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다. 사실 혼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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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다. 사실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사람도 우울하고 힘들 때가 있겠지만 내가 봐 온 그사람은 그런 것들을 티내지 않는 사람이다. 건강관리는 착실히 해서 자기 몸에 해로운 것들은 전혀 하지 않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취미생활도 무척이나 건전한데다가 자기도 그 건전하고 정적인 것을 무척 즐기는 것 같다. 뭐든 열심히 해서 열등감이 있는 사람이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잘 생겼고, 키도 크고 목소리도 좋다. 조용하고 얌전하다고 해서 무리에서 잘 보이지 않거나 소외되는 타입도 아니다. 늘 눈에 띄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 줄 줄 아는 존재감이 뚜렷한 상냥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챙기는 게 아니다. 우선순위는 늘 자기 자신인 것 같다. 이런 그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의 행동과 생각을 존경하여 나도 그처럼 몸도 정신도 건강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안하던 짓을 약 이주동안 해 봤는데,(취미 성격 성향을 따라한 게 아니다. 그의 바르고 성실한 생활을 따라해보려고 했을 뿐)하다가 금방 관뒀다. 나는 멘탈이 약해 빠져서 조그마한 실패, 좌절을 겪으면 온 세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내적 환경보다는 외부적 환경에 더 예민해서 타인의 영향을 아주 잘 받는 마음의 면역력이 굉장히 약한 사람이다. 사실 그와 사귀고 싶다거나 뭘 어떻게 해보려는 것은 아니다. 나와 그 사람의 격은 너무나도 차이 나기 때문에 애초에 그와 내가 만나본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성으로 좋아한다기 보다는 사람으로써 존경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그사람 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소외감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사람도 노력 끝에 얻어낸 것들이겠지. 그 사람을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바르고 좋은 사람이라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만번 쯤 하는 것 같다. 좋아하지만 귀찮아서 읽지않던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행동은 따라할 수 있는데 정말 안 되는 것 한가지가 있다. 그는 늘 긍정적인 사람이다. 내가 봐 온 그는 비가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자. 운명에 수긍하자 라는 타입이었다. 슬프고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현실에 순응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사람인데, 나는 그게 제일 어렵다. 힘든 일이 생기면 좋아하는 그를 생각하면서 그의 생각을 본받고 싶지만 그게 참 어렵다. 나는 크든 작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도망부터 간다. 게다가 뭐든 꾸준히 하다가도 외부환경에 의해서 쉽게 좌절한다. 이것도 도망가는 것일까? 그래서 꿋꿋하게 눈이오면 눈을 맞는 그의 모습이 무척 듬직하고 멋져보였다. 나와 정반대의 사람인 것 같아서 선택의 기로에 서서 혹은 내 미래를 위한 일들에 대해 도망가는 일은 나에게는 습관적인 일이다. 그게 내 미래와 현재의 내 안위가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루거나 회피하는데, 그 순간부터 무기력이 시작된다. 어디서 무기력은 습관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큰 일에만 그러는게 아니다. 옷 하나를 사더라도 이주 삼주를 고민하다가 계절이 다 가버린다. 사치, 저금 전혀 관계가 없는 꼭 필요한 속옷, 잠옷도 마찬가지. 그 만큼의 돈이 있어도 고민만 하다 말아버리니 삶의 질이 높아지려다가도 내 선택의 기로에서 도망을 쳐버려 삶은 바뀌지 않는다. 사실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이 신중한 내 모습이라 좋은 점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당장 속옷 하나 사는 것도 이렇게 시간이 걸리니까 이건 신중한 성격과는 별개인 것 같다. 회피의 습성 같은데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신중한 편이라고 생각한 내 성격이 나에게도 좋은점이라고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이 굉장히 답답하기 때문에 좋은점이라고 생각이들지 않는다. 더불어 그런 행동은 신중한 성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도 그처럼 될 수 있을까? 지금 뭐라도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같아서 맘이 아프다. 직업도 없고, 자격증 공부도 관둬버렸다. 그래도 그 사람을 생각해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니 그사람에게 정말 고맙다. 여기에 징징거린다고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말할 곳이 필요했다. 사실 남들은 내가 이런 사람인지 모른다. 행동도 말투도 생각도 즉흥적인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쥐뿔도 없어도 늘 행복한 사람인줄 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다들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나를 우선으로 해준다. 왜냐하면 내가 그건 대접이 좋아서 초라해보이지 않으려 똑똑해보이려고 쿨해보이려고 엄청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런게 음울하고 침울한 사람이란건 가족도 가까운 친구도 알지 못한다. 내게 힘든 일이 일어나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난리다. 너 어쩌려고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 라고 하지만 나는 쿨해보이고 싶어서 어떻게든 되겠지. 다 좋은 일이 될거라고 생각해 라고 말해보이면 역시 너답다 하고 주변 사람들도 걱정을 거두기 때문이다. 그게 제일 편하기도 하다. 잔소리를 안 들을 수 있고 조언도 듣기 싫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한다는건 내가 더 잘 안다. 겁이 많아서 행동을 못할 뿐. 아마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겠지. 대신 마음속으로는 전쟁이 나는 중이다. 인간의 뇌는 지금 20퍼센트도 다 못쓴다고하던가? 나는 고민과 걱정을 그만큼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느낌이냐면 뇌는 하나인데 열개의 뇌가 필요한 고민을 하느라 머리랑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걱정과 고민을 너무 많이 해서 끼니도 거르고 잠을 못자니까 잔병에 자주 걸린다. 면역력 약해서 걸린다는 병은 전부 다 걸려봤다. 한참 한 문제에 치우쳐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유 없이 배가 아파 온갖 병원에 다 다녀봤다. 돈들인 만큼 소득은 없었는데, 그 문제에 대해 순응하니 거짓말 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그 이후 처음으로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가족 모두가 각자 힘들어 하고 있다. 형편도 나쁘고 모두 각자의 트라우마와 슬픔을 가지고 소리 없이 숨죽여 우는 타입이기 때문에 서로에게는 밝은척을하고 가족을 챙겨주려 노력하는 따뜻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정작 나를 내팽개치고 있으니 쉽지가 않다. 그래서 자신을 챙겨가면서 타인을 챙기는 그가 정말 존경스럽기도 하다. 나도 그처럼 되고 싶은데 잘 안되는건 나와 그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다른 얘기지만 어제는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오랜만에 그랬다. 우리 집은 정말 작고 보잘 것 없다. 누가 봐도 셋방을 억지로 방 두칸으로 만들어 놓은 괴상한 구조인데, 이웃의 온정으로 아주 싼 값에 월세로 살고 있다. 1층 전체가 한 층인데, 이번에 옆 집에 이사를 왔다. 옆 집도 엄청 작고 방 칸수도 작은데 4명이상 가족이 우글거리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인성도 별로라 벌써부터 우리집에 갑질 하려든다. 지들도 월세면서.. 옆집이라고 하기에도 웃긴 게 원래 전부 한층이 1가구인데 불법으로 칸을 노나서 월세를 두 곳에서 받고 있는 괴상한 구조다. 덕분에 방음이 안되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종일 남 떠드는 소리가 다 들린다. 남이 뭘 먹고 뭐하면서 지내고 무슨 얘기를 하면서 싸우는지 화장실은 언제가는지 가래는 몇번 뱉는지 별 일을 다안다. 그렇게 억지로 아는 일이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제 하루종일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한걸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단독 주택 말이다. 주인 집 눈치 안 봐도 되고, 엄마가 좋아하는 정원도 새로 이사온 이웃집이 눈치 안보고 꾸밀 수 있고 예쁘고 깨끗한 욕조가 있어서 온 가족이 목욕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집 말이다. 부동산 사이트에 그런 집을 찾아보는데 죽을 때 까지 그런 집에 살 수 없을 것 만 같은 가격이었다. 그래서 너무너무 슬펐다. 우리는 그런 집에 살 수 있을까? 우리 엄마 아빠 너무 불쌍하다. 어릴 때부터 가난해서 못먹고 자라고 형제들도 사이가 좋지 않아서 가정불화 속에서 자랐는데, 아직도 이런 집에서 살고 있으니 얼마나 불쌍한가? 처음에는 엄마아빠가 다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한 것도 자식들이 겨우 대학에 가서 공부하게 되는 것도 전부 엄마아빠때문이라고 내 인생이 엉망진창으로 불쌍하게 자란 것도 다 부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엄마 아빠도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잘해보려고 가정을 꾸렸는데 맘대로 안됐던거겠지. 덕분에 엄마 아빠를 용서하고 마음이 평온해졌지만 측은지심만이 남아서 미칠 것 같다. 주인집이 눈치를 주면 줄수록 우리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니까 부모님도 나도 늘 남의 집에 불편하게 살고 있는 기분이다. 어제는 그 사실이 너무 처량해서 펑펑 울었다. 주인집도 이미 우리를 아니꼽게 보고 있어서 빨리 나가주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다. 이 집은 곰팡이도 있고 우풍도 심하다. 화장실은 더 엉망이다. 너무 추워서 겨울에는 세수만 해도 벌벌떨린다. 화장실에 발린 싸구려 페인트는 이사온지 1년도 안 되서 습기 때문에 가루마냥 떨어져서 지저분해졌고, 벌레도 많은 집이라서 여름에는 바퀴벌러 잡느라 잠을 설쳐서 여름만 되면 가족들이 건강하지 못하다. 누가봐도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는 집이지만 우리는 그 무엇도 주인집에 요구할 수 없다. 꼬우면 우리가 나가야지 뭐 근데 돈이 없기 때문이지. 자기네들이 자처했지만 고단한 엄마도 아빠도 불쌍하고(10년 넘게 모아둔 돈이 없다. 날려먹은 게 더 많아서)그런 나도 형제들도 처량하고 그냥 다 불쌍해서 우울하고 울고싶었다. 기분이 뚱해 있으니 엄마가 와서 왜 기분이 이렇게 안좋냐면서 이십대의 자식에게 어린 아기 달래듯이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결국 속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하면 엄마는 더 마음이 아플테니까. 그리고 이때까지 나는 마냥 저냥 센척을 해왔는데 그게 무너지는 것도 부끄럽고 싫었다. 그냥 기분이 안 좋다고만 하고 펑펑 울었다. 울고싶지 않았는데, 엄마가 불쌍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제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내 마음을 살펴보는데 너무 답답한 것이었다. 외부환경에 이렇게 잘 휘둘리는 건 어떻게 해야 나아지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속 시원하게 말할 곳이 없었다. 친구들에게도 가족에게도 늘 밝고 건강한 척을 해대느라 나를 알려주지 못했다. 생전 하지않던 친구들이나 애인에게 고민 하나라도 말하면 너 아닌 것 같다 니가 이런 얘기하는거 듣고싶지않다로 나를 묵살했다. 이때까지 내가 들어준 그들의 고민과 감정은 무엇인가 싶어서 그런 사람들과는 인연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내 고민과 걱정과 불안은 절대 누구에게나 말하지 말자라는 주의가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어제 오늘 같은 날은 가슴이 답답해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에 선생님이 자신이 가르치던 밝고 건강한 여학생 하나가 있었는데, 힘든 일에도 굴하지 않고 공부든 알바든 열심히했다고 한다. 뭐든 듬직하게 해내던 애가 갑자기 죽어버렸다고 맘이 너무 아팠다며 얘기해주셨을 때 나는 그렇게 행복한 사람이 왜 죽었을까?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어제 오늘 극단적인 생각이 든 뒤로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당장 죽어버리면 친구 가족 전 애인들 모두 왜 갑자기 그랬을까? 라고 생각하겠지. 대학교와서 만난 사람들은 나의 형편과 맞지않는 다들 잘나가는 사람들이다. 운 좋게 성적보다 좋은 대학을 가서 최소 중산층에 사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지낼 수 있었다. 내 눈엔 잘나가는데 자기네들은 그게 보통이고 혹은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안 얘기를 아예 안하기도 했고, 하고 다니는건 생각보다 멀쩡하게 하고 다녔기 때문에 현재 친해죽는 친구들조차 내 형편과 고민과 걱정을 알 수 없다. 아니 모르는게 좋다. 좋은 일이 아니니까?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나 자신이 초라하게 보이는 거기 때문에, 외면적으로는 내 이상향에 가까운 인간상인것마냥하고 다녀서 속으로는 파탄나있지만 겉으로는 보통의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미쳐서 죽음 가까이 가버릴까봐 너무 힘들어서 쓸데없이 난잡한 글을 전체 공개로 쓰게 되었다. 너무 길어서 아무도 안 읽거나 혹은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공개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적어놓으니 좀 낫다. 여전히 옆집은 시끄럽고 머리는 터질 것 같은데, 죽고싶다 관두고싶다라는 생각은 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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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ona
· 8년 전
잘 읽었어요 공감두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