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는 지금까지 줄곧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 두 분이 선생님이시라 그런지 집안에서 반대가 심해요.
엄마는 저한테 실용음악학원을 보내준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을 하셨어요. 나중에 "보내준다며?" 하면 "내가? 내가 언제?" 이런 대답이 들리거나, "돈 없어. 그리고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그런 데에 시간 낭비하면 안 되잖아." 하면서 제 나이 때에는 다들 그렇다는 것처럼 말해요.
요새에는 엄마가 네 나이 때 꿈을 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당장 진로를 정하라고 윽박을 질러요. 고등학교 결정하는 시험 있잖아요. 학력고사라고 하나. 무릎 다쳐서 목발 짚고 다녀왔는데, 오래 앉아있었는데 다리는 괜찮냐고 한 번 안 물어보시고, "잘 친 것 같아?" 한 번 말씀하시더니 바로 너 대학 어디 갈 거녜요. 공대는 안 갈 것 아니냐. 의대는 어떠냐. 그래서 제가 "엄마 나 방금 시험치고 나왔잖아..." 했더니, "아 방금 시험쳤으면 뭐! 미리 준비 안 하고 어쩌게. 뭐 하면서 살 건데!" 하고 크게 소리지르셔서 말았어요.
제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학교에서 장래희망 적으라고 하면 무서워요. 안 적으면 선생님이 왜 비웠냐고 그러시니 그럴 수도 없고... 한 번은 가수라고 적었었는데, 고등학교 면접 때문에 자기소개서 쓸 때 장난하냐고 이딴 식으로 적으면 뽑히겠냐고 화를 내셨어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면 "네가 진짜 실력이 있었으면 내가 밀어줬겠지. 너 티비 안 봐? 걔네 안 보여? 너 그냥 보통이야." 하면서 자존감을 깎아요.
저 오디션 1차 붙은 적도 있었고, 카페에 노래 올렸다가 현직 보컬트레이너 분께 연락도 받아봤어요. 그런데도 안 보내준 건 엄마예요. 그 이야기만 꺼내면 또 "그거 다 사기야. 네깟게 붙긴 어딜 붙는다고 그래. 위험하게. 그렇게 가수가 하고 싶으면 의대 가서 해!" 이러고...
오디션은 나이가 정해져있어서 점점 불안해져요. 22살~23살 정도면 오디션도 못 봐요. 붙어도 바로 데뷔 아니고 연습생인데, 제 나이는 벌써 고등학생이고. 대학교 딱 들어가면 오디션 봐서 딱 붙는 것도 아니잖아요.
얼마 전에는 엄마가 어렸을 적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 저를 데려갔어요. 엄마 친구 분께서는 "아들이 미술을 하고 싶어하는데, 탐탁치는 않아도 아들이 원하는 거니 시켜주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거기다 대고 엄마는 "와~ 진짜? 난 우리 딸 가수한다는 거 절대 못 하게 하고 의사 되고 하랬는데!" 하면서 마치 자랑스럽다는 것처럼 말씀하셨어요. 그러지 말라고 하면 또 저한테 네깟 게 부르는 노래는 노래도 아니래요...
그러면서 꼭 자기가 좋을 때에만 나는 노래"까지" 잘하는 딸이래요. 왜 노래까지냐면, 공부는 당연히 잘해야 되니까. 자괴감 들어요. 계속 글 읽어도 집중이 안 되고, 요새 자주 몸이 아파요. 스트레스 때문에. 엄마는 제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가 있냐고 코웃음 치시고요.
주위에 요 몇 달 가수지망생이 되어서 오디션 보는 남사친이 하나 있어요. 저한텐 한 번도 그런 말씀 없었던 엄마가 걔 노래 듣더니 되겠네~ 한 번 해보라 그래~ 했어요. 내가 걔보다 몇 년이나 혼자 연습하고 연습하다 울어도 보고 그랬는데. 그 애 깎아내리고 싶은 건 아닌데 제가 더 잘 부른다고들 이야기 듣는단 말이에요. 지망생이었던 시간의 차이가 있으니 그런 걸지는 몰라도...
엄마 이중잣대 너무 심하세요. 꼭 진로가 아니어도. 친구 하나랑 같이 수업을 들었었어요. 어느 날 그 애가 아빠랑 싸우고 수업을 펑크냈을 땐 엄마가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러셨어요. 그런데 제가 아팠을 때는 "네가 빠지면 걔한테 피해주니까 그냥 가" 라고 하시더라고요.
소리질렀어요. 걘 아빠랑 싸웠다고 빠져도 되고 난 아파도 빠지면 안 되냐고. 그러니까 엄마가 짜증내면서 그 애 엄마한테 전화해서 "미안해요~ 애가 꾀병이 심해서ㅋㅋ" 하고 말하는데 미칠 것 같아요.
엄마가 웃는 것만 봐도 역겨워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한테 아이 귀여워~ 하시는 거 보자마자 나도 고양이로 좀 태어났어야 엄마가 웃는 걸 봤겠네 하고 비꼬면서 소리질렀을 때부터 제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사촌 언니 결혼식장에서 남편이 언니한테 축가를 부르고 있었어요. 전 그냥 듣고 있었는데 엄마가 절 툭툭치더니 그것도 장난이랍시고 "네 노래보다 훨 낫다" 면서 킥킥 웃더라고요. 결혼식이고 뭐고 정색했어요. 그딴 거 농담이라고 하냐고. 나가버릴 거라고. 그랬더니 엄마가 제가 예민하다는 것처럼 되려 화난 표정 지으셨어요. 엄만 싸우고 자기 혼자 풀려서 평소처럼 대해요. 난 아직 안 풀렸는데.
죽고 싶어요. 학교 옥상은 잠겨있어서 바로 밑 층 제 교실에서 점심시간에 애들 없을 때 의자 밟고 떨어지려고 그랬는데 맞은 펀 초등학교에서 "누나 밥 안 먹어요? 여기 맛있는 거 나왔어요!" 하고 웃으면서 인사해줘서 못 뛰어내리고 내내 울었어요. 글 길어서 아무도 안 읽을지 몰라도 적고 싶었어요... 이제 제 꿈이 뭐고 제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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