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생각할 때마다 스트레스다. 어릴 땐 그렇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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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새삼 생각할 때마다 스트레스다. 어릴 땐 그렇게 순하고 마음이 좋아서 어른들이 예뻐하던 우리 오빠. 내가 여섯살 무렵의 크리스마스 아침... 일어나보니 오빠가 산타할아***가 두고갔다며 창틀에 올려진 개구리지우개를 가리켰고 어린마음에도 오빠가 줬다는 걸 알기에 깜박 속은 척을 하며 너무 고맙고 기뻐서 활짝 웃은 기억이 난다. 내 기억 속의 오빠는 그런 존재였다. 동생들을 정말 잘 놀아주고 화 한번 안내고, 어른들의 말도 참 잘 따르던. 부모님이 하는 말씀은 안 들어도 같은 말을 오빠가 하면 그렇게 기쁘게 따를 수가 없었는데... 처음은 순한만큼 수동적인 성향인 게 문제였던 것일까 혼자 알아서 하는 일이 없고 똑부러지지 못하고 뭐든 끝을 ***를 못하는 과정이 이어졌고 그러한 과정의 연속으로 오빠는 결국 자꾸만 실패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게 없으면 어떠랴, 못 찾았으면 어떠랴, 그렇다면 이판사판인거 하던거라도 하면 되지...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도 그것을 전공으로 삼다보면 결국 혐오할만큼 싫어지는 걸. 어찌되었든 그것을 이기고 지속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이지. 무엇을 하든 끈기와 인내의 연속인걸... 하지만 본능에 충실한 오빠는 수능 직전까지 학원도 빼먹고 피씨방에 다니던 오빠는 대학을 집에서 꽤 먼 곳으로 다니게 되었고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새로운 세계에 맛들인 오빠는 또 그곳의 분위기에 휩쓸려 펑펑 놀고 또놀더라. 아직도 기억한다. 수능 후에 꺼내본 오빠의 교과서와 문제집은 첫 10페이지 이후 새 책이더라. 자취비용은 누가 대나? 부모님이 내시지. 생활비는 누가 대나? 부모님이 내시지. 술값, 노는 값, 여자한테 쓰는 값 누가 대나? 물론 부모님이지. 아니, 없는 형편에 여섯식구 먹여살리느라 마이너스 통장된 게 안 보인단말인가? 알고보니 순하고 착한게 아니라 아무생각이 없는 것이었을까?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전역 후에 학원비 생활비 게다가 여친있다고 용돈까지 부모님께 타서 쓰지 중간에 기숙학원 들어간다고 거의 학비에 호가하는 돈을 때려붓지 열심히 하면 말을 안해. 4년 동안 수능 공부할때 마냥 게임에 친구에 여친에 책은 넘나 깨끗해 그게 몇년? 5년이 채워져가네. 부모님이 강압적으로 그것만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진짜 하고싶은 것을 말하라하니 그것도 아니고. 더 이상 지원안해준다니까 그제야 요근래 시험 전에는 하더만 남들 몇년 동안 10시간을 공부한다는데 이제와 후회해봐야 되겠나. 경쟁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가 없는 거야 그건. 여친이 있는 것까진 그렇다 쳐. 용돈? 그나마 알바도 좀 하는가 싶더니 이삼개월하고 결국 안하더만 더 이상 용돈같은 거 이제 타서 쓸 생각 말라니까 꽁해진 말투로 부모님을 대하는 삼십대를 내가 보고 있어. 오빠가 부모님 등골 빼먹는만큼 나는 부모님께 미안해서 손을 벌리지 못했어. 나 학교 다닐때도 생활비 정도는 벌어서 썼고, 졸업 하자마자 공부할 돈 일하면서 모아서 쓰면서 공부하고 있고 식사시간이 없고 돈이 아까워서 편의점에서 급하게 사먹으면서 살았어. 우리 부모님은 동생이 첫째보다 잘나면 밸런스 무너진다고 남들앞에서 내 기죽이려고 깎아내리기 바빴고 오빠 있는 앞에서 날 유희거리로 만들기 일쑤였어. 그럼에도 난 혹시 오빠가 동기부여가 되서 열심히하진 않을까하고 생일날 오빠 힘들지 힘내라며 용돈을 줬어. 그런데 우리 오빠는 그런 날 같이 뭉개버리려하더라? 못먹고 살아서 광대가 도드라져가는 나를 못생겼다고 하고 준 용돈은 고이 간직할 줄 알았더니 얼마 후에 어디에 썼는지 빈봉투만 남아있고 얘기를 하다보면 여자 몸매 얼굴 품평질하는 쓰레기같은 얘기에 온갖 ***같은 얘기, 결국은 나 깎아내리는 얘기, 문화생활 좀 하라는 ***에 웃겨 뒤지는 줄 알았다. 문화생활을 할 돈과 시간이 오빤 어디서 났니~? 나 곧 한국 뜨는데, 떠서도 부모님한테 좀이라도 손벌리지 않으려고 몇달 후 일부터하면서 뼛골빠지게 공부할 생각인데, 오빠랑 부모님 두고가면 집안 파탄날까봐 엄마 멘탈 조각날까봐 걱정돼. 집안에 알고도 ***취급 당해줄 나같은 사람이 있어야 머리 맞대는 저녁식사에 하이톤웃음이라도 나올텐데말이지. 나 가있는데 부모님이랑 통화할 때 울음터지지 않게 제발 부탁한다 오빠야 나는 아직도 개구리지우개 오빠를 기억하는 어린아이인 채로 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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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Soon
· 7년 전
답은 님도 알고계시겠지만 그냥 냅두는거 말고는 답이 없어요. 이걸 부모님의 교육탓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자라면서 환경요인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그런건지는 잘 모르지만 답답한 상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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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life
· 7년 전
저도 친언니에게 비슷한 감정이 있었어요. 일하지만 일해서 번 돈은 화장품에 신발에 다 쓰고.. 부모님에게 용돈이며 집세며 다 받고 살아요. 똑똑해서 사교육비 더 들어간 다른형제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30대 중반인데 결혼전까지 용돈 받고 살 생각인것 같아요... 우연히 친언니 선배랑 알게 되면서 진짜 이해 못했던 언니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전 똑똑하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언니는 외모로 차별 많이 받았고, 왕따도 당해서 화장품에 옷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거더라고요. 돈을 많이 써서 자기 치장을 하고 높아보이려고 애쓰는 거였어요. 부모님의 의견도 저는 조언로 받아들이는 반면, 언니는 적대적으로 받아드립니다. 저는 부모님앞에서 무례한 태도를 정말 이해 못했어요. 하지만 언니는 저와 다른 사람이고 자기 주장이 확고한데 부모님의 충고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른 거더라고요. 저는 선배의 애기를 듣고 언니의 성격에서본 입장이 내가 내성격으로 판단한 언니의 입장과 다르다는걸 알게됐어요. 많이 반성하게 되었고. 내가 뭘 어떻게 해서 언니의 성격과 태도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언니의 행동엔 언니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내가 모르는 최선을 다하고 있더라고요. 아직까지 부모님 용돈으로 살고 요즘 부모님께 차사달라고 조르는 게 참.. 제가 보기에 한심하지만.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고 하니, 그져 언니 마음 상하지 않은 선에서 좋은 적금 알려주고, 핸드폰 가계부 자동 등록 되는 것도 알려주고, 각종할인 방법도 알려주고,좋게좋게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려고해요. 오빠분이 그러는데는 이해 못할 지도 모르는 그분만의 이유가 있겠죠. 님이 할 수 있는건 어머니 맨탈 조각나지 않게 해주는 것 같아요. 님이 정말 효녀이십니다. 집안사정이 관심 없는 제동생 같은 사람은 마이웨이라서 관심이 1도 없거든요 ㅎㅎ 긴글읽어줘서 고마워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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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life
· 7년 전
외국에 나가도 몸조리 잘하고요.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