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 아빠께서 술을 드시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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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 아빠께서 술을 드시고 오시면 종종 화를 내셨는데 그럴때마다 엄마는 우시고 집안이 찬 물을 끼얹듯 조용해졌었어요. 다음 날 아빠는 기억 나시니까 미안하신지 그냥 묵묵히 계시곤 했는데 사실 언니가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핸드폰을 이어폰과 연결하여 제 귀에 꽂아주곤 해서 딱히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날 만큼 제 딴에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어요. 아빠가 우리를 보면서 난 내 차 안에 항상 칼을 들고 다닌다, 그 칼로 너희들 다 죽이고 나도 죽을거다.라고 했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오빠는 진짜 있나 확인하러 갔고 아빠는 또 화를 내고 엄마는 울며 뜯어 말렸어요. 오빠는 와서 진짜 있었다고 얘기해줬고 저는 그 뒤로 아빠를 무서워하고 싫어했어요. 하지만 아빠는 평소에는 저와 잘 지내고 싶어서 장난도 걸고 말도 거시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아빠의 그런 맘을 알아도 잘 지내려하지 않았어요. 못 미더웠거든요. 초등학생 밖에 안된 자식에게 다 죽일거라 고래고래 외치는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될까 싶었어요. 그리고 된다 한들 제가 싫었어요. 제대로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멋대로 잘 지내려 노력하는게 비겁하게 느껴졌어요. 엄마는 중학생이 된 내게 아빠를 싫어하지 말라고 했어요. 너랑 장난치고 싶은거라고. 엄마는 기억 못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얘기하지 않으려 했어요. 아픈 기억을 내가 떠오르게 할까봐. 그런데 내가 너무 억울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냥 아빠를 싫어하는 딸로 보이기 싫었어요. 그래서 얘기를 꺼냈어요. 조심스럽게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 잊을 수 없는 것들 나의 감정등을요. 엄마는 묵묵히 듣다 어쩌겠냐,우리가 이해해야지.라고 얘기했어요. 저는 그때 되게 속상했어요.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미웠고, 그렇게 밖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엄마가 안쓰러웠어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답답한 마음에 올려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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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acloud
· 7년 전
엄마에겐 일어난 일에 대한 체념과 아빠를 이해하는 것이 최선일거에요. 다만 아직 십대인 딸에게 자신과 같은 이해를 요구하는 건 섣부르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아빠가 삶을 지속하기 어려울만큼 현실을 버거워하지만 그럼에도 자녀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한 것 같아요. 나중에 성인이 되고서 아빠랑 맥주라도 한잔하며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나도 그때 많이 어렸는데 그날 일이 생생하다. 아빠가 이러이러 해서 정말 많이 무서웠고 그 뒤로 아빠가 어려워졌다. 나도 성인이 되어보니 아빠가 두려워했던 상황들이 이해는 간다. 이제와 내가 아빠를 이해한다해도 그 일에 대해 아빠가 했던 행동은 잘못되었다. 그래도 사랑으로 키워주고 생각했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분명 아빠 입에서도 고맙고 미안하단 말이 나올거에요. 아직은 부모의 권위 아래 성장해야 할 때이니 조금만 기다려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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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7년 전
두분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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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021
· 7년 전
어머니 입장에서는 남편이 이런 사람이든 저런 사람이든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딸의 아빠 아니겠어요..? 그러니 당신이 그러셨을때 앞에서는 차마 안좋은 말 못하고 속으로는 억장이 무너지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