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인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싶어요 근데 공부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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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lyap
·7년 전
중3인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싶어요 근데 공부를 잘해요 중1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한부모 가정이었던데다 가정형편이 안좋았고 그림같은건 꿈도 못꾼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희망을 산산조각내서 버렸어요 이후로는 강박적으로 공부 잘해야하고, 좋은대학에 가야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매 시험기간마다 죽고싶어하고 울고 우울해했어요 내가 지금 미쳐가고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전교 2등, 1등을 해도 기쁘지 않았어요 나는 사교육같은거 받지 못했고 지금 성적따위 좋아봤자 고등학교 가서는 떨어질게 뻔했어요 수행평가에서 1점만 깎여도 자책하면서 우울해 했어요 학교 가는게 너무 힘들었고 고등학교를 살아서 졸업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안가고 검정고시 후에 수능을 치기로 했어요 그러니 좀 나아졌어요 더이상 시험기간에 죽으려 하지 않았어요 창문에 서서 땅을 바라보며 한번에 죽을 수 있는 높이인지 가늠하지 않았어요 수능준비도 괴롭겠지만 적어도 그러면 19살때까진 살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니까 이젠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그림이 그리고 싶어요 돈 못벌고 검소하게 살아도 좋으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하고싶은거 하라며 아빠한테 돈만 받는다면 상관없다고 하셨는데 아빠가 싫어하셔요 분명 전에는 하고싶은거 하라고 하셨는데 전교1등하고 명문대 공대에 간다면 뭘해도, 무슨 과를 가도 상관 없지만 제 행복을 찾는건 안돼나봐요 너무 힘들어요 지금까지 왜 그렇게 바른척, 모범적인척, 희망찬 척, 공부에 뜻이 있는 척 했을까요 제 친구나 친한 언니들은 제 정신이 이상한걸 아는데 어른들한텐 철저히 숨겼어요 제가 죽고싶어 하는걸, 지금까지 많이 괴로워한걸 제 가족중 아무도 몰라요 공부를 못하고 게임만 하는 오빠가 체대 가는건 아무말 없는데 공부 잘하는 제가 미술 하는건 싫은가봐요 나는 전교1등하는 딸일 뿐일까요 나는 트로피일까요 괜히 희망을 봐버렸어요 그냥 예전처럼 당연히 공부해야하고 당연히 괴로워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타의에 의해 짓밟힌 희망을 보면서 지금처럼 슬퍼하지 않았겠죠 그냥 원래대로 천천히 내 목을 조이면서 죽어갔겠죠 살 수 있다고, 행복해져도 된다고 헛된 꿈을 꾼 잠시동안 행복했는데 이제 다시 전보다 더한 괴로움에 빠져야해요 설득에 실패한다면 저를 행복하게 하는 모든걸 간신히 숨만 쉴 정도만 남기고 없앨거에요 제가 함께 사는 햄스터와 유일하게 제 속마음을 모두 말할 수 있었던 언니들은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겠지만 그림도 안그릴거고 그림 영상도 안보고 영화도 유튜브도 안볼거에요 나를 죽이고 기계가 될거에요 그러다가 결국 못버티고 죽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겠죠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꿨던 일주일동안 행복했었고 이제 더이상 예전처럼은 살 수 없을거에요 착하고 공부 잘하던 딸이 정신이 이상했었고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는걸 나의 죽음으로 알아차린 이 가정이 걱정되지만 나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라 살아있는 동안에라도 좋은 딸인척 연기하는 것 밖에 못하겠어요 희망은 나를 날아오르게 했고 이제 날개가 잘려 땅으로 쳐박힌다면 예전보다 더 낮은곳에서 더 괴로워 하겠죠 또다시 웃지 못하고 억지로 웃으면서 살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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