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전역 후 무엇을 도전하기가 매우 겁이 난다.
군 생활 중에는 전역하면 무슨 일이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전역을 하고 나니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중소기업뿐.. 물론 중소기업도 나름대로 좋은 곳도 있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입대 전 중소기업 3군데나 그만두어서 또 다시 들어가면 쉽게 그만둘 내 모습이 보여서 문을 두드리지 못하겠다. 배운 거라곤 쇠 깎는 것 밖에 없었지만 나는 기계를 만지는 게 적성에 하나도 맞지 않는다. 집 밖에도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니 사람이 너무 나태해져 구직활동도 하지 않게 된다..
어릴 적부터 우리 남매를 홀로 키우신 어머니에게 얹혀 사는 것도 매우 미안하고 이런 불효가 없다 싶은데 한 쪽으론 내가 과연 무엇을 하고 살아야 밥벌이를 하며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며 재보기만 하다가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간다.
나란 놈 내가 봐도 참 한심하다..
머리도 20대 중반이라곤 믿어지지 않을만큼 숱도 없어 자신감은 배로 떨어졌고 집 밖에 나가는 게 두렵기까지 해져 우울증이 올 것 같다.. 차라리 죽고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죽는 건 무섭고 죽은 뒤에 슬퍼할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니 그 또한 불효가 아닐 수 없다. 다들 열심히 사는데 난 하고싶은 일도 없고 무언가를 도전해보고 싶지도 않고 하루하루 시간만 가고 있다.
난 어릴 때 남들과는 비슷하게 적당한 직업을 갖고 적당한 수입이 생기며 적당한 집을 사고 적당히 가정을 꾸려나갈 줄 알았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는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냥 마음이 착잡해져 써봤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찾아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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