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혔습니다 일상에 여유가 없었으나 짊어진 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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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laily
·7년 전
숨이 막혔습니다 일상에 여유가 없었으나 짊어진 무게를 감당하려 이 악물고 어린시절을 버텼습니다 올해 서른이 되었습니다 어린나이에 결혼, 독박육아, 일방적인 합의이혼을 당하고 아이를 키우려고 버둥대며 남편과 나눠가진 빚을 겨우 다 갚았습니다 20대는 찬란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30대 또한 시작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이제 좀 숨쉴만 하나 했더니 이번엔 마음이 고장났습니다 억지로 쌓아뒀던, 심지어 이혼 이후 혼자 버텨냈던 어둠까지도 갑자기 전부 터져나와 저를 제자리에 멈추게 하더군요 10년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그런적이 없었는데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사와 동료들은 이해해줬습니다 전 연락도 안하고 안간건데 말이죠 죽으려고 유서를 작성하고 죽기로 작정한 3일전쯤부터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이미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게 되어 밤에만 돌***녔죠 회사 동료들, 그리고 친구들도 저의 이상함을 느끼고 자꾸 연락을 해댔지만 저는 더이상 대답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주변에 사람이 많습니다 꾸며낸 모습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것들을 놓지 못해 항상 힘있게 이끌어나가는 맨 앞줄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마음속으로는 그들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제 죽기로 마음먹고나니 날 위해 울어줄, 내가 떠나면 남겨질 사람들의 기분따위는 아무 신경도 안쓰이더군요 심지어 아들조차.. 마지막날 밤, 저는 한시간 거리에 사는 마음속으로 첫번째이자 하나뿐이던 친구에게 찾아가 모든 것을 터놓았습니다 제 예상대로 친구는 저를 쉽게 말리거나 욕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어느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의 시간을 고민했고 고통받았을지 알아주는 친구기때문이죠 그렇게 마지막 밤을 그 친구와 바다를 보며 보내고, 친구는 저를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며 혼자 끙끙 앓았을 속소리를 뱉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저는 그 말에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고 친구의 부탁대로 집을 옮겨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말했습니다 여태까지는 너로 못살았으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너로 살아보라고 그리고 나서도 못견디겠으면 더이상 잡지 않을테니 불쌍한채로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네.... 저는 저로 살지 못했습니다 소심하지만 끼도 많고 무기력하지만 열정이 숨어있는 사람입니다 현실적이지만 생각하는 세계가 넓어 많은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무얼 위해 달려왔는지 모를정도로 두 손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휴직 후 친구와 산지 3개월이 넘어갑니다 좀 더 편해지*** 가족들에게도 털어놨으나 이해당하는건 일주일 정도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휴직중이니 가정사라던지 잡심부름까지 도맡아 하고있네요 내 집과 부모님 집은 3시간 거리인데도 .. 부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님이 아들을 갓난쟁이때부터 9살인 지금까지 키워주시기 때문일테죠 아들이 제 발목을 잡는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런생각을 하는 제가 너무 싫어서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제 마음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지 우울함뿐인 일상생활에서 더이상 어떻게 호흡을 이어나갈지 아시는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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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io
· 7년 전
흠 짧지않은 시간 힘들게 투쟁하며 홀로 다 끌어안고 견뎌오셨네요 우선 절망은 하지마세요 살아야 할 이유가 단 한개도 없는 사람도 살아가는걸요 우선 친구분 이랑 사는건 잘하신것 같은데 일거리가 늘어난건 별로네요 가족분들의 일주일 이해도 섭섭하셨겠어요 크게 울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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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gum
· 7년 전
안녕하세요, 감히 제가 댓글을 달아도 될까 고민하다 몇 줄 적어보아요. 글을 읽으면서 정말 토할 것만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어요. laily님은 견뎌오신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존재세요. 이 우울을 어떻게 더 이어나가라고 할 지, 뭐라고 하든 제 이기적인 마음이 아닐까 복잡합니다. 하지만 진정 자신으로 살 수 있을 날을 꼭 겪어보셨음 좋겠어요. 응원하겠습니다. 당신은 달빛에서도 빛나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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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ly (글쓴이)
· 7년 전
@rumio 제 독한 인생을 독하게 버티다 못해 눈물이 마른줄 알았었어요 최근에서야 눈물샘이 제대로 붙어있는걸 확인했죠 너무 속으로만 삭히니깐 이상한 모양으로 터져버리더라구요 감정이란게.. 이젠 그냥 참지않고 울고싶으면 웁니다 격려와 의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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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ly (글쓴이)
· 7년 전
@juegum 마지막 한구절을 한참 봤네요 사실 제 우울을 좀 더 들여다보면 어린시절까지 거슬러가거든요 저는 지금의 저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기도하고 바닥이기도 했던거죠 한문장이 힘나게하네요 좋은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