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제가 정말 나쁜 사람 같습니다.
저는 겨우 두세 달 전에 저의 일방적인 부탁으로 이별을 한 사람입니다.
한 달도 겨우 못 넘기던 짧은 연애 기간이었네요.
아직도 제가 어디서 뭘 하고 있던 시도 때도 없이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미안하다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생생하기만 합니다.
서로 그저 친구로 처음 만나 얘기도 몇 번 해보고 장난도 걸며 새벽까지 연락을 주고받다 잠들기를 일 년을 하고 시작한 연애였습니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한 달을 못 채우고 헤어졌네요.
사귀고 난 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 아무도 모르게 만나고 아무도 모르게 헤어졌습니다.
학생인 지라 시간 맞춰 놀러 가자, 한 곳도 가지도 못하고 그저 연락만 하는 사이처럼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이기적이게도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스치듯 한 후부터는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더라고요.
거의 온전히 저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그걸 알고 있었음에도 헤어지자고 한 마지막 통화에서 새삼 깨달아버렸습니다.
저와 그 사람 둘 다 조금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더 이기적이었나 봅니다.
그 당시 제가 저 자신을 돌보는 것만으로 힘들어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내며 자신을 스스로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락이 늦어지고 미안해졌지만, 마음은 마음대로 멀어져갔던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잠수를 타고 처음으로 제가 꺼낸 말이 이별 통보였네요.
거기에 그동안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라고, 어디 다친 줄 알았다며 걱정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머리를 헤집어 놓습니다.
이런 자존감도 낮고 우울하고 자기 관리도 안 되고 스스로 상처나 내는 사람이랑 만나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서 계속 밀어냈는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걸까요.
그 이후로 단 한마디도 나눠본 적도 없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마주치는데 그때마다 생각나서, 다시 잘 되고 싶다는 생각 없이, 미안해서 딱 죽고 싶습니다.
보고 싶다 좋아한다, 라기보다는 미안하다.
이젠 친구도 아닌 그 존재가 앞으로 행복하길 바라는데,
이런 제가 제정신이 맞는 걸까요.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