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공부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
남들보다 이해하는 속도가 느리고,
혼자서 완벽하게 암기가 될 때까지
꼼꼼하게 숙지한다고 지엽적인 부분에서
힘과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러다 문득 앞에 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으면
뒤의 부분은 손대지도 못한 채 다시 완벽하게
시작하고 싶어서 되돌아가버리는 사태가
여러번 반복 됐습니다.
어렸을 때 아***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혼자 일을 해서 저와 오빠를
부양하셔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빨래, 식사, 청소, 공과금 정리 등 모든
집안일을 제가 부담하게 됐어요.
기초수급자였었고, 공부에 대해서는
사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전혀 아니라
공부방법도 모르고 그냥 시험범위만 벼락치기로 통째로
무식하게 외워서 해결하는데 급급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공부할 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공시 행렬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막연히 학교에서
다니던 때처럼 지엽적인 부분을 달달 외우듯이 5과목을
공부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공부해야할 양이 방대하기도 했지만 제 기초가
워낙 부족해서 원리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야했어요.
공부 속도도 느린데 이해와 암기까지 하려니
한 과목을 스스로 계획한 목표까지 달성하는데만 해도
6개월을 넘기기 일쑤여서 결국 3년이 지나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집안에서 제가 해야할 일은 사라지지 않고..
변명이고 핑계일 수 밖에 없겠지만,
올해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혼자하는 공부가 벅차서
어머니께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지원을 부탁드렸을 때
비용을 부담스러워하셔서, 죄송한 마음에
결국 다시 혼자 공부해보겠다 말씀드린 상태입니다.
전공과 관련해서 힘들게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아냈고
어떤 일을 하겠다 신중하게 고민해서 결정 내렸기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이고
앞으로 절대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이렇다할 성과 없이
몇 년째 혼자 독서실에서 돈을 아껴
이론 강의만 듣고 독학하다보니 더더욱
공부에 대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학 다닐 때 악바리처럼
4년 내내 돈 아낀다고 장학금 타고 다니려고
혹사***면서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겹쳐
치열하게 보낸 탓인지,
자궁내막증 질환으로 수술 받고
호르몬 치료를 병행한 뒤에 후유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면역력 밸런스가 많이 안 좋아져서
걸핏하면 대상포진이 나다가 천식판정까지 받고
뒤늦게 잃은 건강을 챙기겠다고 노력하고 있지만,
체력이 흔히들 말하는 공시 공부할 때 하루 12시간 이상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못합니다..
매일 매일 독서실에 10시간 정도 앉아있는 걸 목표로
두고, 그 중 적으면 5시간에서 많으면 9시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부목표량을 얼마나 도달했는지가 중요한 거라,
스스로 채찍질해도 만족할 만큼 하루를 보내는 것 같지 않아요.
잠을 줄여서 공부해본 적, 있습니다.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약한 성격이라 열등감을
이겨내려고 악착같이 무식하게 비효율적으로
공부해봤지만 곧 슬럼프에 빠지게 되서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건강 잃어보니 정말 하루하루 별탈없이
건강하게 보내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니,
대학다니던 시절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겠다는
동력이 사라진 계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공부 속도도 느리고, 공부 방법도 서툴고,
체력도 약하고, 집안일도 신경써야하는데,
공부에 대한 지원비도 넉넉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다만, 어머니가 너만은 네가 하고 싶은 일
선택해서 하라고 독려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이대로는 또 1년이 흘러가버리고
기회를 놓칠 것 같아 두렵습니다.
막연한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 할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치열하게 공부하게 되는 동기부여나 습관이
두 달이상을 가지 못합니다.
이런 스스로를 알기 때문에 강하게 채찍질해줄
학원의 도움을 얻고 싶지만, 그 선택지는
가능하진 않으니 인터넷 강의를 좀 더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강은 하되, 지식을 흡수하고 응용하고
적용하는 데까지 확실히 타인보다 늦은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한 친구가 회사생활을 하다가
저와 같은 직렬로 시험을 치뤘는데,
저와는 달리 학원도 다니고 공부할 여건은
좋은 친구였죠, 게다가 스스로의 노력까지 더해져
2년만에 올해 추가채용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더군요.
그 친구는 그 친구의 인생이고
저는 저만의 인생이기 때문에 신경쓰지말자,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제 공부 여건과 비교 돼서
괴로운 마음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이 모든게 타인에게나 스스로에게나
변명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확실히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출발선상이 더 불리한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과거에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라며
어쩔 수 없이 후회가 되서 괴롭고 씁쓸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가진 불리한 핸디캡들을
인정하는데서부터 시작해보려구요.
공부속도가 느려서 남들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것이고,
타인들의 한심하다는 눈빛과 발언이 잦아질 테죠.
내년 결과가 또 불합격일 수도 있고,
친했던 친구와는 어색해져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으며,
이대로 서른살을 맞이해 우울감에 시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친척들은 아직도 홀어머니를 고생***며 팔자 좋게
공부하고 있냐고 타박하고 비아냥 거리고,
불합격 통지를 받고 울면서 혼자 또 속쓰린 마음을
달래야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그래도.
'느린 것을 두려워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해라.'라는
글귀를 마인드 카페에서 곱***고 다시 한번 힘내 보겠습니다.
쓰다보니 많이 마음이 풀어지네요.
새벽에 미칠 것처럼 하소연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는 것처럼 털어놓으니
시원합니다!
저는 제 인생을 그래도 살아보겠습니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니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인게
당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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