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아주 어렸을때 아빠가 퇴근을 했고 나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
알림
black-line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7년 전
옛날에 내가 아주 어렸을때 아빠가 퇴근을 했고 나는 아빠가 현관을 들어오자마자 "아빠!" 하면서 달려가서 안겼고, 그런 나를 "어,어.." 하며 밀어내던 아빠를 기억해. . 뭐.. 솔직히 아빠가 온게 좋아서 아빠 외치며 달려가 안겼던거 아니었어. 티비 보다가 아빠 왔길래 아..... 아빠왔네...... 앞에 나가기 귀찮다. 이 생각했어. 눈을 감았어. 세상이 안보이도록. 어쩌면 난 어렸을 때부터 알게모르게 우울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사실은 그냥 내 또래 애들은 이래야 할 것만 같아서 그랬던거야. 그럼 나도 할 말 없는거겠지. 아빠도 피곤했던거겠지. 초등학교 저학년 때던가? 학교에서 십자수로 차에 놓을 수 있는 휴대폰 번호쿠션을 만들어서 아빠한테 줬었어. 그리고 나는 며칠 뒤에 바닥에 있던 그 쿠션을 봤던걸 기억해. 그리고 아빠가 번호판을 새로 사서 차 유리에 붙였고, 내 쿠션 대신 붙어있던 새로 산 번호판을 봤던것도. 난 기억해. . 그렇다고 다른 내 또래 애들차럼 상처받는다거나 그러지 않았어. 그냥 그렇구나.... 이 정도. 언제부터인가 아빠가 내 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내가 보던 아빠의 눈은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어. 그래서 매일 집에서 여름에도 후리스를 입고 긴 체육복을 입고 그랬어. . 내 착각이었을까? 내가 너무 힘들었을 때 방문을 잠그고 많이 잤었어. 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내겐 절실했거든. 그런데 아빠가 방해했었지. 밤마다 아빠가 내 방문을 따던 그 소리도, 방문을 따고 들어왔던 아빠도, 나는 다 기억해. 어김없이 그 날도 아빠는 방문을 따고 들어왔었지. 나는 방문을 따는 소리가 들릴 때부터 원래 그랬듯이 자는 척을 했어. 아빠는 내 그곳을 손으로 눌렀고 나는 깜짝 놀라서 일어났어. 그랬더니 아빠가 그랬지. "아니아니, 이거 (침대 옆에있던)베란다문 닫으려고." . 베란다문 닫을거면 그냥 닫으면 되잖아. 왜 당황하면서 그렇게 말했던거야? 말하는 속도는 왜 그렇게 빨랐던거야? 마치 핑계대는 사람처럼.. 외국에 아빠랑 나 둘이 호텔에서 잠깐 묵었을 때, 생리기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계속 안하는거야. 그래서 나 그 때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아빠가 나 잘 때 술마시고 들어와서 실수한 줄 알았어. 그 때도 아빠가 내 침대에 같이 누워있으려고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들어왔었잖아. 나는 그 때를 기억해. . 아빠는 그 때를 기억해?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어? 호텔에서 아빠가 내 속옷보면서 그랬지. "네 속옷 보니까 엄마꺼 같던데. 너꺼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잘못 갖고 온거 아니야?" . 그 말 할 때 왜 미소를 띠었어? 왜 웃었던거야? 아니 애초에 그 말은 왜 했어? .....내가 예민한걸까. 내가 자퇴를 고민해서 엄마한테 털어놓고 엄마와 싸웠을 때, 아빠랑 차를 타고 가던 도중에 아빠에게 자퇴를 상담하려고 했었어. 그 때 아빠가 나한테 한마디 했었지. 그 한마디가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 그런데 그 한마디를 듣던 그 때 내 기분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 내가 어떤 상황인지는 묻지도 않고 아빠는 항상 다 알고 있단 듯이 내 얘긴 별것도 아니란 듯이 그렇게 한마디 툭.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그냥 한마디 툭. 툭 던지는 그 한마디가 그렇게 아프고 무겁더라. 나는 삶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빠는 항상 내 얘긴 듣지도 않고 한숨만 쉬고는, 모른채 자리를 피하거나 아니면 한마디를 툭하고 던져. 아예 말을 꺼내지도 말란듯이. 그게 나한텐 얼마나 상처였는지도 모르고. 아빠는 내 얘기를 들어줄거라 생각했던 내겐 얼마나 충격이 됐을지도 모르고. 아빠는 그냥 그저 단 한마디면 내가 아빠, 엄마 원하는대로 보통 애들처럼 얌전하게 살거라고 생각했었나봐. 그것도 날 아프게하지만, 근데 그것보단, 그 한마디로 고통 속에 살던 내가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내 입을 틀어막아버렸어.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 그게 제일 아팠어. 이제는 엄마, 아빠가 열심히 하는 나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흐뭇해하고 안심하는 모습을 한다는게 상상만해도 너무 싫어졌어. 옛날에는 날 보며 흐뭇해하는 엄마 때문에 똑부러지는 딸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살았는데, 나는 세상에 눈을 떴고, 엄마,아빠 모르는 사이 너무 망가져버렸어. 이미 오래전부터 죽음을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면 설명이 될까? 그러니 내가 별거아니듯, 내 일이 아무일 아니듯, 그렇게 ***말아줘. 자신의 말 몇마디면 내가 정신을 차릴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줘. 나는 그 몇마디에 더 회의감을 느낄테니. 내 삶은 내가 고민할 수 있게 내버려둬줘. 제발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통보식으로 그러지 좀 마. 다 안다는 듯이 그러지 좀 마. 왜 내가 내 미래를 고민해서 상의하려고 하면 왜 한숨쉬면서 나보고 왜 뭐라고 하는거야 왜.... 우리집은 물려줄 재산 없다고 오빠랑 나한테 옛날부터 그랬었잖아. 엄마,아빠가 나한테 돈 안물려줘도 돼. 아니, 재산, 돈 그런걸 다 떠나서 그거와 상관없이 일단은 내가 살아가야 되잖아.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살아야하잖아. 대신 안살아줄거잖아. 근데 왜 나보고 생각하지 말라는거야. 왜 그때가서 생각하래? . 보통 사람들처럼 자식은 학교 졸업하고 회사 취직하고 자신은 퇴사해서 산다는 그 짜여진 틀을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줘. 아빠의 대본대로 살만큼 난 얌전하지 않으니. 최근엔 아빠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는 좋은 아빠에요." 라고 보이고 싶고 그런식으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근데, 아빠. 요즘엔 계속 아빠가 좋은 아빠도, 좋은 남편도 아니라고 느껴져. 사회적 인식으로선 '아빠' 한테 이러면 안된다는걸 알지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어. . 그래도 아빠는 착한 사람일거야. 그래서 나는 더 싫어. 아빠가 나한테 해온 그 행동들에 대해서 아빠를 이해하려하게만 되잖아... 착하던지 나쁘던지 하나만 하란 말이야. 나쁘면 아예 떠났을건데, 날 생각해주는게 그동안 살면서 못느껴본 감정은 아니라서,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고 내가 이러고 있잖아. 그래서 더 싫어.. 더 이상 아빠랑 말을 못하겠어. 아빠랑 마주치는 것도 못하겠어. _ 내가 나쁜 사람일 뿐인거지? 내가 기억속의 아빠도, 지금의 아빠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딸인거야. 나 대신에 저 모든걸 받아들이는 딸이었다면 더 좋았겠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2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hahahehe
· 7년 전
아빠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인간들...
커피콩_레벨_아이콘
miran88
· 7년 전
글읽는데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