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그 카페에 쓴 글을 모두 지워버렸다. 글은 이백여개 댓글은 사백몇개. 직장인으로써의 나의 고충 그리고 나에게 시비걸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들하며 정말 내 사적인 이야기들까지. 그 곳에서 심지어 최근 거의 반 년동안 활동 하나 없었던 그 곳에서. 그게 나라는 것을 찾아낸 이백여명의 회사 사람 중 누군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누군가들은 뒤에서 쑥덕 거리겠지. 야 저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봤는데 가족사가 이러이러하대. 야 저 직원 남친 없는 척 하더니 연애 잘만 하네. 야 저 직원 순한 줄 알았더니 싫어하는 사람들이 벌 받았음 좋겠다느니 어쩌니 이런 얘길 써놨데? 저런 사람 너무 소름 끼치는 것 같아.
내가 그 카페에 자주 써놨던 말들 중에 권선징악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모두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는 의미가 있지. 하지만 지금 벌을 받은 건 나다. 내가 못된 마음을 먹어서 이렇게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만큼 벌을 받은걸까. 내가 그 못된 사람들의 뒤를 캐내기 위해 행했던 것들이 나에게 돌아온걸까.
엄마가 내가 독립해서 집 신경 안 쓰고 룰루랄라 거리며 놀러 다니는 줄 알길래 한 마디 했다. 나 회사에서 무슨 일 있고 심적으로 힘들다고. 그런데 무슨 일인지는 묻지 말아달라고. 엄마는 어제 묻지 말라고 한 걸 또 묻고 난 이런 일이 있었다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인터넷 공간에 내 얘기를 쓴 내 잘못이라 할테고 실제로도 맞으니까. 내가 얘길 안 하니 엄마는 본인을 무시하고 얘길 안 한다고 뭐라고 한다.
답답하다. 난 그 사람들이 이 곳 마저 들어와 얘가 쓴 글이라며 파헤칠까봐 무섭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글을 써 놓지 않음 답답해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그럴 수가 없다.
오늘 하루 어떤 심정으로 회사에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저 사람들 이제 내 얘길 다 알겠지. 나에게 웃어주는 건 거짓말이겠지 라는 생각. 날 불러 이게 내가 쓴 글이냐고 물었던 팀장과는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와중에도 내 잘못이 아니라 내가 재수가 없어 이런 일이 생긴거라고 생각이 드는 난 정말 *** 것 같다. 그 카페에도 회사 ***들 어쩌고 썼는데 이제서야 깨닫는다. ***는 다름 아닌 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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