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척박한 땅에 자아라는 탑을 쌓아올렸다. 풍파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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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requiescat
·8년 전
그 척박한 땅에 자아라는 탑을 쌓아올렸다. 풍파를 맞이할 때 마다 위태로웠지만 판자를 들이대며 보수하며 시간에 따라 높아졌다. 그런데 기초가 약했던 걸까? 높아진 탑의꼭대기에서 심한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고 바닥은 아득하게 멀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내려가자니 공들인게 아깝고 다시 올라오려해도 그만한 힘이 없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쳤다. 꼭대기에서 튕겨져 나와 파도에 휩쓸렸다. 몇개월 후 정신이 들었을때 내가 올랐던 탑은 부서지고 모래만이 남았다. 아직 파도가 빠지지도 않았는데 울면서 이건 아니라고 물속에서 모래 한줌을 붙잡고 다시 쌓으려 했다. 하지만 필사적인 노력에도 실패했고 실패 후에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계속해서 줍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멍하니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탑의 흔적만 바라볼 뿐이였다. 어느센가 물이 다 빠져나갔고 물이 없어 굳어버린 모래는 이제 손에서 빠져나가지도 않았다. 모래만 남았다. 나는 모래로 탑을 쌓아왔나보다. 그 연약하고 부드러운 모래로 탑을 쌓았으니 위태로울 수 밖에 없었나보다. 10년만에 땅을 밟아보고 익숙했던 텁텁한 모래 냄새가 아닌 흙냄새도 맡아본다. 탑에 갖혀 아래 위 밖에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모든걸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것을 볼 수 있다 했지만 그토록 넓은 땅에 내 신념만 높게 올라가 있었던 것이였다. 흙이 있어 나무를 심었을 수도 있었는데. 오로지 그놈의 탑에 모든걸 쏟아부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였다. 그리고 오늘. 모래와 흙밖에 없는 땅위를 걷기 시작한다 못과 망치를 이곳에 버려두고 나는 떠날것이다. 이제는 탑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외부에서 꽃씨를 들이고 나무를 심고 바람을 견디는게 아니라 맞이하며 파도속에서 헤엄칠것이다 이전의 10년은 기억속에서 아쉬움만 줄 뿐 그것이 지금 나의 경쾌한 발걸음을 멈추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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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hem
· 8년 전
너무 힘드셨을텐데 잘 할 수 있어요 너무 힘들지 말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