싶어했던 것들. 아***가 놀러갈 때 중요한건 당신 사정이지, 제 사정이 아니었던 것. 제가 아***와 같이 하고 싶다 말했던 일들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제가 받지 못했던 많은 것들과 받았던 상처들.
아***는 절 사랑한다고 말하시지만, 진짜 사랑하는진 모르겠어요. 사랑이란 건 자기가 기분이 나쁠 때도 제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는 건데 적어도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고 싶진 않을텐데. 아바지께 저는 자기가 기분좋을 때만 사랑하는 딸이겠죠.
어릴 땐 좋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언젠가부턴 사실은 좋은 사람일거라고, 그리고 또 언젠가부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괜찮은 아***였다고. 또는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그래도 노력하고 계신다고.
그런데 아***, 아***를 좋은 아***라고 말하기엔 제가 너무 비참해요.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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