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나이가 좀 있는 여자이고 일명 남초 회사에 다닙니다. 업종이든 직종이든 여자가 거의 없어요.
성격상 남한테 빚지는거 싫어하고 특히 하여간 여자는... 이런 소리 듣기 싫어서 악을 쓰고 버티며 일하는 편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넌 성격은 여잔데 일은 남자처럼 잘한다 소리 들었어요. 그땐 그 칭찬이 진심 뿌듯하고 인정받은 기분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기본적으로 '여자 = 일 못하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박혀있는 것이고, 다른 남직원들보다 배로 일하고 성과도 배로 내봤자 '남자만큼' 하네~ 소리 듣는거였어요. 칭찬이지만 기본 배경에 무시가 깔린 칭찬이었죠.
다른 직종이지만 약간의 경력이 있었던 저는 계속 사원이었고, 그 회사가 첫 직장이었던 남자 동기는 주임이 되었습니다. 그 남자 동기도 당황하고 뻘쭘해 했었죠. 왜 너가 안되고 내가 된거지 말했지만 회사엔 답이 있었습니다. 남자니까요. 무튼 그렇게 일하며 건강만 망치고 결국 사원급으로 퇴사했습니다. 그래놓곤 회사는 꽤 오랫동안 재입사를 권유했구요.
공백기가 길어지고 나이는 먹어가고.. 여기저기서 결혼, 출산 등의 이유로 면접 갑질만 당하다 (애인 없다 결혼 계획 없다 해도 저 질문은 마치 필수인 것처럼 다들 물어보고 오히려 거짓말 말라며 따지기도 하더라구요) 결국 눈을 낮춰서 작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여자란 이유로 갑질하며 경력 무시하고 사원을 줬습니다. 다른 조건들도 많이 안 좋아졌구요. 그래도 주5일이라 그걸로 버팁니다. 물론 평일은 추가근무수당 없는 야근이구요. 아직도 성격과 습관을 못 버려 여기서도 일하는 동안은 이악물고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여직원이 특히 많이 없는데 저를 받은 이후로 하나 둘 더 뽑고 있습니다. 근데 점점 뽑는 걸 보니 저처럼 나이 많고 경력 있는 사람들을 다 사원급으로 뽑고 있는 겁니다. 여기도 알았겠죠. 갓 졸업한 신입만 좋은 줄 알았는데 요즘 취업시장이 어려우니 경력직 사람들. 특히 취업이 더 어려운 여자들 적당히 흥정해서 싼 인건비에 쓸 수 있구나 하구요. 심지어 경력 10년정도 있는 사람도 사원으로 뽑아서 쓰더라구요. 남직원은 바로 과장급으로 넣고.
하... 하루하루 이게 맞는건가.. 과연 난 여기서 더 클 수 있을까 싶습니다. 취업 어렵다고 구직자들 이렇게 후려치는게 맞나. 내가 이곳에 나쁜 버릇을 들인건가. 아님 원래 그런 곳이었는데 내가 스타트였던건가 싶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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