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제 멋대로 시작한 두 번의 수능. 어제가 결실을 확신하는 날이였습니다. 작년과 비교해서 성적이 올랐다 판단했기 때문에 만족했습니다. 그 것만으로 제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가채점은 '가'일 뿐, 어제 받은 진짜 성적표는 가채점과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작년보다 오르기는 커녕 비슷하거나 혹은 더 낮아보이는 진짜 성적표.
'아닐꺼야. 무언가 잘못되었겠지. 진짜 내 성적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안고 집에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생각이란 것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망해버린 성적표는 제 주머니 안을,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함께 재수한 친구 전화를 받으며 억지로 울음을 참는 제가 정말로 한심했고 한심합니다.
부정으로 가득찼던 생각은 집에 도착해 제 방에 들어오자마자 원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원망, 분노는 엉엉 울어도 삭혀지지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극한 반대에도 불구, 이루리라는 다짐하나로 무식하게 행한 행동을 저는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이럴꺼면 왜 재수를 했냐는 아빠 말씀을 제 방 안에서 들으며 계속해서 저를 원망했습니다. 누나가 수능을 잘 봤다며 저보다 기뻐하던 동생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누나가 되어서 도움하나 되지 못하는게 정말 너무 부끄럽습니다.
제 미래를 위해서 한 번 더 도전했고, 저는 미래를 잃은 기분입니다. 끝이 안보이는 터널을 뒤늦게 출구를 향해 달려갔으나 이미 때가 늦어 입구를 봉쇄해버린 것 같습니다. 저에겐 봉쇄된 입구를 뚫고 터널 밖을 나갈 힘이 이젠 있지 않습니다. 그 힘을 얻기 까지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냥 봉쇄된 입구 앞에 주저않아 껌껌한 터널 안에서 생이 끝날 날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미래가 보이지않습니다.생각하고싶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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