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월요일에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장례는 무사히 잘 치르고 왔었어요.
기분이 싱숭생숭 하네요.
제가 그냥...
할머니랑 원래 되게 사이가 안좋았어요.
할머니께서 집안에 돈이 적은 스트레스를 저에게 푸셨기때문에
학창시절 급식비나 학비로 갈굼 많이 당했거든요.
그 외에도 어르신이다보니, 남녀차별도 심하셨구요.
그래서 자주 싸웠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아프셨을때까지
할머니에게 큰 걱정이 되질 않았어요.
사람이 죽는다 라는것에 대한 어떤...감정도 없었구요.
근데 지금은 참 모르겠더라구요..
이게..제가 할머니랑 사이가 안좋아서 할머니한테
잘 하지 않았던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는데(저도 그만큼
힘들었으니까요..),
그냥.. 사람이 있던 자리에 그 사람이 없다는것이 그래요.
분명 며칠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계셨구,
돌아가시기 전에는 저랑 이런저런 대화도 좀 나눈적도 있었고,
할머니가 아파하던 모습도 기억에 잘 남아있고,
할머니가 쓰시던 물건, 침대 다 그 자리에 그대로있는데
그 사람만 죽어서 그자리에 없다는게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할머니 방에 가보면 침대에 평소처럼 누워계실것같고 그런거에요.
사람이 죽는다는게 그 자리에 이제 없다는게 이런거구나..
이런걸 느꼈네요.
사실 돌아가시기 전까지만해도 그런걸 몰랐어요
사람? 뭐 살다보면 죽기도 하고 그런거지 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이런거였구나...싶네요..
장례를 치르는 첫날, 눈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없어서 슬펐다기보다는 할머니를 잃어서 슬퍼하고 있는 친척들을 보면서 그 분위기에 눈물이 날 것 같은것은 있어도, 할머니가 돌아가신것이 슬프지는 않았어요.
둘째날, 힘들어서 집에 가고싶었어요.
제대로 누워서 잘 수 있는곳도 없고, 의자와 바닥은 딱딱하지
아침부터 새벽까지 그 긴 시간을 그냥 곧이곧대로 영정사진만 바라보며 기다려야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할머니 영정사진을 봐도 별 감정도 안들었어요.
셋째날이 되어서야 눈물이 나더라고요.
셋째날이 묘에 묻어드리는 날인데, 묘 앞에서
하고싶은 말을 하라는거에요.
삼촌이 그러더라고요.
"엄마, 안그래도 아파서 힘들었을텐데 내가 치료 계속 하자고 말해가지고 더 아프게 했던거 미안해.
가시는길은 그래도 편했으면 좋았는데 내 욕심때문에 더 아팠네.
적어도 80세까지는 살게 해드리고 싶어서 그랬어. 정말 미안해"
그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막 터지는거에요.
아..진짜 며칠전만해도 살아 움직이던 사람이 죽어서 진짜로 저 땅 깊숙이 묻혔구나. . 이젠 볼 수도 없고
이젠 진짜 죽은사람이구나..
그렇게 보내드리고 집에왔는데, 할머니가 쓰시던 물건이 너무 많아서 잊을 틈이 없어요.
냉장고를 열어도 할머니가 아프실때 건강하라고 드셨던 보양식들이나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음식들이 보이고,
안방에는 할머니 옷가지들이랑 침구가 있고,...
나중에 할머니 짐을 다 정리하고 시간이 오래오래 지나고 나면 잊혀지겠죠..?
아직은 돌아가신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그런건가봐요
친구들이 너무 마음아파할까봐 괜찮다고 웃고 그랬는데..
그때는 괜찮았는데 글로 쓰려니까 갑자기 눈물나서 미칠거같아요..ㅋㅋㅋㅠㅠ
아...진짜 내일 친구만나기로 해서 얼굴 부으면 안되는데..ㅠ
이제 당분간 떡이랑 고구마도 못먹을거같아요..
할머니가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시던건데..
이씨...미운정도 미운정이라고...눈물이 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처음에 쓸때 그냥 마음이 좀 심란하고 허전해서 쓰기 시작한건데 눈물 바가지로 쏟고 끝낫어 대체ㅋㅋㅋㅋ
할머니, 저를 보며 자식 낳아도 하나도 쓸모없다 했지만
저랑은 그렇게 미운정 주고받으며 치받았을지 몰라도
그래도 당신 위해서 이렇게 눈물이 나네요..
암튼 그랫다구요 아 좀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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