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요 #미루기 #변했으면 #엔젤링 #두려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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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hot1999130
·7년 전
마카님들, 죄송하지만 이 글은 좀 많이 길어질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많거든요. 요즘 제가 너무 나약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할 일을 미루는 게 제일 큰 문제인데, 전에는 제가 이런 성격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원래 일을 미리미리 끝내는 걸 좋아해서 느긋하게 계획을 세우고 천천히 할 일을 해 나가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그걸 못하겠어요. 놀고 싶고 게으름 피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무서워서요. 시작이라는 걸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요. 저는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공대생이고 4학년이에요.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해 왔고, 거의 매 학기당 숨 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쁜 시기가 한두 번씩은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계획을 잘 짜고, 침착하게 차근차근 나아가는 방식으로 그 모든 시기를 성공적으로 넘겼어요. 그리고 잘된 프로젝트를 보면서 뿌듯해하곤 했죠. 그런데 그때의 저는 이젠 없어요. 일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요. 해야 할 일 목록을 확인하면 덜컥 겁부터 나요. 이걸 언제 다 하지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일 자체가 무서운 느낌... 이 상태로 꾸역꾸역 일을 하자니 능률이 좋을 리 없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그럴수록 공포는 커져요. 일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과 지금와서 밀린 일을 어떻게 수습하지, 그냥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격하게 싸워요. 특히 이때부터는 몸이 반응해요. 앞이 하얘지고,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아파지고, 눈에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누가 건드리기라도 했다간 바로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돼요. 그땐 잘 되가고 있냐는 통상적인 인사도 듣기 너무 싫어요. 이래서인지 지난 학기 성적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그리고 학기 중에 도전한 다양한 인턴 기회들, 대회들, 전부 떨어졌어요. 도전은 하고 싶어하는 주제에 겁내면서 벌벌 떠느라 막판에서야 꾸역꾸역 벼락치기 준비를 하니 될 리가 있나요. 그래도 아직 모든 도전이 두려운 것은 아니에요. 간혹 제가 진심으로 원해서 도전하는 일도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시작할 때는 질러 놓고 막상 제가 행동해야 할 때가 되면 도피하고 싶어져요. 그냥 그 일을 하기 싫고 너무 두려워요. 이상하게 이러면서도 실패가 두렵다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그냥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느낌이에요. 오늘만 해도 그래요. 학기 초라 행정실에 학생회에 여기저기 연락해 물어볼 일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이런 일조차도 저한테는 두렵게 느껴져서, 며칠을 미루다 오늘에서야 겨우 연락을 넣었어요. 이런 건 실패의 여지도 없는 것들이었는데, 그냥 무섭더라구요.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많아요. 말을 똑바로 못하고 어버버거리거나, 같은 문장을 되풀이하거나, 지나치게 빠르게 말하는 일이 자주 있어요. 그리고 그 어디에도 집중이 안 되고, 의욕도 없어요. 생각도 정리가 안 돼서 언젠가부터 전 어떤 문제에 대한 제 소견을 말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요. 제 의견을 저도 확실히 정리하지 못하니까요. 게다가 물건이나 가스 밸브 등을 수십 번씩 확인하고, 수업 공지 메일 같은 게 오면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 또 수십 번씩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어요. 사실 3학년 때쯤, 한꺼번에 몇 개의 프로젝트를 대차게 실패하면서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어요. 그때는 의욕이라는 게 있었던 때라 그래도 조금이라도 성공시켜 보겠다고 잘못되어 가는 프로젝트를 붙들고 있었는데, 그때 지금 툭하면 느끼는 공포를 처음 느꼈어요. 그래도 나름 이겨내고 마감까지 했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모두 완전히 망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너무 충격을 받아 한동안 키보드도 못 쳐다봤어요. 이 경험이 지금 상태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걸까요. 어찌됐건 이 미루는 습관이나 툭하면 겁먹고, 도피하려고 하는 태도를 좀 고치고 싶어요. 그래서 좀 여유롭고 느긋하게 지내고 싶어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옛날의 절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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