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참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공부도 잘했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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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성격이 참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공부도 잘했고 나서는 것도 좋아했고 외모도 괜찮았다. 남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고 친구 일이면 항상 먼저 도와줬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매년 반장이었고, 전교임원도 했고, 중학교 입학할 땐 선서도 하고 들어갔다. 모두들 날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또 매일매일이 즐거웠었다. 중학교 1학년 A를 만났다. 나랑은 다른 게 많은 친구였다. 수학을 곧잘하던 그 친구가 같이 학원을 다니자고 했다. 그 전까진 다니지도 않던 학원을 엄마를 *** 다니게 되었다. 같이 라면도 먹고 농담도 하고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중학교 2학년 A랑 같은 반이 되었다. 나는 A를 포함한 대여섯명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3일전, A가 갑자기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같이 약속을 하고 놀았던 날부터였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함께 속한 단톡방(2개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에 내가 들어서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곤 했다. 학교에선 마주치면 아예 이야기를 차단해버렸고, 무리가 갈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A의 친한 친구들에게 "A가 왜 화난 건지 알아?"하고 톡을 보내니 다들 너가 잘못했던데, 사과해라 라는 말 뿐이었다. 나는 무슨 잘못을 한지도 모른채 A에게 2번의 카톡과 3번의 전화를 했다. 모두 '읽***'이엇고, 전화는 차단된 것 같았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학원에 다니느라 친구들과는 많이 만나지 못했었다. 가장 많이 연락하던 A와는 급속도로 멀어졌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연락도 갑자기 끊긴 상태였다. A는 수학학원선생님께 고민이 있다며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걸로 추정된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A는 수업시간을 바꿨다. 그리고 그 때부터 선생님이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같은 반에는 나와 B를 포함해 6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대뜸 내게 인성이 못됬다며, A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정당한 것이냐며, 어려운 말들로 나를 비난했다. 다른 친구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선생님이 저러냐며 눈치를 주었다. -그러게, 나도 알고 싶어, 속으로 피를 토했다. 그 후로 그들은 A가 수업시간을 바꾼 걸 알게 되자 대놓고 나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주 정도가 지나자 스트레스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A는 그 때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학원을 그만다니고 싶다고 했다.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왜인지 쪽팔렸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유도 없이 학원에 가기 싫다는 나를 혼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왜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는지 후회한다. 그때까지 순진하게 A랑 싸운 것만을 생각한 내가 ***같다. 내 편이 되어준 것, 즉 유일하게 나를 욕하지 않았던 친구는 같은 반의 B뿐이었다. B는 선생님의 행동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며 반감을 가지고,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 첫번째 사람이었다. 그 전까지는 아무도 나에게 내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내가 A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A가 갑자기 나를 미워해. 카톡도 전화도 안되서 연락할 방법도 없어. B는 내 집까지 날 데려다주며 말했다. A랑 너랑 그렇게 친했는데, 뭔 일 있겠어! 이때까지 나와 B는 이 문제가 나와 A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여름방학이 끝났다. 학교에 가는 길부터 무언가가 싸했다. 같이 만나서 가는 친구 둘이 내게 A에 관한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 않았다. 나도 꺼내면 안될 것 같아 즐거운 이야기만 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복도에서부터 모두 나를 보고 속닥거렸다. 뭐지? 싶었지만 그냥 넘겼다. 반에 들어가니 A가 있었다. A, 너 왜 그렇게 연락이 안됐어? 하고 다가가자 같은 반 남자애들이 길을 막았다. 야 양심이 있으면 A한테 말 걸지마. 나는 의아하게 쳐다봤으나 A는 내 시선을 외면했다. 그리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같이 다니던 무리가 A와 나를 중심으로 두개로 갈라졌다. 하지만 무리의 생각은 비슷했다. 너가 잘못했으니 무조건 사과해 /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사과해 처음에는 사과할 생각이 있었으나 돌아가는 상황은 날 죄인으로 만들었다. 나는 내가 무슨 잘못을 한지도 모른채 사과할 것을 강요받고 있었다. 이유를 알려달라고 물으면, 다 모른다고 했다. 내가 A에게 말못할 잘못을 했다고만 했다. 이유를 아는 A는 나와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사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사과하려고 노력했으나 그 시도를 번번히 무시한 건 A였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내 결심을 나를 더 못된 년으로 만들었다. 무리들과도 멀어졌다. 핸드폰을 키면 그때 한참 유행하던 카카오스토리엔 저격글이 하루에 2개씩은 올라왔다. 나는 잘 모르던 애들, 그리고 나와 친했던 애들 모두가 댓글로 나를 욕했다. 무엇을 했는지와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단지, "걔가 그런 애 일 줄이야"나 "뻔뻔한 년, 나였으면 자퇴함" 이런 류의 댓글들 뿐이었다. 와이파이는 웬만해선 꺼놓고 생활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절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면 칸 안에서 온갖 욕을 다 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등교 전 무조건 화장실을 들렸고, 학교에선 물 종류는 절대 마시지 않았다. 체육시간엔 활동이 있기를 빌었다. 활동이 없으면 여자애들이 뭉쳐앉아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절대 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활동이 있으면 제발 여자애들끼리 할 수 있는 , 짝을 짓지 않고 할 수 있는 활동이길 빌었다. 남자애들의 공은 너무 아팠기 때문에, 또 그렇다고 소외되는 것도 견딜 수 없었기에 매주 2번 체육시간이 있는 날이면 빌고 또 빌었다. 점심시간은 더 지옥같았다. 우리 학교는 반별로 급식실에 내려가 먹었기 때문에, 같은 탁자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러면 A를 포함한 모든 여자애들이 나를 쳐다보고 눈치주고 소근거리며 욕을 했다. 급식비가 아까워 꿋꿋이 먹으려 노력은 했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눈칫밥에 체를 한 날은 피코 (피해자코스프레)를 한다며 욕을 먹었다. 먼저 일어선 날은 뭣같은 년이 어차피 빨리 갈 거면서 분위기 흐린다고 욕을 했다. 끝까지 먹으면 돼지같이 쳐먹는다고 욕을 했다. 못견디겠어서 다음 달은 급식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밑에선 나를 욕하겠지만 들리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반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밥을 빨리 먹고 올라온 남자애들이 욕을 해댔다. 차라리 여자애들과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섹드립과 패드립, 이라고들 했는데 처음으로 당하는 성적인 욕 - 지금와서야 그게 ***이라는 걸 알았다 -은 내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학교에 있으면 내 뒷담이 어디서든 들려왔다. 그들에게 난 있지도 않은 친구의 남친을 뺏은 못된 년이고, 선생님들에게 성적때문에 아양떠는 ***고, 이중인격 피코에, 뻔뻔하기 짝이 없는 년이었다. 살이 7키로 정도 빠졌다. 그러자 성희롱은 더 심해졌었다. 이틀에 한번꼴로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연락이 왔다. 욕이나 성희롱이 대부분이었다. 유일한 도피처는 외진 곳에 있던 학교 도서관이었다. 점심시간이 시작하는 동시에 내려가 끝날 때 올라왔다. 사서 선생님과 친해지고 내 인생에서 아마도 가장 많을 독서를 했다. 그렇게 지내길 2주, 나는 ***같게도 그때서야 내가 왕따를 당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B, 사서선생님, 언니, 부모님. 순서대로 내 말을 듣고는 함께 화내주었다. 학교에선 내 편이 없었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내 편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하지만 대처가 썩 좋지는 않았다. 사서선생님은 A에게 물어보라며 조언했다. 전 계속 노력했는 걸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더 노력하라고만 하셨다. 부모님은 학원선생님과 A의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학원 선생님은 그런 적 없다며, 내가 힘들어서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또한 A와 이야기한 적은 결코 없다며, 내가 오해를 하는 것 같다 했다. 부모님은 그 말을 듣고 내게 일주일간 학원을 가지 않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가고 싶지 않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셨다. 이제 해결된 거 아니니?, 나는 큰 실망을 느꼈다. A의 엄마는 미안하다고만 하시고 A한테 나와 이야기하라 하겠다 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를 향한 괴롭힘이 더 심해졌을 뿐. 정말 쓸데없었다. 그렇게 2달간을 생활하다보니 정말 못 견디겠어서 어느 날 점심시간, A가 막 밥을 먹고 올라왔을 때 말을 걸었다. 모두가 있는 곳에서, A에게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려주면 고칠게 라 했다. A는 당황한 눈치였다. 말을 하지 못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반 아이들의 분위기가 나를 동조하는 느낌이었다. 맞아, 나도 궁금해. 누군가의 말소리에 소름이 확 끼쳤다. 다들 나를 그렇게 괴롭혔으면서, 이유도 몰랐던거야? A보다도 A의 말에 휘둘려 나를 괴롭혀된 그들이 더 미웠다. A가 말한 이유는 터무니없었고, 그 이유를 들은 모두가 A를 욕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고, 나의 왕따는 그렇게 끝났다. 그렇다고 A가 왕따가 되었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나는 하루, 아니 10분만에 왕따에서 벗어났다. 모두가 나에게 예전처럼 잘해줬다. 사이다 후기같은 건 없다. 그냥 그렇게 왕따에서 벗어났고, 나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모두와 무난하게 잘 지내다 졸업했다는 게 끝이다. 나는 그 후로 많이 변했다. 누군가를 믿지 않게 되었다. 말수가 줄었고, 직설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절대 오해할 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쿨하고 믿음직하다며 친구들이 늘었다. 자존감이 낮아졌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남자든 여자든 나에게 친절하게 구는 사람들이 이유없이 부담스러웠다. 그때들은 욕들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고 한번씩 울컥증이 인다. 예뻐지고 싶다. 근데 예뻐지면 누군가가 나를 연애감정으로 좋아할까봐 - 성적대상으로 생각할까봐 무섭다. 지금도 고백을 받으면 몰래 화장실에 가서 토를 한다. 성정체성에 혼란도 많이 왔다. 나는 동성***인가? 이성***인가? 연애는 하고 싶지만 연애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멀리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때 친구가 한명도 없는 곳이었다. 나는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특기가 그거밖에 없었다. 하루 13시간씩 코피 흘리며 공부했었다. 한번씩 페이스북을 들어가면 A가 보였다. 일상글을 보면 나보다 못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 보란 듯이 살거야, 라 생각했다. 그게 내 중학생활의 보상이라고 혼자서 생각했다. 그렇게 3년을 버텼는데 수능을 망쳤다. 인서울 중위권 대학에 합격했고, 재수를 선택했다. 요즘 알 수 없는 우울함에 빠진다. 내세울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었는데 이젠 뭣도 아니다. 내세울 수 있는 게 외모뿐이었는데 남은 건 3년간 찐 살과 낮아진 자존감뿐이다. 나는 도대체 무엇으로 사는 걸까? 바뀐 성격은 나를 결국에는 혼자 있는 걸 편하게 만들었으나, 막상 혼자있으면 별별 생각에 우울에 잠식된다. 나만 왕따를 당한 것도 아닌데, 나만 못 사는 것 같다. 나는 비정상적이고 이상하게 망가졌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산다 그 시절의 내가 원망스러워진다. 우울하다 나는 아직도 중학교 2학년 그때에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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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1
· 7년 전
저도 학창시절 좋지 않은 일을 많이 당했어요. 중요한 시험도 망친일도 많았죠. 그 때마다 지금의 내가 ~된 것은 ~때문이야. 하는 인과관계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온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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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1
· 7년 전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그 때의 그 안좋았던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듣는것 느끼는것 생각하는 방식등 모든 것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때의 안좋았던 일을 지금의 행복한 일과 연결짓는 것! 어려운일이지만 그야말로 인생의 치트키가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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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milk
· 7년 전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응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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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cake99
· 7년 전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이 더이상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A와 그때 당신을 욕했던 사람들 모두 부메랑처럼 자신들의 죗값을 받을거에요 나는 당신을 응원해요 천천히 시작하세요 그리고 결과가 나쁘다고 또 자신을 원망하지도 말아주세요 나자신 또한 남들처럼 잘챙겨해줘야할 타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나는 당신이 행복하게 웃는 날이 많아졌으면해요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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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enfeksjab
· 7년 전
많이 힘들었겠어요 지쳤을거고 힘들 때 힘이 되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은 잘해왔어요 충분해요 저는 힘들었을텐데도 포기 안하고 달려와준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이제 우리 같이 힘들지마요 같이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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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FAO
· 7년 전
정말 많이 수고하셨어요.... 긴 글을 쓰신걸 보니까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