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안녕하세요, 저는 취미로 10년간 음악을 해오다가 아무리 힘들어도 음악 전공을 하는 게 내 인생이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등학교 1학년 12월 무렵부터 재즈피아노 입시공부를 시작한 사람입니다.
실용음악과가 쉽지 않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는 상태로 시작한 거였기 때문에 숙제가 많은 것도, 다른 것에 시간을 쏟기 힘들게 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할게 많아도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버틸 수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거면 안힘들다는 말은 믿지 않지만, 좋아하는 것이면 버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 쭉 클래식을 취미로 해왔기 때문에 기초부터 다지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실력이 별로 늘지 않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늘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할 무렵 무리해서 연습시간도 늘려보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몇시간씩 연습을 해서가도 어느순간부터 연습량이 너무 모자란단 소리와 매번 같은 부분을 지적받기 시작했습니다. 연습량이 전 진짜 모자란 줄 알고 더 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적받은 건 고치려고 노력도 해보고. 그런데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는 것이 잦아지자 스스로가 움츠러들더라고요. 연습을 10만큼 했으면 레슨시간엔 5도 발휘하지 못했어요. 움츠러들다보니 늘 같은 실수만 하고 외워갔던 것들도 머리가 새하얘져서 까먹어버리고 또 연습량 모자란단 소리 같은 지적 듣고 돌아오고. 선생님 입장에선 제가 실력도 더디게 늘고 잘 못외워오는 걸로 보일테니 걱정돼서 계속 그 이야기를 하시는 건 알고 있어요. 제가 움츠러드는게 문제인 것도 알고. 근데 이게 반복되다보니까 저번 주에 레슨 끝나고 오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내가 재능 없고 못하는 게 아닐까, 나 너무 못한다 라는 생각이요.
음악 취미로 오래 해오면서 한번도 못한단 소리 타인에게 듣지도 않았고 나름대로 악보 읽는 게 빨라 연습속도가 빠르다던가, 기억력이 좋아서 악보를 잘 외운다던가 그런식의 장점들로 오히려 칭찬만 받아봤어요. 솔직히 일반인 사이에서 잘하는 수준으로 우쭐하면 안되는 건 알고 있고, 저도 제가 특출나게 잘한단 생각 같은 건 안했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번 스스로에게 너 정말 못한다 라는 말을 하게 되자 그게 끝도 없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진짜 연습해도 안되기만 할 것 같아서 피아노 앞에 앉기도 싫은데 또 하고 싶은 꿈이 있어서 억지로 앉아 연습하고 그러고 있어요. 억지로 앉아서 하니까 능률도 안좋고 집중도 잘 안되는데 그래도 피아노는 좋아해서 또 해내고 있네요.
해내곤 있지만 제가 너무 피폐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학교도 예고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인문계라서 학교가면 선생님들한텐 성적으로 쪼이고 스스로는 전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서 자꾸 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다른 언니한테 얘기했더니 충분히 잘한다고 그런거에 휘말리지말고 페이스 유지하면서 하면 된다고 너 되게 잘한다고 그런 소리 들었으면서도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어요.
아무리 반복해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보니까 여기서 더이상 도전해도 어차피 안될 것 같고 배우는 것이 행복했던 레슨시간이 너무 가기 싫은 시간이 됐어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꿈은 포기하기 싫고 다른 일보단 음악을 하는 게 너무 좋아요. 안그래도 만사 부정적인 편이었던 거 상담실 다니면서 좀 밝아졌는데 도로 부정적이게 바뀐 것 같아요. 이걸 포기하진 못하겠는데 할때마다 어차피 안될 거라는 생각이 너무 전제로 깔려있어요.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떨어진 기분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나의 사춘기에게 라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에 '그래도 난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 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 봐 ' 라는 부분이 있는데 전 원래 이런 마인드로 살았어요.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거고, 지금 좀 힘들어도 언젠간 한번이라도 반짝 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은 그 반짝인다는 게 내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만 들고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멍때리고 있거나, 쉬는 날이 있으면 모든 시간을 자면서 보내고 싶어요. 자는 동안은 현실 생각을 안해도 되잖아요.
전 여전히 이 진로로 나가는 게 좋고 이 꿈을 원하는데 노력하려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어떡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당장 내일도 레슨인데 또 움츠러들 것 같아요. 진짜 내가 못한다고 스스로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말한 날 정말 길에선 안울자는 주의인데 집가면서 한참을 엉엉 울었던 것 같아요. 이 생각을 떨치고 진로에 자신감을 가지고 싶은데 어쩌면 좋을까요? 동아리 활동 같은 걸 해도 솔직히 딱히 이제 회복이 안되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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