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서 직접 말하지는 못 했지만. 하루에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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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부끄러워서 직접 말하지는 못 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이 널을 뜁니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감정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드는 노력이 상당합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조차 부담스럽습니다. 가족과 함께 지낼 때도 항상 같은 감정을 유지하느라 힘들었어요. 지금은 혼자 있을 땐 어느정도 풀어둡니다. 하지만 스스로 제어하려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가만히 절 둔다는 게 너무 낯섭니다. 기쁜 것도 끌어내리고 슬플 때는 끌어올리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도 우울할 땐 우울하다 말하거나 자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저도 모르게 '나 우울해.' 하고 던집니다. 그럼 다들 방금까지 즐거워보였는데 왜 갑자기 그러냐는 반응이죠. 사실은, 우울할 수록 더 크게 웃습니다. 즐거워하고 반응도 크고요. 우울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히려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해요. 한동안 기쁠 일이 없어서, 어느 날 정말 기쁜 날이 있었는데 굳은 채로 있었습니다. 너무 기뻐서 가슴이 뛰는데도 낯설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요. 일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건 오래됐지만, 제가 그냥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를 가려면 씻고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집을 나서는 과정들이 당연하게 되어야지만 할 수 있잖아요. 전 그때도 그런 과정들이 참 귀찮았습니다. 그래도 학교를 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왔던 거죠. 그러다가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때, 저는 밥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씻는 것도 귀찮았어요. 한 번 하지 않으니까 두 번, 세 번. 점점 무기력해지더라구요. 그럼에도 이 간단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 제가 싫었어요. 한심하고. 사회 생활을 잘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당연히 처음엔 못할 수 밖에 없고 잘 혼나겠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좀 혹독했거든요. 그래도 나름 잘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버틸 수가 없어졌어요.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았고. 무서웠던 거 같아요. 전공 말고도 간단히 다른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제 스스로 즐겁거나 잘 했다고 느끼진 못했어요. 빈 껍데기 같은 느낌이었어요. 전. 다들 그러겠지만 저도 가정 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았어요. 맞고 자랐죠. 제가 걱정되어 드는 사랑의 매하고는 좀 다른. 부모님의 화풀이 대상 같은 거였어요. 부모님은 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는 제가 나쁜 거라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부모님의 말을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제가 나쁜 거고 맞을만 했다고요.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말했어요. 이제 날 내버려 둬 달라고. 나한테 화내지 말고, 때리지도 말고, 욕하지도 말고.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당분간이라도 날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요. 그러자 절 더 아프게 때리십니다. 어떻게 부모가 되어서 그럴 수가 있겠냐면서요. ***라고, ***ㄴ은 앞으로 살 가치도 없으니 차라리 죽여주겠다고 절 끄집어 내십니다. 그래도 전 아무렇지 않았어요. 평소와 다를 게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좀 아팠어요. 폭언, 폭행보다. 도와달라고 말했을 때 그런 반응이셨다는 게. 내가 도와달라고 말하면 도와주실 줄 알았어요. 저는 가족을 위해서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경제적인 것에 도움을 준 건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나왔어요. 같이 있을 수가 없었어요. 한동안 공포에 떨었습니다. 내가 없으면 부모님이 죽는 게 아닐까, 싸워서 다치는 건 아닐까. 제가 지금껏 그 사이에 있어서 괜찮았는데 내가 없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 거죠. 다행히 지금까지도 죽거나 다치지는 않으셨지만, 제가 없으니 다투는 일이 잦고 화해도 잘 안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중재는 제 몫이었으니까... 그럴 만도 해요. 오히려 저는 더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제 존재 가치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존재가치를 외부에서 찾는 제 스스로가 한심했고. 집을 나오기 전에는 언제 불려가서 맞을지 모르니 편히 자질 못했어요. 공포에 떨고 울면서 밤을 지샜는데 왜 그러는지 스스로도 몰라서 답답했어요. 집을 나오니 알겠더라구요. 무서워서 그랬구나. 오히려 집을 나온 지금 부모님을 더 무서워하고 있어요. 어느 날 부모님이 다시 집에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금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다시 화목한 가정을 바라신대요. 같이 밥을 먹고 인사하고 웃고 떠드는 그런 가정을요. 저도 그래요. 화목한 가정이기를 바랐죠. 앞으로 때리지도 않을 거고 욕하거나 제가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지도 않으실 거래요. 하지만 회의적입니다. 과연 잘 지켜질까요?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는데. 무엇보다 부모님이 무서워요. 부모님 앞에만 서면 아무 말도 못하곤 했는데, 그게 전부 무서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전 한 번도 대놓고 반항하거나 대들지 못했어요. 마지막 증상은 이렇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도, 심지어 아무도 모르게 아예 꽁꽁 숨어서 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제가 그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변하는 게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아요. 뭔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이런 무력감이 찾아옵니다. 뭘 하더라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결국 제 뜻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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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silver
· 7년 전
도망칠만 했네요. 다 자란 성인의 나이 이신거 같은데 그런 여자분을 부모님이 때린다....? 제가 아는 주변의 일반적인 경우들로 봤을 때 없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겁이 나신다면 일단 그 겁을 없애는 과정이 중요하겠네요. 그렇다면 님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강력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무섭고 떨린다고 해서 항상 벌벌 떨면서 살면 점점 더 과로워질테니까요. 그리고 부모님께서 그러하다면 주변에 님의 손을 잡고 끌어올려줄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할거고요. 지금 믿을 건 자기자신 뿐이고 님은 그 상황에서 누구보다 잘 알거에요.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종이에 자세히 적어보세요. 그게 어렵다면 단어들로 나열해보세요. 사랑이면 <사랑>. 평화라면 <평화>. 돈이면 <돈>. 등등 그리고나서 자신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단어들을 적어보세요. 직업이라든가 앞으로의 미래계획과 관련된..10일전에 적으신 글이라서 지금은 어떤 상태이신지 모르겠다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보니 감정만 개입되어 있어요. 삶은 감정으로 살수 없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이 감정속에 빠져들어갈수록 이성적 판단에 억지로라도 들어가려고 노력해야 그 악의 구렁텅이에서 허덕거리지 않는다고 믿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경험을 많이 했고요.. 자신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에게 보여주려고 시도를 막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아프다고 끙끙 거리기만 하시면 자신이 자신을 죽이는 꼴이 됩니다. 부모님께 덤벼들면 안되지만 때로는 그렇게 해서라도 상황전개를 해야해요. 님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요. 마음의 준비도 완전히 다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 애들을 낳으니 자식들이 고통받는 겁니다. 님이 피해받은 것도 막 따지세요. 자꾸 뭐라고 공격하고 때리신다면. 심할 경우에는 "이 따위로 대할라고 낳았냐!!!" 고 해보세요! 틀린 말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