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안녕하세요 저는 재수를 하고 지금 정시를 준비하고 있는 20살 여학생입니다 저는 모의고사는 정말 잘보는 편이었고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재수학원 선생님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스카이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고3때도 그랬듯 이번 수능에서도 기대한 성적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못본편이었죠 이번 수능을 준비하면서 작년보다는 많이 욕심을 줄였습니다 욕심내는 것이 절 망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능 1교시 시작 전에도 아 내가 이렇게 사지 멀쩡하고 건강하게 수능시험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자 좋은 선생님들에게 수업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사실 별다른 충격과 좌절이 없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였거든요
하지만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더군요 강남에 있는 재수학원에 다니느랴 경제적부담도 많이 드렸고 저에대한 기대가 정말 크셨거든요 저희 아***께선 제가 공부를 마치고 이제까지 공부했던 책들을 버리려고 현관문앞에 쌓아놨었는데 그걸 언제 보셨는지 할머니댁에 내려가서 술을 드시며 펑펑 울었다고하네요 저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않아서 제가 너무 안타깝고 안쓰럽다고요 또 저를 뒷바라지 하셨던 어머님도 정말 힘들어 하세요 정말 20살아이한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초딩한테 하는 것처럼 오직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모든면에서 도와주셨거든요
이제 부모님께서는 모두 60을 바라보십니다 공인중개사일을 하시는데 계약서도 잘 안써지고 계약성사***는데도 정말 공을 많이 들여야한다고 하더군요 어쨋든 부모님에대한 미안함이 가득한 가운데 부모님께서는 교대를 가길 원하십니다 안정적이고 여자한테는 최고의직업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죠 특히나 소위 스카이를 나와도 취업이 힘든데 인문계에다 여자라서 부모님은 더욱 교대에 진학하길 원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진학하고 싶지 않아요 제 꿈이 한때고등학교 영어교사였는데 초등교사랑 무슨차이가 있나며 교대에 진학하길 원하세요 육아휴직도 되고 남편따라 외국나가서있다가 다시와서 직업이 보장된다고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하세요 저도 알아요 편하겠죠 아물론 초등교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것이 보람찬 일일테니까요
근데요 저는 아직 20살밖에 안됐어요 더 넓은시야를 갖고 살고싶어요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가서 근무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겪어*** 못한 것을 해보고 싶고 저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쌩뚱맞고 사람들이 말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반영할 수 있는 광고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제가 생각한만큼 현실이 낭만적이지는 않겠죠 광고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느랴 노력해야할테고 잠도 잘 못자고 미래가 보장되지도 않겠죠 무엇보다 취직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제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니까 동국대 광고홍보학과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곳을 생각중인데 부모님은 성에 안차세요 동국대도 정말 좋은 대학교지만 제가 평소에 나오던 성적보다는 낮은 대학교라고 생각하시니까요
엄마가 그러세요 내가 재수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데 공부잘하던 얘가 (참고로 제가 자사고를 나왔어요)재수해서 간 대학교가 동국대라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요 근데 만약 지방교대라도 간다면 얘가 생각이 있는 얘구나 라고 생각할거라고
진짜 솔직히 말하면 자존심상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는 아직 학벌이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자랑스럽게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들었어요 왜냐면 수능성적표에 나온 숫자를 통해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지언정 저는 능력이 있는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는 누구보다도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재수하면서 느꼈던 뭔지모를 자신감이 있거든요
좀 두렵기도해요 내가 교대를 선택하지 않았을때 부모님의 실망과 압력 그리고 경제적지원이 끊길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게 내가 뭐랬어 하며 제가 취업하느랴 고생할때 저에게 한소리할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저는 제 삶을 살고 싶어요 엄마아빠가 말하는대로 곧이곧대로 살고싶지 않아요 이미 저는 그렇게 살아왔거든요
사르트르가 한말이 떠오르네요 타인은 지옥이라고 나의 본질은 나의 온전한 선택을 통해 만들어가는거라고 한번밖에 못사는 인생 내 선택을 하면서 사는게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부모님의 압력이 만만치않아요 친척분들도 그렇고요
저는 죽을때 칸트가 한말처럼 "아 좋다!"하며 눈감고 싶어요 비트겐슈타인이 죽을때 남긴 유언처럼 "Tell them I've had a wonderful life."하며 죽고싶거든요
하지만 제 손으로 제 온전한 힘으로 해낸게 별로 없다는 생각과 결과적으로 재수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게 무모한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많이 힘들어요 지금 아무생각없이 살고 있어요 삶에 의지가 없거든요 부모님한테 염치없지만 그냥 내가 건강하게 존재하고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해 해주면 안돼? 라는 말을 정말 수십번이고 뱉고 싶지만 참고있어요
저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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