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내가 만들어진 느낌이야. 나는 그냥 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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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erythrocyte
·7년 전
또 다른 내가 만들어진 느낌이야. 나는 그냥 이거 좋고, 저거 좋아하는 그냥 난데 공부 잘하는 애, 일 잘하는 반장, 꿈이 확실한 학생이라는 타이틀의 밀랍을 내 위에 덧발라 사는 기분이야. 분명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다. 난 과학이 좋고, 저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저게 될 수만 있다면 밤마다 사건 때문에 불려나가도 행복할 것 같아. 그런데 내가 진짜 알고 싶은 법과학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게 아니라, 내 생활기록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맞춰가다보니 갑자기 내 꿈이 이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꿈이 확실한 학생을 선호하는 대학을 위해, 아무거나 하나 정해놓고 입시를 위해 사는 인간같아.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게 맞는데도 말야. 난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꿈을 강요받지 않았으니까. 물론 강요는 아닐지라도 엄마는 의사가 꿈이길 원하셨지만, 난 이것만큼은 절대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갔어. 확신이 있었으니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 갑자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란 단어를 생기부에 얼마나 적었는지, 이젠 국과수가 뭐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그냥 유전자 검사하는거? 부검하는거? 몇 년을 잡고 산 꿈인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경험을 쌓고, 책을 읽었는데. 내 꿈이랑 내가 이렇게 먼 사이였나? 괴리감 들어.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건데. 나는 연예인이 좋아. 팬싸인회도 가고 싶고, 콘서트도 가고 싶다. 손도 잡아보고 싶고. 나는 드럼이 좋아. 몇 시간이고 ***듯이 비트를 밟으면, 그래서 땀에 흠뻑 ***으면, 그리고 나서 밖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그제야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 나는 과학이 좋아. 내 머릿속에 지식이 하나하나 채워져 가는 기분이 들어. 나는 법의학이 좋아. 죽은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범인을 잡아주잖아. 이건 결국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나는 무대가 좋아. 관현악단이 각자의 소리로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 걸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건 너무 황홀해. 공연이 시작하기 전 그 긴장감이란, 공연이 끝난 후 그 뿌듯함이란. 나는 달이 좋아. 야자가 끝나고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구름에 흘러가는 보름달을 보면, 하루를 다 보냈단 게 실감나. 나는 눈이 좋아. 뽀득뽀득 밤 사이 내린 눈을 밟으면,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아. 나는 새벽이 좋아. 동이 트는 새벽에 혼자 노래 들으면서 걸으면, 이 공간이 다 내 것 같거든. 공기도 맑고. 나는 노래가 좋아. 나를 기쁘게도 했다가, 슬프게도 했다가. 행복한 사랑 노래를 들으면 나는 사랑같은 거 해***도 않았는데도 가슴 한 켠이 절절해져. 누군가를 진짜 사랑하는 기분이 들어. 나는 시내가 좋아. 북적북적한 사람들 틈새로 끼어서 걷다 보면 즐거워져. 나는 버스가 좋아. 일상적으로 학교가는 학생, 출근하는 회사원, 장 보러가는 엄마, 면접보러 가는 사람... 일상을 유지시켜 주거나, 한 사람이 인생을 바꾸러 가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걸 소개할 수 있는게 나지, 내 소속으로 소개하는 건 내가 아냐. 이게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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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
winner1
· 7년 전
그래 그게 당신이에요. 중심을 잃지 말고 살아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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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xome
· 7년 전
좋아요 글이...erythrocyte님과는 달리 저는 제가 하고싶은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컴플렉스에 얽매여서 사는 삶을 살고있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전 당신의 삶이 부러워요. 그렇게 고민하는 것조차 대단해보이거든요 지금까지해온 노력, 좋아서든 꿈을 이루기위해서든 해온 노력은 헛되지않아요 조금 헷갈리긴해도 그게 맞는 길이니까, 지금까지 달려온 걸 거에요. 지금처럼 소소한 자기만의 일상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게 저는 이미 직업이라는 꿈과 상관없이 당신만의 행복을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떤 선택이든, 화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