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까지는 그저 고되고 울적하기만 했던 삶이 올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알림
black-line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8년 전
그전까지는 그저 고되고 울적하기만 했던 삶이 올해 시작부터 걷잡을수 없이 꼬이기 시작했다. 남들은 달달한 연애사로 고민하는중에 나는 사금융에 묶인 내 빚에대해 걱정했고, 남들은 살찌고 안찌고 걱정하는 사이에 난 당장의 한끼를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 필사적이었다. 내 친구들 피부트러블 걱정하는 순간에 난 내머리에 난 땜빵과 듬성듬성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을 목격했고, 애들은 취직후에 드라마처럼 펼쳐질 자신의 인생을 꿈꿀동안, 난 직장에서 날 물어뜯으려는 녀석이 나타나면 어떤식으로 매장할지에 대해 생각하며 살았다. 치열했다. 시지프스같은 삶을 살았다. 돌을 굴리면서, 정상에 우뚝서지 않을 돌을 계속해서 굴려 올리면서 이를 갈며 살았다. 타인은 적이라는 전제가 있었고, 등쳐먹을 사람인지 아니면 내게 업히려는 짐인지 계산하며 사람을 가렸다. 이전에 했던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더 해볼 의욕이 없었던것도 있지만, 올해는 자칫 잘못하면 애꿎은 내 사람들도 나때문에 피해를 볼것같아 아득바득 살았다. 그리고 쉬는날이 어쩌다 한번 오게되면 교회에 가서 울면서 기도했다. 이 상황에서만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기회는 쓰고, 유혹은 달다. 또한 교훈은 잠깐이고, 방탕은 영원하다. 난 또한번 돌이킬수없는 실수로 그간 연락했던 몇 안되는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도망쳐 숨게되었다. 기껏 세우면 다 무너뜨리는 내 인생의 레퍼토리에 진절머리가났고, 나 자신을 포함해 아무것도 믿을수 없게되었다. 그러던중 우연히 될대로 돼라는 식으로 넣은 이력서가 어느 회사에 닿았고, 그들의 요구로 나는 면접을 보았다. 기대도 없었다. 난 그때 너무 지쳐있었고, 면접을 떠나 일을 할만한 상태도 아니었다. 당연히 면접은 최악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면접을 못본적이 손에꼽는데 내 잦은 이직률에도 그동안 꾸준히 내돈으로 내 삶을 영위한거 보면 난 나 자신을 포장하는데 있어서는 꽤 실력있는 사기꾼이었다. 그리고 이 형편없는 면접자리도 사실 내가 생각했던 회사도 아니었다. 난 여지껏 거친일만 했다. 고졸에 운전면허밖에 없었으니 내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으니까. 이번일도 배송관리 라기에 적당히 음침하고 어두운 창고에서 ***들이랑 으르렁거리면서 일하는 곳이겠거니 하고 열었던 사무실 문. 그리고 진동하는 여자 화장품 냄새.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의 인테리어. 난생 처음 접하는 현장이었고 면접 전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면접을 보러나온 젊은 사람들에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땅만 보고있었고 묻는것에 대한 대답도 한참 망설였다. 끝나고 나오는데 굴욕감이 들었다. 떨어질꺼라 예상했다. 인생이 우스운건 한치앞도 백퍼센트 예상할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다음날 합격전화를 받았다. 기쁘지 않았다. 일을 할수있는 상태인지 스스로 의심했고, 무엇보다 이런 나를 뽑았다는 회사도 의심스러웠다. 입사후 첫주는 경악의 연속이었다. 첫째로 서른명 남짓한 직원들중 나를 포함해 남자가 셋밖에 없다는점. 둘째로 대표부터 말단 신입까지 서로 허물없이 소통한다는점. 셋째로 업무가 쉽다는점. 마지막으로 내가 사람과 소통하는것과 교류하는데 있어서 미숙했다는 점. 이 글을 보고 짐작했겠지만 난 험한 업종에서 버텨온만큼 그렇게 호락호락한 외모가 아니다. 어렸을때부터 또래들보다 덩치가 컸고, 아***를 닮아서 인상이 강해 다들 내게 조심스러워 했다. 게다가 내가 있던 사회에서 얻은 경험으로 인상이 약하면 결국 무시받는다라는 생각으로 했던 내 등과 오른쪽 가슴에서 팔뚝을 묶고 휘감은 문신은 내가 어떤 인상으로 보일지, 최소한 이사람이 다른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주려는건지 뚜렷하게 표현하고있어서 나는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무시받지도 않았고, 그들을 의식할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곳은 마치 순정만화속 분위기 세계. 그리고 나는 마치 북두의권에서나 나올것같은 인물. 나는 이미 입사때 그 공기를 의식했고 겉돌수밖에 없는 조건들로 시작됐다. 처음엔 위화감을 느끼게 하기도 싫어서 큰 박스티나 칠부짜리 티셔츠만 입고다니고 쭈구리처럼 지내고, 웃지도 못했고, 나혼자 경직돼서 밥먹다 체하고, 혹시 일하다가 방귀라도 나오는건 아닌지, 빤히 쳐다보는게 혹시 내코에 코털이라도 삐져나온건지. 중학교 졸업 이후로 해본적이 없었던 고민들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이런 인상과 태도때문인지 사람들은 첫주 이후부터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슬슬 무능력한 사람을 대할때 하는 무례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눈에띄었다. 아침에 입고가 들어온 물건들은 남자인 내가 다 분류하는데 그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아침에 멀뚱히 서있는 내모습이 무슨 자폐아같이 보일까봐 스스로 하기 시작한건데 선배라고 있는 동생들중에 한살 어린여자애가 톡쏘는 말투로 은근하게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치만 그 일은 사실 내가 하려고 하기전에 그들이 가르쳐줬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나는 좀 실수가 있다고 해도 당당할게 있었다. 난 그 친구와 트러블이 잦았다. 시니컬한 말투는 내 신경을 건드렸고 난 그럴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남자가 몇 없어서인지 남자들의 성격이 다들 섬세했는데, 나를 담당하는 남자 주임은 여사원들 보다 날 더 섬세하게 신경써줬다. 난 그사람의 그 친절에 보답해보고싶어 군대 이등병때처럼 열심히 일을했고, 다른 직원들에 비해 평균보다 빠른속도로 업무내용을 습득했다. 그리고 나는 그간 있었던 사회경험으로 인해 선배를 보기좋게 깎아내리는 방법을 알고있었고, 그 방법중 하나는 업무를 선배보다 많이 담당하고 관리자와 소통이 잦으면 선배는 무능력해지고 내가 잡아먹어버릴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전 직장에서처럼 노골적으로 몰아붙이지는 않았지만 일을 파악하고부터 한살어린 선배 여자애의 꼬장에도 아주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면서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다보니 또 그때쯤부터 귀찮고 더워서 반팔입고 일하다보니 그 선배도 내게 말을걸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주변에 누구도 없다는 사실이 크게 부담되지도 않았고, 그 사실이 떠오르면 ***듯이 일에 집중했다. 한 선배 동생이 퇴사하고 대체할 직원을 뽑던중에 관리자들 사이에서 내가 너무 외로울거 같으니 남직원을 한명 뽑자는 이야기가 나온거같다. 나는 사실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것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 일할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위해 사람을 뽑는다니...아무튼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다. 그냥 일은 못하고 사교성이 있어서 직원들이 나때문에 머쓱해하는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정도면 내가 적당히 덜피곤하게 일할수있겠다고 생각했고, 아까 말했듯이 인생은 단 한치앞도 예상할수 없어서 웃긴것이, 그런 직원이 들어왔는데 나는 덜피곤함은 커녕 잊었던 우울함만 부풀어가고 있다. 그렇다. 딱 원했던 케릭터가 들어왔다. 적당히 뺀질대지만 날 두려워해서 내 지시에는 적당히 복종하는 그런 친구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친구가 들어와서 모든 주목과 기대가 그친구에게 쏠린다. 그전까지 그 부담스럽게 동료들이 내 눈치보는게 좋았던걸까? 아니다. 아니다...난 사실 저 친구가 받고있는 종류의 주목이 받고싶었던 것이다. 직원들이 치는 장난, 나누는 농담과 공감, 서로의 인생과 경험에 대한 교류들, 미소, 가끔씩 하는 친밀함에서 묻어나온 애정섞인 주먹질, 가벼운 인사, 귀여운 말싸움. 나는 사실 그런게 누리고 싶었나보다. 그친구가 오고부터 어쩐지 난 초라해졌다. 난 외로워졌다. 난 나약해지고, 보잘것 없이 한심해졌다. 원래 따로 회식자리를 가는 분위기도 아니었는데 그친구가 오자마자 퇴근길에 자기들끼리 뭉쳐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날은 퇴근하는 버스안에서 창문을 통해 맞은편 호프집에 우리회사 직원들과 그친구가 앉아서 술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것도 보았다. 다음날 난 다시 말없이 일을 하고 업무에 눈을 고정시켰지만 내 마음의 시야는 굉장히 산만했다. 서로 어제 술마신걸 내앞에서 숨기고있었다. 원래 술을 즐기지 않는다. 주사가 과시하거나 과장하려는 거라서 술깨면 원치않는 싸움에 이미 휘말려있거나, 혹은 그런 마찰로인해 누군가와 사이가 서먹해졌다. 하지만 불러주면 무알콜 맥주라도 홀짝일수 있는데...하며 혼자 시무룩해졌다. 그런자리도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이런속도로 가다가는 정말 난 이사람들의 기억과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릴거 같아 조바심이났다. 그친구가 딱히 밉지는 않았다. 속으로 저녀석은 좀 뺀질대는 ***라 폄하하며 조금 얄밉게 느끼긴해도, 나를 건드리는 친구는 아니었으니까. 그친구 역시 내게 항상 조심스러웠고, 나는 무시당하던 경험이 있어서 내게 조심스럽게 대하면 나도 그친구가 편할수있게 대하는 주의였다. 그래서 어쩌다 둘이 있을때 같이 술이나한잔 해요. 라고 가볍게 말했다. 그리고 그친구도 한 네시간을 망설이더니 그럼 오늘 드시죠라며 비장한 표정으로 결단한듯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날 술자리에 선배로있는 또다른 여동생 한명과 여사님이라 부르는 아주머니직원분 한분과 나와 그친구 넷이 술을 먹었고 나는 불안함을 감추려 혼자 벌컥벌컥 들이키다가 취해버려서 또 뭔가 거짓말로 부풀리고 쪼그맣고 보잘것 없는거 과시하면서 실수를 했던거 같다. 솔직히 정확히 내가 거기서 뭘했는지 무슨소리를 했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억나는건 마지막에 그 동생선배가 굉장히 난감해하고 불편해하며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언제 끝이나지? 하는 표정으로 불안하게 주변을 살피고있고 난 혼자 떠들어댔던거 같다. 다음날 반응은 뻔했다. 고요함과 서늘한 분위기. 다행히 그날 간의 컨디션이 좋았는지 난 숙취땜에 고생할정도는 아니었고, 다른친구들은 조퇴만 생각하고 있던터라 그들 몫의 업무를 좀더 맡아하는걸로 말없이 용서를 빌어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게 나를 더 숨막히게 만들었다. 한살 동생인 선배가 툴툴거리며 꼬장부리는게 그리워져서 일부러 실수도 해보았지만 이젠 그냥 실수를 봐도 어디한번 ***돼봐라는 식으로 보고도 지나친다. 다 내가 이룬 업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다시 며칠전처럼 난 그냥 주목밖에 사람으로 남았고 여전히 그들은 그들만의 울타리 안에서 즐겁게 지내게 되었다. 난 그 울타리 안을 동경하지만 더이상 넘어갈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애초에 다른 종족이라 변명하며 스스로 위로한다. 가끔 내가 유기견이 된 기분이 든다. 투견장에서 물어뜯는것만 배우다가 내가 물어뜯겨 이제 죽는구나 하는마당에 정원있는집에 분양받은 기분이다. 주인의 호의도 넓은 정원도 좋아 이곳을 벗어나고싶지 않은데, 아직 낯설었던건 아니었을까? 이빨을 숨기기엔 아직 확신이 없었던거 뿐인데...답답하다. 이번 추석연휴도 쉬는게 쉬는것같지 않아 비참하다. 빨간날에 쉬어본게 전역하고 4년만에 처음인데 말이다. 그전에 있었던 안좋았던 기억들과 절망적이었던 상황들 보다 지금이 낫다는것만 집중해본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7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inhacci
· 8년 전
단편소설을 읽은 기분이에요. 주인공이 어떤결정을하고 어떻게 변화를 일으켰을까 몹시 궁금해하며 읽었어요. 종종 오셔서 다음챕터도 써주세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inhacci
· 8년 전
응원합니다!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
비공개 (글쓴이)
· 8년 전
@inhacci 다음 주인공의 행동과 변화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주시겠어요? 물론 제 실제 삶이라는걸 감안해서요. 본인은 이야기의 흐름에 어느정도 참여할수있고, 저는 제 삶에서 다른 기회와 희망을 찾는거죠. 서로 윈윈일거 같은데.
커피콩_레벨_아이콘
reude
· 8년 전
와... 저만 이렇게 생각한게 아니었네요. 글 정말 잘쓰세요! 진짜 다음이 계속 궁금합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
inhacci
· 8년 전
@sasquatch 마카님, 저는 신이아니고 제코가 석자인 부족한 사람이기때문에 감히 마카님의 인생에 참견할수는 없어요. 다만 마카님의 자유의지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응원하고싶을 뿐이랍니다. 직장을 하루아침에 때려치신다고 해도, 혹은 직장에서 어떤 계기를 만들어 인간관계의 단맛과 쓴맛을 알아가신다고 해도 저는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것은 마카님의 인생과 일상이 이미 누군가에게 공감과 소통을 불러일으킬만큼 의미있다는 사실이라고 저는 느껴요. 마카님은 말이 서투르고 글이 빼어나니, 계속 글을 써주세요. 말이 글에서 배우게되지 않을까요.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
비공개 (글쓴이)
· 8년 전
@inhacci 감사합니다. 피아노도 기회가 된다면 배워보고싶네요. 다음에 그럴 기회가된다면 가르쳐 주세요.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
inhacci
· 8년 전
@sasquatch 물론이죠. 모처럼 휴일이실텐데 평온한휴식 누리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