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길어요
사실 무슨 말부터 해야될지 정말 모르겠고 하고싶은 말들이 정리도 안되지만
일단 제 이야기를 한번 적어볼게요.
정말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정신건강의학과 다니면서 약도 먹고있고, 상담센터에서 선생님과 심리 상담도 진행하고 있어요.
정신과랑 상담센터도 다닌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것같아요.
실제로 도움도 많이 받았고 제 상태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모든것이 부질없이 느껴져요.
어떻게 보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보다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약도 먹기 싫고, 심리상담도 저항이 온 건지 심리치료 해서 뭐해 라는 생각만 들고,
심지어는 자해/자살 충동도 굉장히 심하게 들어요.
그런데 이게 어떤 한가지의 이슈때문이라기 보다는,
제가 아주 어릴때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것같아요.
저도 제 감정이 뭔지, 제가 왜 힘든지 정말 모르겠거든요.
그냥 화가 나고,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정말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꼬여서 이게 도대체 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
제 기억을 돌이켜 보면, 저를 제일 힘들게 한건 가족들인 것 같아요.
제가 네 살때, 동생이 태어났어요.
당연히 새로 태어난 갓난아기이니 동생에게 관심이 더 가는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저는 그 어린 나이에도 엄청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꼈어요.
세상 모든 첫째들이 동생이 태어나면 그런 감정들을 느낀다고 하지만, 저는 실제로 동생이 태어난 이후 그냥 방치에 가까웠거든요.
저도 아직 어린데, 나도 고작 네살, 만 세살의 어린 아이였는데,
동생이 울면 그냥 저만 혼났어요.
갓난아기는 말을 못하니 배가 고파도 울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때도 울고, 졸려도, 그냥 이유없이 울기도 하는데...
그렇게 우는것도 모두 제 탓이 되었어요.
사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면서 저와 동생은 할머니 손에 자라고 엄마 아빠는 주말에만 만나서 평일에는 그냥 관심을 덜 받는다는 느낌,
그냥 서운한 마음과 약간의 소외감이었을 뿐인데, 주말에 엄마 아빠가 오면 저는 너무 괴로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학대라고 볼수도 있을 수준의 상처를 주었거든요.
그 어린 나이에, 사실 누가 봐도 도움이 필요한 일들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했거든요.
이게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기억인데, 이후의 성장과정도 돌이켜 보면, 확실히 좋은 기억보다는 안좋은 기억이 훨씬 많아요.
5-6세무렵, 제가 자고있다고 생각했는지, 엄마와 할머니가 크게 싸웠어요.
집안 물건이 많이 부서지고, 접시가 깨지고, 중간에 끼인 아빠는 말리다가 칼을 들고 있었고,
할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계시고.
저는 이 모든걸 다 봤어요.
자는 척 누워있었지만, 방문이 열려있었고, 문 틈으로 모든 상황이 다 보였거든요.
그리고 이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박혀있고, 트라우마로 남아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자세히 적으면 글이 너무 길어질것 같아서 간단히 적어보면,
이 일이 있기 전에도 그 어린 나이에도,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서 너희엄마는~, 너네 할머니는~ 하면서 서로 욕하는 내용들을 들어야 했고,
이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언제 엄마랑 할머니가 싸우지 않을까 하면서,
밥을 먹을때도, 놀러 가서도, 계속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불안해 하고 있어요.
성인이 다 된 지금까지도요.
유년시절의 기억에서는 이 두가지가 제일 크게 남아 아직도 저를 괴롭히고 있는 부분들이지만,
첫째라는 부담과 책임감, 언니라는 역할, 큰딸의 역할만 강요당하고, 세뇌되어 왔을 뿐,
그 어린 나이에도 저라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었어요.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자란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상황은 점점 더 안좋아 졌어요.
초등학교때부터의 기억은 조금 간단하게 적어볼게요.
처음에 입학했을 때, 저는 아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모두 같은 아파트단지, 같은 동네에서 유치원때부터 다 친해져 있었고,
동네 놀이터에서 놀면서 친해져있었는데,
저는 유치원을 할머니 강요로 불교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동네에서 다니지 않았고,
아침에 등원하면 저녁까지 유치원에 있다가 집에오면 저녁먹고 자고, 그러다 보니 놀이터도 거의 갔던 기억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동네에는 친구가 없었던거죠.
그렇다고 다른 엄마들처럼, 엄마들끼리 친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안그래도 소심한 성격인데 어릴때 받았던 상처로 다른사람에게 다가가는 일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어려운 숙제였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마음 착한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어머님의 도움으로 좋은 친구들이 생기고 잘 지냈어요.
집에서는 여전히 언니역할, 큰딸, 첫째의 역할, 그리고 학교 입학 후 부터는 뭐든 잘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며 공부에 대한 부담도 늘어났지만요.
그 후 5학년때까지는 크게 별다른 사건은 없었던것 같아요.
그저 집에서 주는 압박과 부담에 힘들어했지, 친구관계도 나름 괜찮았고...
그런데 5학년때부터 이유없이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어요.
이 따돌림에 대한 이야긴 지난번에 따로 자세히 올렸지만,
잘 지내던 친구들이 갑자기 모두 등을 돌리고, 방관이 아니라 저를 너무 힘들게 만들고,
지나가면 욕하고, 때리고, 이유없이 저를 너무 괴롭혔거든요.
나중에 알고보니, 전학온 친구가 그냥 저를 맘에 안들어 하면서, 주도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전학온 친구가 소위 말하는 일진, 그냥 학교에서 애들이 좀 무서워하고 피하는 그런 유형이었어요.
그래서 저를 괴롭히라고 반 친구들을 주도하고 애들은 그 애가 무서워서 동조하고 방관하는 일이 벌어진거죠.
괴롭힘의 정도는 점점 심해져서 저는 하루하루를 지옥속에 살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말해도 그저 흔한 또래 친구들끼리의 트러블로 치부하고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것은 6학년때까지도 계속되고 그때는 정도도 정말 심해서 그냥 따돌림이 아니라
요즘 이슈되는 학교폭력, 그보다도 심한, 어떻게보면 범죄 수준이었지만, 저는 그때도 절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저 혼자 참아내고, 중학교 가면 다른 초등학교에서 오는 친구들도 있고, 새 친구를 사귈 수 있을거라 희망을 품고 버텼어요.
그런데, 불행히도 중학교 마저 그 가해자와 같은 학교로 배정받고, 중학교 때는 반에서 뿐만 아니라 전교에서 왕따가되어
3년내내 괴롭힘을 당하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안고 살았어요.
고등학교에 가서야 그냥 괜찮은 척 하며 따돌림 없이 지낼 수 있었어요.
괜찮아 진 건 절대 아니었지만, 괜찮은 척을 해야 제가 살수 있었기에 그렇게 버티며 심리치료도 받고,
겨우겨우 조금씩 극복하고 평범한 삶에 가깝게 지낼수 있게 된것같아요.
그때도 사실 집에서는 너무 힘들었어요.
고등학교에 가면서 대학입시를 신경써야 하니까, 제 성적에 정말 많은 압박을 받았고,
사실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도, 전교 1등을 못했다고 저는 욕을 듣고, 집에서 맞고,
네가 잘해야 동생이 잘하지, 너는 당연히 잘해야지, 우리 집안에서 너밖에 기대할 사람이 없는데 완벽해야지.
라는 말을 들으며 부담은 여전히 안고 살았고...
그런데 그게 세뇌가 되어, 다른 누가 아니라 저 스스로도 저를 많이 괴롭히며 살았어요.
문과/이과 진로를 정할때도, 저는 문과를 가고 싶었지만 이과가 아니면 확인서에 사인을 안해준다고 해서
이과에 체크를 한 뒤 사인을 받고, 나중에 문과로 수정해서 제출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 뒤 문과에 갔다고 고2부터 내내 집에서 욕들으면서 살았거든요.
음, 어쨌든 그렇게 고3까지 보내고, 저는 인서울이라 말하는 흔히 명문대로 알려진 몇개의 대학에서 최종 합격통보를 받고
대학에 가서 이제까지의 과거는 지우고 새 삶을 기대하고
있던 때, 갑자기 아빠가 저를 중국으로 가라며 유학을 보내겠다고 그냥 가라고 통보해왔고,
저는 앞으로는 내 의견을 내면서 당당하게 살거라고, 내가 그 고생을 해서 이제야 내가 하고싶은 공부 하면서 내 인생 살겠다는데
왜 그러냐면서 크게 싸웠는데, 사실 재정적인, 경제적인 도움을 부모님께 받는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강제 유학을 갔고, 중국어를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중국어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상황에, 중국 대학 입시를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도 저를 너무 절망하게 만들었어요.
이럴거면 차라리 고3때 중국어를 배우라고 하지, 그렇게 힘들게 입시를 끝냈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건가 라는 생각도 했고..
어차피 이럴 계획 이었으면서, 왜 고등학교 3년 내내 성적으로 날 그렇게 괴롭혔나 하는 분노도 컸어요.
앞에 적었던 모든 기억들과 서러움이 이때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우울증이 그때부터 다시 생긴것같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중국어 배워두면 좋지, 남들은 유학 오고싶어도 못오는데, 좋은 기회겠지.
억지로 좋게 생각하면서 중국에서 대학교 입학까지 했는데, 중국 대학은 한국의 고등학교처럼 담임선생님이 있고,
시간표도 모두 짜여져있고, 학교 생활도 실제 한국 고등학교와 다를게 없어서 정말 실망과 허탈감이 크게 왔고,
어떻게든 버티려고 할수록 우울은 더 크게 다가왔고, 버티다 못한 저는 부모님께 말씀드려 다시 한국가겠다 선언했는데,
완전히 무시 당했어요.
그때 저는 정말 쌓아둔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해 자살을 시도했어요.
그런데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저는 결국 중국 대학교를 졸업까지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제가 원래 하고싶었던 학교 선생님을 하기엔 대학원도 가야하고,
대학원을 진학한다 하더라도 학부 전공과 대학원 전공이 달라 교사 자격증을 따기도 힘들고,
국내 대학이 아니라 해외 대학이라 입학 조건도 더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고 그냥 포기했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고, 가르치는 일이 좋은것이니 학원이라도 좋다 하고
학원에 취업을 해 일을 잘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는 수업중인 저에게 제가 받을때까지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남기고,
아*** 뿐 아니라 아*** 회사 직원들까지 그러고, 단 한시간 수업이 끝나고 휴대폰을 보면 부재중 전화가 최소 20통이 와있을 정도였어요.
아***가 중국이랑 거래하는데, 통역을 해라, 연락해봐라, 메일을 보내라, 왜 안받냐.
사실 학교 다니면서도 제가 아*** 일을 많이 도와드리긴 했거든요.
그 때 알았어요. 아, 이러려고 날 강제로 유학보냈구나 라는 사실을요.
그러면서 억지로 아닌 척 덮어둔 우울감은 다시 올라오고, 우울증도 다시 생기게 된 것 같아요.
계속되는 전화에 수업 진행이 불가능 할 정도가 되고,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께도 눈치보이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서
결국 전 제가 하던일을 포기하고 작년 9월 아*** 회사에 입사했어요.
그런데 정말 버티기 힘들어요.
일 자체도 저랑 안맞고, 가족사업이다보니 집에서도 일얘기를 하고,
퇴근해도 아빠가 사장님이다 보니 쉬는 것 같지도 않고, 회사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또 그냥 그만둬버리자니 그래도 우리 아빤데...
가족인데... 또 내가 아니면 누가 하냐, 내가 해야되는데...
(사실 동생이 경계선지능장애를 갖고 있어서 어릴때부터 저한테 모든 기대를 걸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일 하기 전에 중국쪽에 아빠가 오래 알던 조선족 분에게 일을 맡겼는데 횡령도 하고 중간에 장난질을 쳐서 크게 손해를 입히기도 했구요.)
이런 생각에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고,
지금은 생활 공간만 이라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저는 조금 무리해서 독립해 나와 살고,
우울증과 불면증, 공황장애가 심해져 입원까지 할 정도가 되자 매일 출근은 안하고,
중국 출장이나 특별한 일 있을 때 일주일에 한 두번정도만 출근을 하고 있어요. 물론 재택근무로 전화나 이메일업무는 매일 하고있지만...
심리치료도 다시 시작했구요.
그러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생각은 드는데, 요즘은 정말 아무것도 할 힘이 나지 않아요.
밥도 못먹겠고, 잠도 못자고, 해야 할 일은 쌓여만 가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안하면 큰 일이 날 상황이 돼서야
겨우 겨우, 그나마도 번역기 돌리고 제가 수정만 하는 정도로 정말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가 된 에너지를 억지로 끌어올려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회사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고, 중국 거래처는 저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제가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 회사는 부도가 날 수도 있을만큼 위기 상황이고,
아까도 얘기했듯, 어쨌든 가족 사업이다보니 그러면 제 마음도 불편해서 그만 두지도 못하고...
그런 상황에, 최근 초등학교때 저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를 우연히 마주치면서 더욱 패닉이 와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무엇인지도 모를 감정에, 밥도 약도 못먹겠고, 상담도 다 싫고,
그동안 버텨온게 다 무엇인지 부질없다는 생각만 하면서,
매일 죽는 방법만 생각하고 자살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적다 보니 글이 정말 길어졌는데, 그냥 너무 답답하고 우울하고 화가나서,
자살 생각만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싫어서...
이렇게 적어봤어요...
저 사실은 정말 죽기 싫어요. 제 인생을 찾고 싶어요.
지금 제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이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너무 답답해서 적어봤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