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만 읽어주세요 대학입시가 끝나갈 즈음 참 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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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길지만 읽어주세요 대학입시가 끝나갈 즈음 참 내가 못났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두서없이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난 기억나지도 않을만큼 어릴적부터 공부에 압박을 느꼈다. 부모님은 두분 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시어 나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주셨다. 이런 부모님의 기대 때문일까, 어릴적부터 공부는 '하기 싫지만 안 하면 엄마한테 혼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힌채로 자라왔다. 초등학교때부터 중상위의 성적을 유지했지만 공부에 대한 진정한 성취감을 난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고, 혹여 성적이 안 좋아서 부모님에게 혼났을 때에는 속으로 다른 친구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니었다. 목표도 없고, 가치관도 없고. 난 지금까지 기말 1등급, 모의고사 1등급이라는 단순한 목표만을 나 스스로의 목표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입시의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과 나 자신을 비교했을때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방패에 불과했다. 이 정도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하면서 살아왔다. 뭐가 됐다는 건지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말이다. 목표나 가치관 없이 남들에게 끌려다니는 삶을 살다보니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학종을 준비하면서 고등학교에서 나름 쟤 공부 잘한다 라는 소리를 들으며 대회, 시험, 독서, 봉사 등 모든것을 챙겼지만 주변에서도 내 스스로도 모든게 아쉬웠다. 대회는 아쉽게 떨어지고, 시험은 한두문제로 등급이 갈리고. 어릴 적부터 습관이었던 친구들과의 비교는 나를 계속 비참하게 만들었다. 내 모든 주위 사람들은 나보다 덜 노력하면서 나보다 더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 '나는 남들보다 배는 노력해야 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기가 속상하고 인정할 수 없어서 딱 남들만큼 노력했다. 난 그것보다 훨씬 열심히, 잘할수있는 사람이었는데. 독서실에서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하며 부모님께는 하루종일 공부한 척하고. 하고 싶을때는 반짝 열심히 해서 '넌 잘될거야'라는 칭찬에 스스로 안심하고. 그렇게 초등학교때부터 크지 않지만 조금씩 자라온 내 마음의 강박증은 입시 후반에서야 터지고 말았다. 논술학원에서는 적당히 열심히 하면서 '넌 최저만 맞추면 1지망 논술로 붙겠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또 안심했다. 그 대학을 가고싶다는 간절한 생각은 없었다. 결국 논술과 면접은 ***도 않았는데 가망있는 6지망 대학만 가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남들은 날밤 까며 공부할때 의욕 없이 잠만 자고 책 보는 척을 했다. 배부른 짓이었다. 그 생각의 기저엔 '거기도 나름 명문대니까. 내가 이정도 가면 주변 애들은 나보다 못가겠지 뭐' 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었고 난 위험한 도박은 피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수능 전에 학종으로 5지망 6지망의 대학은 붙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의욕저하가 모든 걸 말해주듯 나는 수능 전날 복통을 호소하다가 논술 최저를 맞추지 못했다. 수능을 본 날, 그날 내 머릿속의 생각이 너무 한심해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5지망 붙었으니까 괜찮아. 거기도 알아주는 대학이잖아. 차라리 아파서 핑곗거리 생겼네 다행이다. 설마 주변에 논술로 나보다 더 잘가는 애가 있겠어?' 그리고 오늘, 나보다 훨씬 안 좋은 대학을 갈거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위안삼던 친구들은 보란듯이 더 좋은 대학의 논술에 붙었고, 나는 하루종일 ***듯이 울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걸까. 난 왜 내 청소년기를 아쉽게만 보냈을까. 내 친구들이 좋은 대학에 붙지 않았다면 난 오늘 대성통곡을 했을까? 아마 자부심을 가지고 3월 입학을 기다렸겠지. 내 스스로가 진취적이고 자존감 가득한 사람이었다면 난 내 능력을 알고, 알맞은 목표를 세워 그걸 달성했겠지. 그동안 의욕없이 한 공부만으로도 내가 끈기는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이렇게 스스로 아쉬워하고 비교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제 주변에서 '넌 이거보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말을 듣기가 너무 싫어서 소름이 돋는다. 듣기 싫어서 나 스스로 회피하고 있다. 난 언제쯤 나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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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ook
· 7년 전
팩트만말할께요 그냥 이미 엎질러졌는데 지금을 즐겨요 ㅎ 아무리 짜증내고 울어도 바뀌지않으니까요. 마지막 겨울 방학동안 그동안 하지못했던거 해보고싶은거 즐기세요 나중에 후회하지말고요 알겠죠? 즐거운 방학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