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8살 여자입니다! 아마 제 또래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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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안녕하세요.. 18살 여자입니다! 아마 제 또래 친구들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겠죠. 절 학생이라고 소개하지 않은 이유.. 전 자퇴생입니다. -------아마 길고 지루한 글이 될 것 같지만 친한 동생 이야기라 생각해주시고 이런저런 답글들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가 이게 처음이라 혹시 잘못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ㅠㅠ)------- 저희 집은 교육열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냥저냥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첫시험을 치고 예상외의 점수(만점) 을 받았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의 반응과 주변 친구들의 반응으로 전 공부를 잘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제가 공부를 못하면 살*** 가치조차 없는 사람인것 같았어요. 여차저차 그 의무감에 공부를 하며 지내다가 초등학교 고학년때 제일 친한 친구가 성적때문에 저를 견제하며 (의도적으로 시험에 대한 힌트가 될 법한 이야기가 나오면 말을 돌리거나 제가 뭔가를 물어보거나 하면 무시하고 무슨 말만 하면 너는 공부잘하잖아. 라는 식의 말을 하는 등)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때 좀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그 초등학교때의 친구는 절 견제했죠. 이제 그 친구를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의무감은 그대로였죠. 시험기간이 되면 혼자 방에서 문제집을 부여잡고 울었습니다. 자꾸 제가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뒤에서 수근거릴 사람들 (친구들. 선생님들. 친척들.) 이 생각나서 그냥 닥치는대로 교과서를 외웠습니다. 여전히 전 1등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학교에 올라와 친해진 친구 (공부를 조금 잘하는 친구) 와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제가 자꾸 초등학교때의 제 친구가 하는 모습을 따라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극도의 자기혐오가 올라왔습니다. 머릿속에서 알려주면 내 성적이 떨어질거라는 생각과 그러면 초등학교때의 그 친구와 내가 다른게 뭐지? 라는 생각이 뒤엉켜 자기혐오로 나타났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반에 은따같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다른 애가 '너가 살빼고 예뻐지면 애들이 너 무시못해.'등의 이야기를 하는걸 우연히 듣게되었죠. 뚱뚱한 편인 저로서는 정말로 내가 공부라도 잘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나에게서 등을 돌리겠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이때가 2학년쯤이었죠. 더욱더 '보여주기식' 성적에 집착했습니다. 제 머리가 좋았든 시험이 쉬웠든 전 조금만 공부하고도 성적이 잘나왔습니다.(자랑 아니에요..) 주변에선 저보고 엄청 공부도 열심히하고 성실하고 끈기가 있으며 주변 친구들을 잘챙긴다... 등의 칭찬을 해댔지만 그건 저에게 또 다른 이름의 부담일 뿐이었습니다. 점점 부응해야할 기대가 넘쳐났죠. 그렇게 주변에서 이야기하듯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 제 목표이고 꿈인줄 알았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계속 남들의 기대와는 다른 내 모습을 다른사람들이 보면 어쩌지... 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명문고등학교 합격을 당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 실제로는 빈약한 생기부. 부족한 말솜씨. 바닥을 기어다니는 상식. 자존감... / 혹은 당연히 만점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 실제로는 부족한 공부시간. 그닥 성실하지도 꼼꼼하지도 않은 나... 이런 괴리에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했습니다 (초등학교때 부터..) 그렇게 자기비하와 강박의 결과물로 전 1등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전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아이들은 다 모인 것 같았습니다. 제 스스로가 점점 작아졌고 자존감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상받는 모습을 보며 순수하게 축하해주지 못하는 제 모습, 다방면에서 뛰어난 친구들을 보며 생기는 열등감.. 그리고 24시간 자기 시간이라고는 없는 기숙사 생활까지 오히려 이런 고등학교에서는 내가 공부를 안해서 성적이 안나와도 학교 밖의 사람들은 뭐라고 안하겠지.. 라는 생각에 공부를 놓았습니다. 결국 제가 공부한 이유는 저 스스로가 아닌 타인들에게 있었던거죠. 고등학교에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혼자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전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헛구역질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제가 미쳐가는게 느껴졌습니다. 부모님은 전학을 이야기하셨지만 전 그때 마저도 전학가서의 뒷말이 신경쓰여 가고싶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제게 이것은 도망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한번쯤은 도망쳐도 되지않아..?'라는 생각 이었죠. 결국 전 자퇴를 했고 정신병원에서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먹고있습니다. (자퇴때문에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인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남들과는 많이 다른 길.. 아직까지 검정고시출신이라고 이야기하면 색안경부터 쓰고 보는 사람들... 많이 걱정됩니다. 사실 벌써 18살인데 제가 진정으로 남 눈치를 *** 않고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실 초등학교때 부터 지금까지 제가 하고 싶은걸 이야기하면 남들이 비웃을까봐 말을 꺼내***도 못했습니다. 예를들어 제가 선생님이 하고 싶다고 하면 (특정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예시를 들자면) 주변에서 너주제에? 라는 말이 들려 올것만 같아요. 할머니댁을 가도 친척들의 눈치를 보고 친구가 장난으로 화를 내도 집에와서 몇시간을 끙끙 앓고 말 한마디를 잘못한 거 같으면 그것으로 하루종일 이 말로 상처받은 사람은 없을까에대해 걱정하고... 오히려 학교를 그만둔 지금은 저 스스로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실 남들 눈엔 비겁한 도망자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이런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주셨으면 좋겠고 많은 조언이나 충고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우울하고 재미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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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udding (글쓴이)
· 7년 전
@!32dc820d2a6ce614d6d 정말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부모님께도 제대로 해본적 없는 말이었는데 여기에 글을 남기니 마음이 후련해지네요 말씀감사합니다...ㅜㅠ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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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udding (글쓴이)
· 7년 전
@!32dc820d2a6ce614d6d 감사합니다ㅜㅜㅜㅠ 지금은 절 도와주신 정신과의사선생님과 또는 학교 상담선생님과 같은 분이 되는게(?) 꿈이에요..(사실 이것도 남들에게 말하면 비웃음당할까봐 무섭지만..) 지금은 스스로 수능공부 중입니다. 공부도 나름 재미있고 요새는 마음도 편안히 지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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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udding (글쓴이)
· 7년 전
@!34f22210f932c9e308d 저희 같이 힘내요...! 저도 지금은 차라리 빨리 자퇴를 할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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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udding (글쓴이)
· 7년 전
@!32dc820d2a6ce614d6d 진짜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ㅜㅜㅜ 꼭 열심히 노력해서 저처럼 정신적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ㅠ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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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ngfw
· 7년 전
안녕하세요! 주변의 분위기가 마카님이 꼭 공부를 잘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었던것 같아요. 그게 마카님을 힘들게 했고. 저도 주변에서 공부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지라 남일같지가 않네요(지금은 공부 포기했지만..)전 올해로 고3 올라가는 수험생이에요. 고1,고2땐 소화불량으로 장염도 자주 걸리고 학교 급식도 잘 못먹고 교실에 있으면 매일 속이 울렁거리고 학교를 뛰쳐나가고 싶은 기분을 느꼈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열등감 느끼고. 난 매일 떨어지고 있는데. 2학년때 상담받았는데 내가 우울증이라는 진단과 약처방을 받고 병원을 나왔을때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차라리 자퇴라도 했으면, 이었어요. 1학년때도 자퇴하고싶다 생각했었는데, 그럴 용기가 없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쓰레기 같았어요. 자퇴생이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서.. 차라리 자퇴라도 했다면 마카님처럼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을 시간도 더 많고, 학교 분위기에 억압당하지 않을테니까요. 전 마카님이 비겁한 도망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부러운걸요. 자퇴를 하기로 결심한 그 용기가. 마카님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자퇴때문에 마카님 부모님이 속이 좀 상하셨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훗날 마카님이 하고싶으셨던 일을 하며 행복하게 지내는걸 보여드리면 부모님도 좋아하실거에요. 부모님은 마카님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는걸 제일 바라시지 않을까요..? 제가 글을 제대로 읽은게 맞다면 마카님은 하고싶은 일이 있으신것 같은데, 자기가 하고싶은 일이 있다는건 좋은 일이에요.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그건 내가 하고싶은 일이고 나만 좋아하면 되는거니까요. 만약 하고싶은일이 없다면 이제부터 찾아가면 되는거고. 지금 당장은 남들 시선 신경쓰지 않는게 힘들테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강해지면 될 일이에요. 마카님 아직 18세에요. 앞날이 창창한 꽃다운 나이인 18세 소녀..ㅎㅎ 제가 누굴 위해 조언이나 그런걸 잘 해준적도 없고 말도 잘 못해서 마카님께 도움이 될련지 모르겠네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제 2~3시간 뒤면 주무실 시간이니까 미리 잘 자요 인사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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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d300
· 7년 전
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수가 없었어요 너무나 공감되는 글이였기에.. 도망쳐도 되지않아? 이생각할때 심정이 어땠을지ㅠㅠㅠ저도 너무 잘 알고있어요 잘했어요 잘하고있구요!! 주변 시선이 어떻든 열심히 노력해온( 주변시선때문이였을지라도) 그 시간들은 어디가는거 아니예요 앞으론 주변 눈치***말구 하고싶은일이나 목표에 최선을다해보세요! 분명잘해낼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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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udding (글쓴이)
· 7년 전
@diongfw 감사합니다ㅠㅜㅠ 아마 우리나라 학생으로 살면서 다들한번쯤은 공부에대한압박을 느끼겠죠... 마카님도 저와 똑같이 꽃다운나이에요!! 그리고 자퇴할 용기가 없어서 한심하다고 생각하실필요가 없는게 전 그 속에서 버틸수 있는 용기와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거든요 :D 마카님도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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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udding (글쓴이)
· 7년 전
@whad300 감사합니다ㅜㅜㅜㅠ 진짜 힐링되는 말씀해주시네요 앞으로 느리더라도 제가 가고싶은 방향으로 조금씩 걸어나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