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었건 가족이 되었건, 누군가와 이야기 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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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HAFA
·7년 전
친구가 되었건 가족이 되었건, 누군가와 이야기 할 때 나는 늘 듣고만 있는다. 말하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그닥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근데 막상 대화 중에 나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져도, 나는 상대방에게 할 말이 좀처럼 생각나질 않는다. 생각이 난다고 해도 '이 얘기는 상대가 재미없어 할거야', '이 얘기를 하면 말이 너무 길어질거야' 와 같은 걱정을 하며 말을 아낀다. 그러다보면 상대와 나 사이엔 정적이 흐르고, 보다 못한 상대가 다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반복된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생각해보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말이 정말 많아서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근데 그 친구는 내가 말할 때는 아무 반응도 해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말한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많이 반응해주길 기대한다. 그렇다고 걔가 말을 재밌게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전혀 관심 없는 분야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장황하게 늘어뜨린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와 대화하는게 피곤하고 함께 있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모든 친구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 친구의 대화방식을 싫어해서 걔는 대화를 하고 싶을 때면 늘 나를 찾아온다. 나는 늘 듣기만 하고, 걔는 늘 말하기만 한다. 솔직히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가 말하지 않아도 정적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터라 나는 그 친구의 대화를 뿌리치지는 않고 대충 반응해준다. 하여튼 나에겐 이런 친구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내가 누군가에게 쉽사리 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것은 내가 대화할 때 이 친구를 나에게 비춰보기 때문 아닐까? 나도 걔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없는데 다른 애들이 내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 어쩌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고 싶다' 라는 고요한 강박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남들처럼 내 이야기를 재밌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재밌는 사람들은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열심히 관찰해보고 그 것들을 내가 따라해본 적도 많다. 하지만 역시 나는 말도 자꾸 버벅거리고, 발음도 어딘가 어눌하고, 남들을 웃길만한 꽁트같은 경험담도 없고, 장난끼도 없어서 이야기가 진지하게 흘러가는 것 같고, 여러모로 나의 말하기는 재미없을 것 같고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어렸을 때만 해도 내 이야기를 조리있게 잘 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다. 대화가 두려워진다. 나도 누군가를 말로 재밌게 해주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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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
likeacloud
· 7년 전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어요. 내 이야기를 꺼내 놓는 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해요.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고요. 매끄럽게 유연하게 재미있게 이야기 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많은 말과 묘사도 중요치 않아요.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중요한거죠. 그게 모든 관계의 기본이라 생각해요. 잘 들어줄 수 있는 분이니 분명 자기 생각과 마음도 잘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보고 들은 내 마음, 내 생각을 조금씩 무겁지 않게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이런 것들이 나중엔 나를 드러내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게 하고 자신감이 생기면 조금 더 즐겁게 재미있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청자는 좋은 화자가 될 수 있어요. 마카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