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안녕하세요 대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저는 지금 수도권 대학에서 인문계열학과를 공부하고있어요
제가 고민인건 대학을 입학하기 전, 그러니까 학과를 선택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벌써 2년도 더 넘었죠
앞으로 글이 조금 길 예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저는 그때 꿈이 두가지였습니다.
도서관 사서와 스포츠트레이너.
그런데 대부분 지원은 사서 쪽으로 하고 스포츠트레이너 관련학과는 스포츠의학과 단 하나였어요.
스포츠트레이너는 뒤늦게 찾은 꿈이었거든요.
그 후 수능을 보고 나니 사서 쪽과 스포츠의학과 모두 합격을 했습니다.
둘 다 대학수준은 비슷했고 취업으로 따지자면 스포츠쪽이 나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백세시대이다보니 수요도 많을거구요.
제가 스포츠트레이너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건 축구를 좋아해서였습니다. 다친 선수들을 케어해주는 모습이 멋있어보였습니다.
도서관 사서는 중학교때부터 고등학생때까지 학교도서실에서 도서부 활동을 했던 영향이 컸습니다.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기억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서선생님의 일이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아서 사서가 되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결정을 내려야 하는 4일 정도의 시간동안 가닥은 거의 스포츠의학 쪽으로 잡았으나 여전히 확신을 못했습니다.
문과인 내가 과연 이과의 공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며 과연 생각한대로 취업이 잘 될 지, 적응을 잘 할 수있을 것인지 등
그렇게 결정을 내려야하는 날 담임선생님과 얘기했더니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듯 사서 쪽으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제 성격이 내향적이고 소심하다보니 스포츠 쪽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많을텐데 적응을 할 수 있겠냐는 거였죠.
그때 원서 대부분이 사서 쪽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날의 저는 겁도 많았고 어른의 말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사서를 선택했고 그 이후부터 온갖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미 끝난 선택인데 '아, 저쪽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한거죠.
부모님은 네가 하고싶은대로 해라 말씀해주셨지만 막상 제가 사서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나니 스포츠의학쪽이 취업도 그렇고 네가 하고싶어했던 일이랑도 가깝지 않냐며 아쉬워하시는 듯 싶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제가 대학을 결정한 후 하루종일 방에 드러누워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가지고 끙끙댈 때 아***께서 '그럴거면 그 스포츠 뭐시기 하지 왜 그걸 한다고 했냐!
축구 좋아하니까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거 아니었어!' 하고 화를 내셨던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도 답답하셨겠죠. 대학 들어갔다고 신나해야 할 애가 그러고있으니.
그렇다고 재수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릴 용기도 없었고 제가 잘해낼 자신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서라는 길도 가*** 못했는데 무작정 아닌 것 같다고 버리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겁도 많고 욕심도 많았던 거죠.
그래서 그럼 일단 들어가자. 가서 죽어도 안맞으면 그땐 용기내서 말하자.
처음엔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학과가 안맞아서가 아니라 자꾸 선택하지 못한 쪽이 생각나서요.
그런데 지내보니 나름 즐거웠습니다. 학과 동기들도 좋은 친구들이고 수업 때 만큼은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말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나다니 할 정도로 좋은 친구도 사귀게 됐구요.
이 학교를 와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학교의 돈을 지원받아서 유럽여행도 다녀왔고 지금은 학교신문사 활동도 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구요. 생각해보면 고마운 일이 많습니다.
또 지금은 일본어 공부에 취미가 생겨서 복수전공으로 일본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쪽길은 점차 잊혀졌던 것 같습니다.
학과를 이 길로 선택했어도 무조건 사서만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관심있던 출판편집자도 할 수 있는거니까 나쁘지 않다고.
거기에 1학년때 저희 친오빠가 뇌출혈로 쓰러졌던 일도 영향을 *** 것 같습니다. 그때는 집안일과 학교생활 두가지만 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집안 분위기는 위태로웠고 차라리 학교가 마음이 편했습니다.
다만 제가 스포츠의학과를 선택했다면 오빠가 이렇게 아플 때 도움이 되지않았을까 죄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고민을 다시하게 된 이유는 이제 다시 취업의 문제 앞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집단상담에 참여했는데 선생님께서 저한테 호기심도 많고 끼도 많은 것 같은데 너무 학과에 매여있다, 사서나 출판편집자를 벗어난 직업도 생각해보라 하셨는데 머리가 띵 한거죠. 2년 전이 생각나면서.
아무래도 그때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스스로 잘한거라고 합리화시킨 건 아닌지, 너무 내멋대로만 산 건 아닌지, 사실 부모님은 내가 이 길을 간 걸 실망하셨던 건 아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다시 1학년 때 끔찍했던 그때로 돌아가는건 아닐까 무섭습니다.
지금도 황금같은 주말을 또 그때처럼 누워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꽤 많은걸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저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의 저는 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지금의 저는 잘 못하더라도 포기하지는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잘해냈을지는 또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대학생활 시간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좋은 경험도 쌓았고 저에 대한 새로운 면도 알 수 있었구요.
그런데 자꾸 '그래도 그때 다른 걸 선택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다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는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네. 저는 지금 계속 과거를 돌아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앞에 놓인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같은 일이란 걸 아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꾸 그 생각으로 끌고 갑니다.
이런 제 생각을 멈출 방법이 없을까요.. 다시 그 끔찍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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