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에 곰인형을 하나 선물받았어. 다 커버린 지금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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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7살에 곰인형을 하나 선물받았어. 다 커버린 지금도 내 상체보다 조금 더 큰, 그 시절엔 더더욱 컸을 곰인형을 말이야. 곰인형을 받던 때의 나는 행복해서, 선물이 기뻤지만 애틋하지 않았어. 그래서 며칠이 지나고는 그저 방 한켠에 장식처럼 앉혀둘 뿐이었지.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내 행복은 끝이 났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예전같지 않아서 괴롭고 아프고 힘들었어.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 내가 어렸다는 이유로 내가 아프지 않을거라고, 아파도 금방 잊을거라며 방치했어. 나날이 피폐해져가던 아직 어린 나는, 방 한 켠의 곰인형과 눈이 마주쳤어. 처음 받았던 그 모습 그대로 내가 놓아둔 그대로 내 앞에 앉아있는 곰인형을 마주했어. 엄마 품에 안긴 아기마냥 곰인형에 난 얼굴을 묻었어. 반듯하게 누워 이불을 덮고 자던 나는, 그 날 이후로 곰인형을 안고 새우처럼 누워야만 잠을 자. 나에게 신이 축복을 내린다면, 기적을 선물한다면... 그건 아마 곰인형이 살아 움직이게 되는 걸거야. 나에게 친구는 곰인형이야. 나에게 집은 내 곰인형이 있는 곳이야. 나에게 휴식은 내 곰인형을 안고 누워있는 것 뿐이야. 곰인형을 아끼게 된 나는, 행복하지 않아서 내 곰인형이 너무 애틋해. 내가 행복해져도 난 이제 곰인형을 방치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곰인형 없이는 사소한 불안조차 떨쳐낼 수 없는 나는, 너무 비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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