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수능을 본 고3 문과생이에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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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안녕하세요. 이번에 수능을 본 고3 문과생이에요. 12일에 수능 성적표를 받고 어제 제가 갈 수 있는 대학을 알아보다보니 제가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이번 수능을 정말 망쳤다는거... 그래서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앞이 캄캄해요. 근데 생각해보니 제가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있었어요. 아니, 그냥 아무생각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억압받는걸 싫어하고, 경쟁하는걸 싫어하다보니, 작년부터 부모님이랑 마찰이 자주 있었어요. 그전에는 아무생각없이 부모님이 ***는대로 했었죠. 부모님이랑 마찰이 있었던 이유로 부모님께서는 계속 저한테 "알아서 해라."라는 말만 반복하셔요. 말만요. 행동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막상 간섭할거 다하시고.. 저도 어느순간부터 그게 편하고 습관이 되어있다보니 또다시 간섭을 받아들이고 있더군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제 인생이 아니라 부모님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입시 설명회에 부모님이 같이 가고, 합격 예측 리포트를 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부모님이고, 제 수능 성적에 맞춰서 갈 대학을 정한 것도 부모님.. 어제 하루 안에 일어난 일이에요. 대체 전 뭘 알아서 하라는 걸까요. 이제는 제가 뭘 위해 살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대학도 정말 가야되는지도 모르겠고.. 만약 제가 수능을 잘봐서 좋은 대학을 간다해도 언젠가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될 것 같아요. 제대로 된 목표가 없다보니 대학 공부도 제대로 못 할 것 같고.. 좋아하는 일이나 관심있는 직업은 있어요. 댄서, 심리상담사, 소설작가 등.. 하지만 이 직업들이 다른 직업들에 비해 전망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도전하기가 두려워요. 게다가 노력에 비해서 보수가 적다는 말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다른 직업들이 어떨지는 직접 해 본게 아니라서 정확히 판단을 못 내리겠어요. 만약 다른 직업들을 가져보려고 해도 학력이 부족할테고, 그러면 재수를 해야하는데, 명확한 목표와 신념이 없다보니 재수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아요.. 전 대체 뭘 위해서 살고 있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명확한 목표와 신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전 대체 왜 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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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nabeme
· 7년 전
안녕하세요. 제 상황이랑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네요. 저는 작년에 수능을 말아먹은 재수생입니다. 친구가 고3이라 하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댓글을 남깁니다. 저도 사실 별 생각없이 하라는 공부 꼬박 꼬박 하고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공부를 잘해서 꿈이 의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럴싸한 이유가 있긴 했었죠. 눈이 안보이는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안과의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따로 있었어요. 그림그리는 것, 눈으로 보는 것을 좋아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올해부터 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것 또한 너무 추상적이고 부모님께서도 디자이너가 불안정한 직업이고 여자가 회사에 들어가면 일 외에도 다른 심한 스트레스가 많다는 이유로 반대하셨어요. 부모님께서 딱히 쪼으는 타입은 아니셨지만 적당한 울타리를 만들어놓고 그 안아서 저를 풀어놓으신 느낌이었죠. 하지만 그럴만도 한게 저는 제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어요. 원하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 심지어 헙격예측 리포트를 보는 것도 너무 괴로워서 하지 않으려하기에 부모님께서 하시는 거였죠. 악순환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내가 하지 않는 걸 해주시고, 나는 더욱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지고, 또 보다못한 부모님이 자꾸만 나 대신 삶을 설계해주시고... 지금부터 다짐한다고 해서 내가 내 인생을 살아야지!! 하고 당신의 삶이 살아지기는 어려울거예요. 저는 재수하면서 제가 왜사는지, 삶이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매일했어요. 부모님 곁을 떠나서요. 그 결과 얼추 삶에 대한 갈피를 잡았지만 지금도 수동적인 삶의 습관이 아직 남아있어 좀 힘드네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행동해보려 합니다. 글쓴이 분은 먼저 스스로에 대한 성찰부터 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아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세요. 그리고 이때까지 어떻게 살았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금 쓰신 글도 우떻게 보면 자아성찰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세요. 이건 스스로는 하기 힘들어요. 좋은 글을 보고 과거 사람들이 살았던 행적등을 보며 조금씩 쌓아가는 거죠. 당신이 평소에 책을 많이 읽었다면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당신에 대한 성찰과 삶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해보세요. 이 세가지가 너무 추상적인 것들이라 힘들 것 압니다. 저는 1년만에 선생님의 도움과함께 얻어낸 것들이죠. 그리고 지금도 딱히 완성된 상태는 아닙니다. 아직 게을러요. 이것들을 해낼 수 있을 지는 글쓴이분의 절박함에 달렸어요. 글쓴이분이 작년에 제가 느꼈던 허무와 답답함을 그대로 느끼고 있기에 잘 하리라 믿어요. 문제의식을 포기하지 말고 잡고 늘어지세요. 마지막으로 책 추천드려요. 재수하기 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이요. 응원합니다. 반드시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삶을 영위해 나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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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nabeme
· 7년 전
학생의 신분으로 좁은 세계에 갇혀있으면 자신의 신념을 가지기가 힘든건 당연한거예요. 사람에게는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가 있어요. 어느 소설가는 이를 개인의 방과 광장으로 나눠서 표현하죠. 자신이 안락하게 살*** 하는 욕망, 맛있는 걸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경제적 안정을 누리면서 살고 싶은 건 개인적 자아이고 그건 학생의 신분으로 다른 어른들의 삶도 보면서 충분히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사회적 자아는 세계에 대해 아예 알지도 못한다면 방안이 없는게 당연하죠. 사실은 공부라는게 세계를 들여다보는 수단이에요. 문과라면 더더욱 공감하겠죠.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경쟁을 중시하기에 별 생각없이 헐레벌떡 뒤쫒아가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요. 글쓴이 분이 공부하면서 알아낸 것에다가 더해 뉴스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세계에 대해서 알아보세요. 저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사회가 저를 부르는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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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fghj123
· 7년 전
정말 학생신분이 힘들죠 학교에서 계속 국영수이런것만가르치다가 갑자기 네갈길알아서 찾아 이러니까요 뭘 하고싶은지도 모르겠는데 남들 다 하니까 안할수는 없고요ㅠㅠ 제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겪어본 입장에서 드리고 싶은 말은 일단 당장 재수 하지는말고요 이런저런 책도 많이 보세요 관심가는 전공이 있으면 그 전공관련 교재 이런것도 괜찮고요 시립도서관 가면 있을거에요 그리고 요즘은 대학강의도 그냥 들어볼 수 있는데요 kocw나 k-mook이런데 가보면 학교별 전공별 볼 수 있어요 핸드폰 어플도 있고요 이래도 모르겠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기는 하는게 좋을거에요 나중에 재수하게 되면 그때 원서 쓸 때 다시 후회하거든요 젊은날은 참 좋으면서도 빨리 지나가요. 그냥 5-6월만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이미 1년 열심히 했으니까 충분히 쫓*** 수 있을거에요 진짜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