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언니는 두 살이 되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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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저희 언니는 두 살이 되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제가 태어났고, 부모님은 언니의 사망신고와 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제가 그냥 언니의 이름과, 나이와, 생일을 가진 사람으로 살게 두셨어요. 우리 가족은 하늘로 떠난 언니를 제외하면 부모님까지 총 7명이에요. 오빠가 두 명, 제 아래로 쌍둥이 동생들. 다섯 명 다 주워온 자식들이고, 첫째 오빠를 빼면 다들 자신의 형제의 손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은 맨날 집에 안 계셨거든요. 언니의 나이와, 이름으로 사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냥 남들보다 두 살 어리지만 두 살 많게 사는 것 뿐이었고, 이름은 개명하면 되고. 하지만 동생들이 집으로 온 이후로 어린 동생들도 봐야하고, 내 공부도 해야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고1 때 자퇴를 했습니다. 지금은 열여덟살이구요, 언니 나이론 스무살이에요. 동생들은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고... 그래서 올해 초부터 다시 중3 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길 고등학교가서 바로 감잡긴 힘들테니까 3학년부터 하고 올라가는게 좋을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힘들어요. 작년까진 맨날 알바하고 동생들 보고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었는데 이제 매일같이 글자와 숫자와 마주해야하잖아요. 꿈이라는 걸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는데 뭐하는 건가, 시간낭비인가 싶기도 하고. 어쩔 땐 이렇게라도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씩 무섭고 두려워요. 혹시 또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 힘들 때마다 날 데리고 오신 부모님이 생각나요. 이렇게 데리고 와서 이렇게 방치할 거면 날 왜 데리고 오신 걸까. 오빠들은 이미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데 난 평생 가다가 멈춰서는 걸 반복하는 건 아닐까. 그냥 살다가 죽거나 살았을 나를 왜 데리고 와서 더 힘들게 하는 건지... 원망스럽고 싫고 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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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wno
· 7년 전
리틀포레스트 영화 보셨나요? 거기에 주인공의 엄마가 그런 말을 했어요 인생은 나선이라고 항상 같은 포인트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것 같아보여도 사실은 나선을 그리며 점점 커져가면서, 원하는 방향을 향해가는거라구요 가다가 멈춰서는 것같고 실패가 고스란히 실패로만 남는것 같고, 해도 사람은 노력했던 시간만큼 고민한 시간만큼 저도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기도 해요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으니 커나가시는 오빠들과 본인을 비교하진 마셔요.. 부모님의 이야기는 제가 말씀을 하기 어려운 부분같아요 글쓴분의 가족사와 감정은, 겪어*** 않은 제가 무어라 함부로 짐작할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님의 인생이 책이라면 주인공은 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많은 장을 차지할순있어도 결국 인생의 주체는 나하나뿐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에 닿는 말씀을 드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포기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겪으시는 님께 무언가 응원을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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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7년 전
@rjwno 정말 감사해요.. 항상 비교하면서 힘들어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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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wno
· 7년 전
화이팅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