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최근 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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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엄마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최근 들어 빠르면 9시, 보통 10시에 하는 외출이 잦아지셨다. 나갈 때는 꼭 '아빠한테 전화 오면 엄마 잔다고 해 줘.' 라는 말씀을 하고 2시간 뒤에 들어오신다. 여기서 하나 얘기해 줄 세 있다면 남이 보는 내 이미지는 '눈치 없고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지 못하는 애'라고 비추어진다. 난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고 분위기 흐름을 빨리 파악한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현실을 부정하고 무시하려고 애쓰는 것 때문에 눈치가 없다고 비추어질 뿐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난 눈치가 빠르다.'라는 것이다. 처음의 외출 때는 엄마가 친구를 만나러 간다 해서 알겠다 하고 넘어갔지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 네 번, 셀 수 없을 때가 됐을 때는 어느 정도 수상함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엄마를 상대로 의심을 하게 된다, 이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고 찝찝함을 남겨둔 채 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사건은 일주일 채 되지 않는 며칠 전이었다. 엄마가 집에 늦게 들어오셨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워 누군가와 전화를 하셨다. 나는 화장실에 가면서 듣게 되었다. 볼 일을 마치고 다시 화장실에 나와 동생 방에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엄마는 왜 나보고 *** 않냐며 독촉을 하셨다. 그때는 방학이었고 12시면 내가 *** 않는 시각이란 걸 뻔히 다 알면서도 그랬다. 괜히 짜증을 부리며 알겠다면서 잘 거라고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 방에선 엄마의 목소리가 선명했다. 분명 아빠가 아닌 사람과 전화를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 그런지 크게 충격받지는 않았다. 그냥 우리집, 나와 동생이 다 있는 집에서 다른 남자와 전화했다는 것에 실망하고 충격받았던 것. 좋아한다는 말을 작게 하고, 보고 싶다, 네가 좋다, 라는 말을 하는 엄마가 엄마가 아닌 것 같았기에. 졸려서 반쯤 정신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폰을 쥐고 전화를 하던 엄마에. 이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조용히 문을 열어 폰을 뒤집고 녹음을 했다. 엄마가 폰을 잡는 횟수가 빈번해질 때, 내 옆에서 누군가에게 '뭐 해? 밥 먹었어?'라고 보낸 뒤, 내가 한 번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친구, 친구야.'라고 변명했을 때, 늦은 밤 아빠에게 비밀로 해 달라며 외출이 잦아질 때,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알고 있을까,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걸까, 이걸 아빠가 알게 되면 가정은 어떻게 되는 거지, 동생이랑 나는? 부모님께서 이혼하시는 걸까. 내가 중학교 때부터 고 1 때까지 싸움이 잦으셨었고, 이혼 얘기도 쉽게 나왔을 때였다. 고 2 때도 큰 싸움이 몇 번 있었지만 괜찮았다. 지금까지 정말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라 생각했다. 재미있고 웃음이 멎질 않는 가족. 진실을 알고 나서는 엄마한테 예전처럼 대하지 못하게 됐다. 행동은 평소대로 한다지만 분명 난 어색하고 불편한 데다가 가끔 피하기도 한다. 엄마도 느끼는 눈치였던 것 같은데, 내가 알 거라곤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엄마가 아빠에게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나와 동생을 사랑한다면 이런 짓은 생각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끔찍하다, 엄마의 행동이. 날이 갈수록 나는 우울증은 아니지만 가끔의 우울을 겪게 되고, 울음을 참다가 터트리는 날도 겪게 되고, 세상에 나란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 외롭다는 느낌을 자꾸 받는다. 이 일도 그렇고 또 다른 나의 큰 고민은 자꾸 나를 옥죄여온다. 그냥 이 고민을 가족에게는 물론, 친구, 그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이었기에 적어 보는 것이다. 애초에 이 고민은 해결책이 없는 고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위로받을 일도 아닌 것 같기에, 그냥 내 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필요했기에 적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더 이상 정리가 되지 않고 복잡하기만 해 여기서 끝내 보려 한다. 그렇게 짧지는 않은 글인데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감사하고, 없다면 그냥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익명이라 해도 난 조금의 용기를 내 본 게 아닐까 하는 것에 대한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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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tem
· 7년 전
수고했어요. 답답하시겠다 어려운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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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eh
· 7년 전
함부로 뭐라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네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가정사에 뭐라고는 못하겠지만 마카님의 잘못이 아니란 것만 생각해주세요 이해가 안간다면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족이라고 다 이해가 되진 않으니까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