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조금 긴 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사한지 2주가 지났습니다.
내일부턴 3주군요.
제가 입사한 첫주.
유난히 바빠서 아무도 저를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프리셉터도 없었고,
교육담당자도 스케쥴을 잡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2주차가 되니
이것 저것 ***기 시작하셨습니다.
교육 받은 게 없으니 알 리가 없습니다.
저는 그저 분위기에 겨우 적응했을 뿐입니다.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만 알려주시면 다음부턴 제가 하겠습니다!"
제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깊은 한숨과 짜증입니다.
왜 아직도 모르냐며 구박하고 화내십니다.
아무것도 하지말라, 저리 가라, 네 할 일이나 해라...
결국 저는 하루종일 어깨를 움츠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퇴근합니다.
이런 나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자신감이 없어졌고,
평소 하지도 않던 실수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선임은 더더욱 저를 다그칩니다.
저는 더 작아집니다.
선임들에게 살갑게 미소지으며 인사했습니다.
"웃어? 웃지마. 사람 맹해보이니까."
그 이후론 표정에서도 완급 조절하려 애썼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저보다 일주일 먼저 입사한 동기가 있습니다.
그 동기는 1주차에 오티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보다 뛰어납니다. 적응도 잘 되어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차이가 눈에 보입니다.
선임들은 저와 동기를 대놓고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인사는 받지 않습니다.
동기에게만 인사합니다.
동기에게만 더 알려주려 합니다.
저는 동기가 교육받을 때 꼽사리 껴서 듣습니다.
선임은 동기만 바라보며 설명할 뿐
제가 있는 쪽으론 시선도 두지 않습니다.
첫 회식날.
선임들은 동기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관심을 보입니다.
저에게는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리액션으로나마 대화에 끼려했지만
선임이 대화를 바로 중단시킵니다.
저는 구석에서 밥만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퇴근 후 집에 가면
밥 먹을 시간, 잠 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그 날 있었던 업무들 전공책을 ***가며 복습합니다.
업무 수첩에 정리합니다.
울지 않고 꿋꿋이 버텨보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지난주였습니다.
"이야~ 00(동기)이는 벌써 독립한거야?"
어느 선임이 동기를 칭찬했습니다.
다른 선임이 묻습니다.
"00(나)는 오늘 뭐해?"
또 다른 선임이 말합니다.
"쟤? 쟤는 오늘도 놀아야지."
항상 뛰어다니느라 옷이 땀에 절어 퇴근합니다.
양 엄지발가락의 물집은 이미 굳은 살이 되었습니다.
발바닥의 껍질들이 모두 일어났습니다.
점심은 10분 이내로 해결합니다.
화장실 한 번 가지 않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기도 눈치 보여 마시지 않습니다.
잡무 처리로 여기 저기 뛰어다니느라 의자에 앉아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집에선 잠이 쏟아지지만 전공책을 펴고 공부합니다.
5일간 잠자는 시간이 총 20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비참합니다.
너무나도 비참합니다.
저 한 마디로 제 땀과 노력이 모두 부정당했습니다.
제가 대체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선임들의 그 어떤 모진 말, 모진 행동에도
내가 잘하자, 얼른 익숙해지자, 난 할 수 있어 라며
나를 다독여왔지만
저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2주 지난 신입입니다.
모든 것이 서툽니다.
그래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관심을 주시고, 알려주세요.
열심히 하고 있고,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조금 너무한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면
부모님과 동생이 직장생활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는 게 더 슬픕니다.
저는 원래 밝고 쾌활한 성격입니다.
친구들도 많고, 과대나 반장도 여러번 해봤습니다.
교수님들도, 동네사람들도 절 예뻐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저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아낍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이 힘듭니다.
제게도 우울하고 절망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가고 있습니다.
항상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이러다 미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내가 모르는 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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