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5년차 방송작가입니다.
요즘 내가 이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그럼 뭘 해야하나 생각하면 답이 안나오는... 그런 상황입니다.
제 초봉은 80만원.
쥐꼬리만한 그돈에서 세금 3.3프로가 사라지니
통장에 찍힌 금액은 77만원 정도였죠.
그돈으로 고시원에 월세를 내고
하루 온종일 일했습니다.
2년이 넘게 막내작가 생활을 하고
저녁시간대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입봉작가가 됐습니다.
제가 쓴 글이 그대로 방송에 나오게 된거죠.
이번주 방송을 끝마치면 바로 다음주 방송을 준비해야했습니다.
주말이 없고 퇴근은 늦고 집에서도 일해야했고
매주 밤샘을 했죠.
변수가 많은 일이라 스트레스도 상당했습니다.
기껏 출연자를 섭외해서 촬영구성안까지 썼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펑크를 내질 않나
편집 다하고 대본쓰고 있는데 방송 당일, 티비 나오는 게 싫다며 내보내지 말아달라질 않나..
제철 생선 잡는거 찍어야해서 선장님 섭외를 하는데...
술을 거하게 자셨는지... 방송쟁이들 한번 다녀가면 재수가 없다고.. 잡히던 생선도 안잡힌다며 욕을욕을 하시고..
힘들게 섭외해서 피디를 부산까지 내려보냈는데
갑자기 풍랑주의보가 뜨질않나..
그런데 방송 날짜는 정해져 있고 절대 뒤로 미룰 수 없으니
문제가 터질 때마다 빠르게 빠르게 해결해야했죠
여튼 생방을 1년 가까이 하니까 내가 소모되는 것 같고
먹어***도 못한 음식 맛있다고 글쓰는 것도 너무너무 싫고
다른 프로그램을 해야지 싶어서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그만두니까 다음 일 구하는 게 너무 싫더군요.
고민이 깊어져서 작년 6개월을 쉬었습니다.
힘겹게 마음 다잡아서 파일럿 프로그램 2개를 끝마쳤는데...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제가 맡은 일도 끝나자
또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력서에 손이 가지 않습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싶고...
그럼 뭘 해야하나 싶고...
다음에 뭘 해야할지 전혀 그려지지 않습니다.
입봉 전에는 80만원밖에 못받아도
잠자는 시간이 없어도
좋아하는 일이라면서 버티고...
그래도 입봉은 해야지 하고 버텼는데...
갈수록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듭니다.
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교양 프로그램 수는 점점 줄어들고
파일럿이나 시즌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져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불안해졌고...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곳들도 많아
힘들어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돈도 안되고 자기 시간도 없고
마흔 넘어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지않고..
(작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설 곳이 줄어든다더군요)
연초에 엄마 친구 아들이 죽었습니다
감긴줄 알았는데 하루사이에 죽었어요
원인은 급성 백혈병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엄마 친구 아들은
심장마비가 와서 세상을 떴습니다.
직장생활 하느라 혼자 살다 보니
며칠 지나서야 발견이 됐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다보니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싶더군요.
생방할 땐 매주 적어도 하루는 밤을 새워야 했고
파일럿 할 땐 삼일 연속으로 한 시간도 못 자고 일했습니다.
그런 일과 몇번이고 반복했죠.
그런데 제 손엔 돈 한 푼 모아둔 게 없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진 모르겠고...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고...
그러니까 전처럼 *** 듯 일할 수가 없는거예요.
마인드가 달라지니까 빡센 일을 버티기도 힘들고...
이전엔 밤을 새도 재밌었는데...
'다음엔 뭘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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