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가족' 이라는 이름 아래에 사는건 너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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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23년간 '가족' 이라는 이름 아래에 사는건 너무 고통이었다. 어렸을때부터 항상 모자란 성적과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나는 가족 내에 외톨이었어. 명문대를 나온 사촌들, 고위 관직에 있는 친척어른들. 똑똑한 여동생. 하긴, 나라도 나를 곱게 보진 않았을것 같다. 그러면서 꼬박꼬박 장녀의 역할 만을 강요받았다. 아직 일기 숙제를 매주 선생님한테 제출하는 나이부터 동생들의 밥상을 차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는것은 내 몫이었다. 동생들은 그때의 내 나이보다 다섯살도 더 많은데 아직 라면에 계란을 넣어 끓일 줄 모른다. 모의고사를 보고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숙제를 받아올 무렵 나는 친구들한테도 왕따를 당했다. 따돌림을 당하던 친구를 같은 무리에 끼운 그 다음 날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그때부터 내 인생은 엉망으로 무너져버렸다. 매일 밤 다음 날에 눈을 뜨지 않기를 울면서 신에게 기도했고 쉬는 시간엔 늘 자는 척 엎드려 나를 괴롭히는 같은 학급의 아이들이 괴롭히지 않고 넘어가기를 바랬다. 어느 날 내 체육복 바지를 훔쳐가 낙서하고 칼질해 쓰레기통에 버리는것에 못본 척 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고민했던건 오직 그 비싼 바지를 다시 살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어렵게 그 모든 것들을 부모에게 이야기를 꺼낸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게 내 잘못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가족을 포기했다. 교사들은 나에게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10만원을 주었다. 쉬쉬하면서 죄책감은 덜어내는 편리한 방법이라는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울면서 기도하던 신도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그때 종교를 버렸다. 그 즈음부터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꽤나 오랫동안 좋아한 누군가와 그의 친구가 내 목소리를 흉보는것을 듣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우울증과 신체 여기저기의 상처, 그리고 공황장애를 얻었다. 10년 가까이의 우울증은 새벽마다 찾아왔고, 조금이라도 따돌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잘못된 자세로 지금도 매번 발톱이 빠진다. 등교시간의 학교 앞, 동네와 지역 번화가, 그리고 교복만 보면 심장이 쿵쿵 거리고 숨을 쉴 수 없고 구토를 하고싶고 덜덜 떨리던 그 모든 것들이 공황장애 였음을 알게된건 비교적 최근이었다. 다행히 고등학교 대학교는 비교적 평범했다. 수업시간에 종종 상담실에 불려가야했지만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같은 반 친구로, 가끔 영혼없이 서류를 끄적이며 정신과 약만을 권유하던 상담선생 빼곤 아주 더디게 그 모든 것들이 나아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대학교때도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동아리를 하고, 드디어 남들처럼 살 수 있는것 같았다. 내 착각 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금. 다시 뿌리치기 힘든 자해의 욕망, 중학교때로 돌아간것만 같은 공황장애. 그리고 동생들에게 부모 역할을 해야하는 내 모습. 장기간의 취준으로 실패한 인생.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너무 벅차다. 문득 내가 아니면 건들지 않는 싱크대에 쌓인 더러운 설거지감을 내려다보다 칼로 동생들을 찌르고 자살을 하는 달콤한 상상이 들어 이 글을 쓰게되었다. 어떻게든 빨리 취직을 해서 벗어나고싶은데 결과는 늘 서류 탈락. 이젠 사회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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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21
· 7년 전
상담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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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
@bravo21 중고등학교때 받아봤지만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됐어요! 그래서 좀 망설여지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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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21
· 7년 전
그때와는 또 다르실겁니다~ 일단 상담은 꼭 필요합니다. 괴로움을 겪는 사람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읍니다~ 상담가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같이 모색해가는 사람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고 빠른 시간내 상담을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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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21
· 7년 전
사는곳이 어딘가요? 여긴 울산인데 올 기회가 있으면 제가 상담해 드리겟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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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7년 전
@bravo21 감사합니다만 저는 수도권이라 어렵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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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islife0
· 7년 전
글을엄청잘쓰시네요 삶이힘들고내편은아무도없는것같고 ...함부로위로조차 건네기 조심스럽지만.. 저또한 중학교때의 왕따경험이 아직도꿈속에 종종나올정도로 트라우마가있거든요.. 성격적인 결함으로 자리잡은것도있고... 기회가된다면.. 주변사람들과 아예연락을잠시끊고 혼자 나가서살면서 규칙적으로 어떤생활에 몰두를 해보시는게어떨지요... 취업준비라하셨으니 관련공부를요.. 그생활이 님을더피폐하게할지 아니면 혼자서모든걸 하나하나 조율해나가면서 자유로움과 자신감이생길지는 님이 잘아시겠지만 저는 그렇게사회생활다끊고 혼자 할일에몰두하고 저만생각하고사는 기간을 1년정도가져보니 변화가있기는했어요 큰건아니지만 나를좀더 스스로 잘챙기는..? 꼭변화가없어도 좋아요 나에게 집중하는시간을가질수있는건 중요한거니까요... 제가말씀드리고싶은건 오로지나만생각하며살수있는 기회를한번 만들어보는게어떨까싶네요 쉽게말해서.. 나만의 질서를찾으러 탈출 한다해야할까요 글올리시길잘하셨어요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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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7년 전
@whatislife0 어설프고 부족한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황상 따로 나가 살 수는 없을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타인이나 나의 '우울감'에만 집중하며 살아온게 아닌가 싶네요. 조금 더 나를 신경쓰며 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